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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Oct 09. 2022

사랑의 시작, 나를 아는 것부터~

<사랑을 사유하다> 2화

‘이제,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았으니, 철학도 사랑도… 지금부터 시작이다’ 지난주 매거진에서 이렇게 시작을 예고했으니, 이제 사랑이 나와야 한다. 체호프의 총을 생각하며, 두 번째 사랑 이야기로 ‘자기애’를 등장시켰다. 그렇게 에리히 프롬을 빌려다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아~ 나는 그래 놓고선 딴소리만 해댔다. 내가 얼마나 많이 변화했는지, 내가 하루를 얼마나 알차게 살고 있는지를 늘어놓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며~솔직해진다며~사기 안 친다며~

시작은 무슨 시작이야~ 또 거짓말하네~ 계속 사기 치시네~’ 


키보드 앞에 젓가락 놓고, 사기 칠 때마다 곤장을 내려치리라 다짐했건만…솜방망이가 된 젓가락을 보며, 지난주 글, ‘지적 사기전과 1범이 되다’의 이 문장을 떠올렸다. ‘내 의심과 질문에 대한 답은 내 안에 있다’

https://brunch.co.kr/@youyeons/26


그래, 모든 것의 시작은 내 안에 있을 것이다. 내 안을 보기 위해 두 번째 글, 인정받고 싶어 안달하는 이 글을 다시 뜯어 보았다. 억지로 꿰맞춘 어수선함 뒤로 자기애가 숨어 버렸다. 어색함이 가득한 그 글의 일부 공개한다.


“나를 사랑하고 나선, 외모로 사랑을 구걸하지도, 물건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통통한 몸, 촌스러운 패션, 주름진 피부를 받아들이고 소비에 쏟아붓던 에너지를 능동적인 활동에 쏟아붓는다. 그렇게 나는 에리히 프롬식으로 나를 사랑한다. 비겁하게 뒤로 숨는 이기심이 아닌 자기애이다.나는 내 사랑으로 나를 변화시키고 철들게 했다. 애리히 프롬을 읽고 내 100조개 세포도, 강산도, 나도 바뀌었다. ‘철들자 망령이다’ 또는 ‘사람이 변하면 죽는다’ 라고 하는데, 그럼 나는 이렇게 철들고 변했으니 나를 사랑하다가 죽겠구먼. ”


물론 나는 변화했다. 그러나 방향만 바뀌었을 뿐, 계속 인정에 목마르고 집착한다. 그러니 에리히 프롬식으로 나를 사랑한 것이 아니다. 나는 비겁하게 뒤로 숨어서 거짓말을 했다. 나를 사랑하다가 죽는 게 아니라 나는 나를 사랑해보지도 못하고 죽을 것 같다.


내가 관심에 목매는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인정욕구가 강한 줄은 몰랐다. 내 글은 나의 결핍을 악용해서 잘나 보이고 싶고, 멋져 보이려고 아등바등한다. 그게 오히려 자신을 망친다는 걸 모르는 바보다. 바보(나 자신)가 바보(내 글)에게 말했다. 왜 이렇게 구걸하는 거니.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들었니. 나는 너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싶구나.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너는 계속 겉멋에 취해, 쭉정이가 될 거야.


‘우리 이제 철 좀 듭시다’ 공동매거진의 약속한 발행일이 다가왔다. 그 시간 내내 내 글과 나 자신을 알기 위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내 과거를 파헤쳤다. 어린 시절, 남동생에 대한 질투 때문일까, 장사를 하느라 자녀에게 관심이 없었던 부모님 때문일까, 공부도, 외모도 넘사벽이던 옆집에 그 애 때문인가... 이 지면에 구질구질하게 전부 늘어놓을 수 없지만, 나의 변명을 듣고, 그 시절의 나에게 공감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나를 위로하고, 이해하고, 울고 있는 내 안의 그 어린애에게 손을 뻗었다.  


‘그랬구나. 그렇게나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었구나’

‘그랬구나. 그래서 섭섭하고, 아팠구나’



바보와 바보가 서로 얼싸안고 화해했다. 덤앤더머 같은 그 모습을 보고 그 누군가는 내 죄를 사하리라. 

멀리 돌아서 제 자리에 착지하자, 이렇게 나를 이해한 만큼, 남편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이해하려는 그 수고로움을 그대로 그를 이해하는데 적용하면 어떨까. 나에게 관대해 진만큼, 나에게 진실해지는 만큼, 그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답을 찾기 위해 그와 자주 다투었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뭐 먹고 싶어?…”

아마도 남편은 내가 정말 먹고 싶은 것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무거나”

뭐가 먹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러니 당신이 알아서 요즘 유행하는 맛집을 발굴하고, 메뉴를 골라야 하는 거 아닌가. 나를 이 시골까지 끌고 와서 결혼했으면 그 정도는 기본이지.


“어디 가고 싶어?…”

아마도 남편은 내가 정말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같이 한바탕 웃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아무 데나”

어디 가고 싶은 건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지, 바람 쐬고 싶은지, 어떤 건지, 내 맘 나도 모른다. 그러니 당신이 알아서 데이트 코스를 끼깔나게 기획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남편이 알아주길 바랐다. 이런 폭력적인 생각이 어디서부터 나온 건지 모르겠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이렇게 힘든데, 그런 내 맘을 남편이 알아주길 바라다니…


이렇게 글이 술술 풀리니 당장 술 생각이 난다. 나는 술을 왜 이리 좋아하는 걸까. 나도 이해 못 하는 술 사랑이다. 아마 그도 나를 이해 불가투성이로 볼 것이다.



나도 모르고, 그도 모르는 조하리의 창이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으로 삐지지 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고, 남편에게 관대해져야겠다. 아~ 드디어 사랑의 스타트를 끊었다. 나를 아는 것으로~

나를 아는 것. 그것은 나를 사랑하고, 너도 사랑하기 위함일 것이다.




글을 읽기 힘든 분을 위한 오디오 파일을 첨부합니다.



다음 주 일요일 오전 11시

<사랑을 사유하다> 3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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