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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Apr 25. 2022

대만생활_대만남자를 만나다, 這一小鍋, 川渝小吃坊

" 대만 남자를 사귀게 되었습니다. "

              - 어쩌다보니 얼렁뚱땅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0




川渝小吃坊(천유사천음식점), Miss V 카페, 這一小鍋(훠궈), 特上奶茶(밀크티)




천유사천음식점



대만에서 인테리어 일을 하는 친구랑 평일 저녁 약속을 잡았다. 나는 오이를 싫어하는데 대만식 무침 오이는 너무 새콤하고 맛있다. 그래서 음식점에 올 때마다 항상 시킨다. 오늘도 내 취향 쑤안라펀 酸辣粉  집을 찾기 위해 구글 지도를 펼치고 검색하고 또 검색하다가 발견한 대박 맛집. 

여기를 왜 지금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리고 그 인기에 걸맞게 줄이 매번 길게 늘어서 있다고 한다. 이 집은 대놓고 사천 음식을 파는 식당이기 때문에 대만식 매움으로 음식을 약하게 주지 않는다. 진짜~ 매우니까 함부로 特辣를 시키면 안 된다. 목구멍 불탄다.

사람은 많고 공간은 협소해서 무조건 합석이다. 내 옆에 앉은 일본인은 중간 맵기를 시켰는데 진짜 울면서 먹고 있었다. 






miss v bakery   중산역카페





오늘 알게 된 대만의 신기한 문화가 하나 있다. 우리는 보통 약속을 잡을 때, "저녁 같이 먹자!" 하면 


1. 밥을 먹고-> 카페에 간다.

2. 밥을 먹고-> 간단히 맥주를 마신다. 



이런 식으로 2번 정도의 코스는 같이 도는 게 일종의 문화였던 것 같다. 응당 그래야 한다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대부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그런데 대만에서는 조금 달랐다. 저녁을 먹고 친구가 집에 가려고 하길래 내가 "집에 간다고? 카페라도 안 가고?"라고 하니까 친구가 너무 당연하다는 식으로 "저녁 먹는 약속이었잖아!"라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저녁을 먹기로 약속을 잡으면 저녁만 먹고 헤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좀 오래 만나고 싶으면 러차오나 훠궈 집같이 좀 오래 먹을 수 있는 곳이나 혹은 ktv (노래방)에 가서 밥을 먹으면서 노래도 부르고 맥주도 마시고 하거나. 


같은 아시아 국가인데도 이렇게 사소한 문화들이 다르다는 것이 신기하다. 





這一小鍋



또 다른 평일의 퇴근 후. 

친구가 우리 집 근처로 놀러 온다고 해서 집 근처 1인 훠궈 집을 예약했다. 這一小鍋라는 곳인데 정말 맛있다. 탕 종류도 여러개이고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특이하고 입가심으로 훌훌 들어간다. 가격은 소고기로 먹으면 만원후반대는 족히 나와서 스얼궈보다는 가성비가 떨어지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스얼궈보다 여기가 더 좋다. 스얼궈는 보급형 훠궈 집으로 빨리 먹고 빨리 나가줘야 하는 분위기라면 여기는 1인 훠궈 집이지만 그보다는 좀 여유 있게 먹어도 되는 분위기이다. 


오늘 친구를 보자고 한 이유는, 내 연애상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나에게 친히 집을 빌려준 친구 로니와 그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관계가 어쩌다 보니 깊어져 얼렁뚱땅 사귀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사실 신세를 진 입장에서 더 조심스러웠고, 혹여나 관계가 틀어지면 또 새로 집을 구해야 하고 번거로워질 걸 알았기에 웬만하면 만나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적극적으로 표현을 해오기에 고만 홀라당 넘어가고 말았다. 

중국으로 장기 출장을 가있기에 장거리 연애이지만 딱히 나도 미니 언니랑 노는 것 말고는 대만에서 남자를 만나거나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어쩌다 그렇게 된 이유도 있는 것 같다. 또,,, 한때 결혼까지 생각했었던 한국에서 헤어지고 온 전 남자친구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걸 알아버린 탓도 있으려나. 






저녁을 먹자고 했으면 저녁만 먹고 헤어져야 한다는 대만의 문화를 어제 잘 습득했기에 오늘은 얌전히 친구를 보내주었다.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근처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사 왔다. 수박 원래 안 좋아하는데 대만은 더워서 그런지 수박이 자꾸 먹고 싶다. 




대만조식문화     _아침밥시리즈 



그간 열심히 챙겨 먹은 이번 주 나의 아침밥. 

특상밀크티는 내가 좋아하는 그 밀크티보다 훨씬 맛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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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엠비티아이가 enfp여서 밖에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집에 하루 종일 있으면 가라앉고 오히려 우울해진다. 산책하는 것도 좋아해서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면 집 근처 산책로를 꼭 정해둔다. 로니는 그 점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 로니는 내가 집에 일찍 들어가기를 원한다. 

또 경찰 친구와 언어 교환을 하는 것도 못마땅해해서 그것조차 그만두게 되었다.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있는 건지... 즐거움과 설렘보다는 맞추어가야 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투성이라 연애 초기부터 짜증이 났다. 나는 누군가랑 함께 하지 못하는 성미인 걸까. 그래서 스물여섯부터 결혼하고 싶었으나 지금까지 혼자인 걸까. 새로운 연애에 그냥 혼자 잔뜩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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