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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Jun 27. 2022

대만생활_마지막 월요일. (코로나의 시작)

" 따다오청이 마지막 외출이 될 줄이야 "

              - 코로나 창궐의 서막.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2




大稻埕(따다오청), 台灣啤酒(타이완맥주)


 



회사에서 갑자기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때는 2021년 5월 10일. 

미니 언니랑 나는 원래 이날 따다오청에서 노을 보며 맥주를 마시려고 했었는데, 코로나가 심해졌다는 뉴스 때문에 갈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까지 대만에서는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몇 달째 0이었기 때문에 실제 이날도 몇십 명밖에 확진자가 없었음에도 대만은 초비상 사태였다. 

퇴근 직전까지도 언니랑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다가 우리는 코로나 확진자 만 명씩 나오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기에 쫄지말고 고 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하여 도착한 따다오청. 

역시나 내 사랑답게 바람은 선선하고 강뷰는 멋들어지고 최고였다. 


따다오청은 대만 여행을 오면 꼭 들리는 곳이었다. 혼자 올 때도 있었고, 동행자와 올 때도 있었다. 

대만에 일하러 오기 전에도 타이베이 여행은 꽤 자주 와서 따다오청만 해도 벌써 5번 넘게 여행으로만 들렀었다.






한 번은 그런 적도 있었다. 타오위안 새벽공항에서 만난 한 친구랑 연락처 교환을 하게 된 후 한국에 돌아와서도 두어 번 정도 만나다 실제 만남으로 이어졌었다.  그 친구와는 1년여 정도를 만나다 장거리를 이유로 자연스레 헤어졌다. 

대만이 우리의 첫 만남 장소이다 보니 우리는 교제도중 대만으로 추억여행을 오기도 했었다. 

타이베이-타이중-가오슝을 쭉 도는 2주간의 여행이었는데 그 친구랑도 이곳, 따다오청에 왔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고 서로가 좋아하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만은 가까우니 매년 같이 여행을 오자고, 그런 약속의 말도 잊지 않았다. 


별로 달라지지 않은 이 도시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달라진 것은 또 나뿐이구나 생각했다. 

또, 

사실 별다르게 변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 


진짜 달라진 것은 나를 둘러싼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언니랑 결정한 메뉴는 피맥. 

피자랑 치킨을 시켜서 맥주 두 잔과 함께 강변에 자리를 잡았다. 


늘 가게 2층에 앉아서 이 자리는 처음이었다. 

언니랑 함께하니 모든 게 다 좋았다. 


따다오청은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하고만 와야지. 속으로 몰래 다짐했다. 

헤어진 추억 속의 남자친구도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사람들 목록에 넣어주어야지. 그렇게 생각에 덧붙였다. 





천천히 노을이 지고 있다. 






지는 해에 살포시 맥주를 가져다 놓기도 했다. 






노을의 끝.

오늘따라 구름이 많아 

구름이 노을을 밀어내듯 그렇게 사라진다. 



해 가지는 풍경은 늘 그렇듯 눈 깜짝할 새다. 

천천히 눈 한번 깜빡, 하면 그렇게 커다란 태양이 어느새 사라져 있다. 

분명히 회색빛 주황빛이었던 하늘이 순식간에 새카맣게 칠해진다. 

막이 내린다. 







오늘은 언니랑 코 삐뚤어지게 마시고 싶은 날이다. 

노을이 우리에게 그렇게 하라고 일러주었다. 


안주를 이것저것 추가하고 맥주를 하나하나 추가했다. 

시원하게 마시고 싶었기에 한 캔 다 마실 때마다 새로 가서 하나씩 사 왔는데 

5병 이후부터는 가게 점원이 우리 얼굴이 보이기만 시작해도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냈다. 




"야 저기 맥주 온다."

이날 저녁 우리의 이름은 아마 '맥주'였을 것이다. 






점점점점점점 더 많아지는 빈 캔.

정말 하나의 거짓도 없이 우리 둘뿐이었다. 



지나가는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도 더더더 많이 모으라며 빈캔을 정리해 주시지 않았다. 






12병!





배 뚱뚱해져서 집에 돌아가는 길. 

이날 왜 그렇게 집에 돌아가기가 싫었는지...

본능적으로 코로나가 이제 심해질 거라는 걸 알았던 걸까. 





아래부터는 나를 위한 사진집이다. 

(평소처럼 대충 찍지 않았다.)



한 장, 한 장 내 마음에도 꼭 담아놔야지- 하면서 남겨놓은 사진들. 

소중하니까 이름도 새겼다. 




이건 내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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