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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Jun 23. 2022

대만생활_남자친구랑 싸워서 먼 대만땅에서 가출시도

" 타이베이에서 집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

              - 세상은 넓고 늘 내 집만 없다. -

      


                                                                                          직장인(홈리스)으로 대만살기_week 11




石家烤肉飯(석가), Japoli(자폴리파스타)





우선 맥주 벌컥벌컥 마시는 사진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겠다.

기분 좋은 날이 장날이라고 (지어낸 말) 어제 흥 잔뜩 오른 상태로 로니와 한판 싸움을 했다.

물론 장거리 연애 중이기 때문에 전화 통화와 끝나지 않은 분풀이를 마저 라인으로 나누었다.

로니는 유독 나의 귀가시간에 집착을 한다. 전에 몇 번 이야기했듯이 그의 귀가시간 집착 때문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산책도 자제하고 집에 일찍 일찍 들어가려고 노력하며 나름대로 싸우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써왔었다. 9시 정도에는 무조건 집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어제는 흥이 난 나머지, 또 토요일 밤이었고, 또 로니도 잘 알고 있는 미니 언니와 둘이 마신 거여서

11시쯤 집에 들어갔다. 물론 중간중간 로니의 성격을 알기에 나도 눈치가 보여서 라인톡을 자주 보내며 그의 기분 및 동태를 파악하였다.

로니는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근데 답장을 좀 퉁명스럽게 하길래 지금 그냥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언니랑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 돌아왔다고 하니 로니가 바로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왔다.


R: 여자아이가 밤늦게 다니는 건 위험한 것 같아. 

나: 알아, 미안해. 앞으로 조심할게

R: 그래.

나: 뭐하고 있어? 

R: 드라마 보고 있다고 했잖아. 

나:  아직 화났어? 

R: 아니. 여기 인터넷이 잘 안 잡혀. 

나: ......

R: 진짜 짜증 난다. 통화하려고 1층까지 왔는데 여기도 안 잡히네. 멍청한 와이파이 

나: 불편하면 다음에 통화할까?

R: 그러던가. 

나: 나한테 화내지 말고.

R: 난 지금 내 휴식시간을 갖고 있는 거고, 너야말로 이렇게 싸움 시작하면서 내 주말을 방해하지 마. 


날이 선 대화가 오고 간 뒤, 나는 곱씹을수록 묘하게 화가 나서 전화를 끊고 난 뒤에 다시 라인으로 연락을 시도했다.

지난주 주말, 사대에 놀러 갔을 때 내가 로니에게 우리는 장거리니까 연락 부분에서 조금 더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로니는 일중독자여서 평일, 주말할 것 없이 매우 바쁘다. 정신없이 바쁘다.

나도 그걸 알지만, 우리가 하루에 나누는 대화는 아침(일어났니), 점심(밥 먹으렴), 저녁(퇴근했다, 피곤하다, 잔다)가 거의 전부이다.

그게 조금 서운해서 연락을 자주는 안 해도 되지만 한 번 할 때는 좀 성의 있는 내용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당시에는 알겠어 노력해 볼게라고 하더니 오늘 싸우는 중에 갑자기 로니가 그 얘기를 꺼내며 화를 냈다.

자기는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더 바라지 말라고 말하며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 친구에게 '여자친구에게 잘함'이란 무엇일까 정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자친구의 안전을 걱정하고 신경 쓰는 것.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것.  


아마 내 생각에는 위 두 가지를 남자친구의 중요한 역할로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반면 나에게 '여자친구에게 잘함'의 기준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감정적인 소통  

    관심 갖고 서로에게 시간을 쏟는 것  


나는 우리가 다를 수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대화로 풀어나갈 수 없다면 관계가 의미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와 헤어지려면, 아니 헤어지지는 않더라도 그와의 관계에서 동등함을 유지하고 내 요구사항을 말하려면,

우선 그가 나에게 베풀고 있는 가장 큰 짐. 2번.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는 것-> 그가 나에게 제공해 주고 있는 이 집을 버려야 했다.

나는 다음 날 눈을 뜨자마자 미니 언니와 함께 이사를 계획했다.

미니 언니도 흔쾌히 내가 이 집에 살지 않을 거라면 자기도 살 수 없다고 같이 나가자고 해주었다.


石家烤肉飯

No. 24號, Tongan St, Da’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6



아침 9시부터 땀 뻘뻘 흘리며 온 동네를 돌아다녔지만 마땅한 집을 아예 찾을 수가 없었다...

언니랑 맨 처음에 대만에 왔을 때 시행착오를 겪었던 그대로였다. 

집은 한없이 낡았고 그럼에도 가격은 한없이 비쌌다. 


일단 목을 축이러 눈에 보이는 노상 가게에 들렀는데, 우연히도 분위기 좋은 꼬치집이었다. 맥주도 팔고 있어서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켜며 로니 욕을 주야장천 했다. 우리가 대낮부터 (12시쯤이었던 것 같다.) 맥주 두 병을 주문하고 각 1병씩 손에 잡고 마시니 주인도 적잖이 당황해 보였다. 저 진짜 술꾼 아니고요... 슬픈 사정이 있는 거예요...라는 tmi는 접어두고 주인에게는 너무 더워서 맥주가 필요하다고 적당히 둘러댔다. 



굶주린 배와 목을 잠깐 축이고 난 후 언니랑 남아있는 집을 두 군데 정도 더 보러 갔다. 





"언니. 나 이대로 그냥 그 집에 살면 너무 가오 떨어져?"

"아냐... 이용한다 생각하고 그냥 살자. 복수한다 생각하면서 그냥 살아~~~~!!" 



그리고 우리는 냅다 포기했다. 





Japoli Italian Bistro

106 대만 Taipei City, Da’an District, Lane 49, Section 4, Zhongxiao E Rd, 2號 B1F





시원하게 포기하고 중샤오푸싱 근처에 있는 시원해 보이는 파스타집에 들렀다. 지하 1층에 있었는데 지하철역에서 엄청 가깝고 생각보다 느낌 있는 식당이었다. 일본식 파스타집이라고 한다. 


티라미수도 맛있었고, 파스타도 적당히 괜찮았다. 시원하게 모히또도 한 잔씩 시켰다. 오늘은 언니랑 한마음 한뜻이라 그런지 같은 메뉴로 계속 시키게 된다. 1인 1개씩 사이좋게. 



바로 그때, 로니가 연락을 해왔다. 내가 아닌 미니 언니에게. 

내가 화가 많이 나 있을 텐데 잘 챙겨주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침부터 모든 연락을 씹고 있어서 언니에게 연락을 했나 보다. 


이번 한 번만 봐준다. 

집을 못 찾아서 가 아니라!!!

좋은 집에 살 돈이 없어서 가 아니라!!!!


니가 그래도 걱정하듯 먼저 연락했기 때문에 봐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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