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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Apr 18. 2022

대만생활_꾸밈노동, 공관어메이, 포모사장, 한화원

" 꾸밈노동의 중요성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9




峨嵋川菜(어메이촨차이), 鬍鬚張魯肉飯(formosa chang), 韓華園(한화원), 羊毛與花카페




언어 교환 앱에서 알게 된 새로운 대만 친구를 만나러 퇴근 후 가는 길. 공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1시간 정도 걸리길래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중간에 길을 잃어서 만난 무지개다리. 쌩쌩 달리는 고속화도로에 자리해서 금방이라도 차 소리에 무너질 듯한 저세상 다리 같다. 

사진이 너무 칙칙하고 흐려서 조금 쨍하게 보정한 건데도 대만 특유의 영국 날씨 같은 우울함은 없어지지 않는다. 




峨嵋川菜

No. 10號, Alley 8, Lane 316, Section 3, Luosifu Rd, Zhongzheng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0



여기는 내가 가보고 싶어서 고른 식당이다. 나는 키키 레스토랑보다는 시먼에 있는 쓰촨요리집이 더 맛있어서 이번에는 비슷한 로컬 쓰촨요리집이 공관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친구에게 그곳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그래서 사실 새 친구와의 만남보다는 음식이 얼마나 맛있을지가 더 기대가 되었다. 파인애플새우요리랑 소고기 요리랑 가지 요리 그리고 빵을 시켰다. 진짜 다 맛없었다. 대체 여기가 왜 쓰촨요리 맛집....? 참 이상한 게 대만에서는 저 빵 시키면 연유도 주지 않는다. 좀 대부분의 곳들이 그랬다. 대체 왜 연유를 주지 않는 걸까.

실망뿐이 남지 않은 공관식당투어...

가만 생각해 보니 공관에서는 뭘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공관 야시장도 별로였고, 대만식 스테이크도 별로였고, 심지어 길거리에 파는 팥빵조차도 맛없었다. 대만대학생들은 미식가가 아닌 걸까. 나름 대만에서 가장 좋은 학교이기 때문에 대학로도 크게 형성되어 있고 놀 거리 먹을거리가 많을 것 같지만, 나에게는 매력 없는 곳.  시간이 갈수록 그저 신발가게가 많이 있다는 인상만 남게 된 그런 곳이다. 


아, 그리고 새로 만난 친구와도 그다지 잘 맞지 않았다. 엄청난 아이돌 팬이어서 공통적으로 나눌 대화거리가 많이 없었다. 아마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었지 않을까 싶었다. 또 그 친구는 예능 한국어를 많이 구사했는데 그런 점들이 나에게는 묘하게 거슬렸다. 런닝맨이나 아이돌 예능 채널로 한국어를 익힌 친구들에게서는 묘한 특징들이 있다. 이쯤 되면 그냥 내가 아이돌 팬을 자처해서 그 친구들과 짝짜꿍하면 대화거리도 많고 외국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역발상도 들었지만, 굳이 좋아하지 않는 취미를 가지면서까지 사람 만나는 것에 집착하고 싶지는 않다. 외국계 회사였다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되었으려나 싶었지만, 또 괜히 직장에서 안 좋게 얽혀서 미움만 쌓일 수도 있는 거니 섣불리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들을 부러워하는 것도 어리석어 보였다. 나는 운명론자니까 좋은 인연은 나에게 알맞은 시기에 알맞게 찾아올 거라고 믿는 수밖에. 






鬍鬚張魯肉飯 formosa chang 

전에 로니가 맛있다고 말해줬었던 유명한 체인 도시락집에 저녁거리를 포장하러 왔다. "포모사 장"이 가게 이름이다. 포모사는 대만의 옛 이름이기도 하다.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처럼 포장인 것 같았다. 어버버하는 새에 직원이 시간을 보채서 그냥 아무거나 눈에 띄는 걸로 메뉴를 골랐다. 도시락은 아주 알차고 맛있었다. 왜 유명한 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대만 음식은 전체적으로 많이 달다. 나는 가족력으로 당뇨가 있기 때문에 단 음식은 주의해서 먹으려고 하는 편인데, 대만 사람들은 당뇨가 많이 없는 건지 서양인들처럼 인슐린 분해를 잘하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보니 대만에서도 당뇨병에 걸린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그 대신 그 비율이 너무 높다 보니 대만이 당뇨병 치료를 잘하기로 유명하다고.... 그런데 당뇨병이 사실상 치료라는 게 거의 없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치료를 잘한다고 말하는지는 모르겠다. 

기본적인 음식의 간도 다 달고, 특히 놀라운 것은 밀크티, 우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쩐쭈나이차 같은 것들은 당 함유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전에 길거리를 걷다가 너무 더워서 코코에서 밀크티를 사 먹은 적이 있다. 당도를 30%로 했는데도 직원은 설탕 한 무더기를 내가 주문한 밀크티에 부어 넣었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내내 '당도 30인데 내 거는 아니겠지?' 설마 설마를 외쳤으나 의심할 거리도 없이 직원은 설탕 한 봉지 넣은 밀봉된 밀크티에 토옥 빨대를 꽂아서 나에게 건넸다. 그 후로는 진짜 스트레스 받아서 난리 난 하루를 제하고는 무조건 당도 0 노슈가를 선택한다. 





Muko Brunch

No. 8, Lane 183, Jinhua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카페 투어를 좋아해서 나랑 같이 자주 카페에 다니기로 약속한 대만 친구랑 먹으러 온 브런치 집. 

다안취에 있어서 사람들도 바글바글, 유명한 곳 같았다. 다행히 우리는 예약을 해서 웨이팅 없이 자리에 앉았다. 


羊毛與花맞은편에 위치한 카페였는데, 구글맵에서 이름이 안나온다... 커피도 티라미수도 모두 전문적이고 맛있었다.


에그베네딕트랑 연어크로와상 음료 2잔과 요거트까지 야무지게 시키고 친구랑 밀린 수다를 시작했다. 친구는 언제나 그렇듯 예쁘게 입고 나왔다. 옷도 항상 단정하게 입고 네일도 매번 받으며, 속눈썹 연장이나 파마까지 꼭 하고 다니는 이 친구는 모태솔로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다. 나는 꾸미는 걸 귀찮아해서 어디 제대로 놀러 가는 게 아니면 대충대충 편한 게 최고지 주의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친구들의 화장에도 꿋꿋이 민낯을 고수해왔다. 물론 예쁜 옷을 사고 가방, 신발 등으로 치장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매일 그러고 다니기에는 에너지 소모도 심하고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않고 또 꾸밈에 그 정도로 많은 가치를 두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나를 만날 때 항상 준비된 모습으로 나온다. 대만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보다 조금 덜 외모에 신경 쓰는 편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했다. 한 가지 친구가 나에게 준 고마운 교훈은, 여태 꾸며야 하는 이유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나에게 조금 다른 시각에서의 이유를 알려준 것이다. 

나는 청개구리 심보처럼 학창 시절부터 가장 예쁘게 하고 다닐 나이인 대학생 때도 "내가 꾸미고 싶은 날"

에만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추어 입었었다. 그런데 내추럴하게 다니는 대만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만날 때마다 항상 예쁘게 하고 나와주는 이 친구를 만날 때마다 나는 조금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선 그 친구의 단정한 옷차림이 우리의 만남을 특별히 생각해 준다는 느낌을 받게 해주었다. 

저렇게 꾸미고 나오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을 텐데 나와 만나는 그저 그 시간을 위해 이러고 와주었구나 하는 고마움. 

그리고 두 번째로는 항상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 부지런하고 자신을 가꿀 줄 아는 멋진 사람으로 보였다. 

세 번째로는 남들이 다 하니까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소신대로 사는 것. 남들이 다 편하게 다닌다고 본인도 그러는 게 아니라 그대로 밀고 나가는 삶의 자세. 


갑자기 이 친구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 비해 나는 대충대충 주말만 바라보며 평일을 날리듯 보내고 있었고, 내 스스로가 생각해 봐도 옷을 제대로 갖추어 입고 단정하게 꾸미고 나간 날에는 조금 더 자신감 넘치고 매사에 의욕적으로 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화장이 예쁘게 된 날, 얼른 집에 들어가서 쉴래가 아니라 어디 한 군데라도 더 돌아다니려고 하듯이 말이다. 지금까지 내 한국 친구들 중 그 누구도 나를 메이크업 시키지 못했는데 정말 살면서 처음으로 저런 자세를 배우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華山1914文化創意產業園區   /    화산1914창의문화원구



미니 언니랑 화산 1914에 나들이 갔다. 매장 직원의 현란한 말솜씨에 홀려 한화 6-7만 원이나 하는 비즈 귀걸이도 샀는데 어디 갔는데 며칠 새에 잃어버렸다. 왜 비싼 립스틱과 비싼 액세서리는 술만 마시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에뛰드 립스틱과 지하상가 귀걸이는 꽐라가 되어 동네 바닥을 뒹굴어도 다음날 멀쩡하게 가방에 들어있을까. 



韓華園 한화원

열심히 쇼핑을 하고 타이베이 구경을 한 뒤 저녁은 오랜만에 술을 마시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호기롭게 까르푸에서 진먼고량주도 집었다. 

우버이츠에서 계란새우볶음밥과 만두볶음면을 주문하고, 한화원에서 탕수육과 짬뽕도 추가로 시켰다. 언뜻 대충봐도 3인분은 족히 되어 보이지만 이날 고량주에 취해서 편의점 2차까지 다녀왔다. 미니 언니는 술을 너무 잘 마셔서 도저히 나는 적수도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언니랑 술을 마시면 너무 행복하다. 도발해도 맘껏 받아주는 여유도 있고, 우리가 타국에서의 생활을 함께 해나아가며 나눌 이야기들이 보따리를 푸르고 풀어봐도 매일매일 다시 샘솟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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