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크리스마스

by 정인한

어제저녁에는 선물을 포장했다. 아이들이 욕조에 있는 동안 몰래 옷장에 숨겨놓은 선물을 꺼내왔다. 아내가 포장을 하고, 나는 옆에서 어정쩡하게 앉아 있었다. 그런 방면에서 내 손은 똥 손이다. 반면, 아내는 손글씨도 이쁘고, 종이접기도 곧잘 한다. 그녀가 몇 번 이렇게 저렇게 하니, 금세 각이 잡히고, 평범한 장난감이 그럴싸해 보였다.

온이 선물은 평소에 내가 절대로 안된다고 했던 lol 서프라이즈를 구입했다. 온이는 이것이 아빠가 아니라, 다른 존재가 선물해줬다고 굳게 믿지 싶다. 왜냐하면, 몇 번씩이나 단칼에 거절했기 때문이다. 뽀뽀해줘도 안되냐고 물어봤지만, 안된다고 그랬다. 그런 거절을 몇 번인가 했었다. 오늘은 카페에서 일하는 날이어서 실제로 보지 못했지만, 온이의 콧구멍이 벌렁거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서우 선물은 액체 괴물 만들기 세트를 구입했었다. 평소에 정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사주지 않았던 아이템이다. 그런데, 엊그제 서우가 하교 길에 택배 상자의 문구를 읽어버리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것을 선물로 쓰면, 산타할아버지의 실체가 드러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해서, 급하게 새로 선물을 구입했다. 새로 고르면서 느꼈던 것은 세상에 선물 거리는 많지만, 특별한 것은 그렇게 없다는 것이었다. 여하튼, 서우 선물은 그렇게 급조되었다.

아침에 선물을 세팅하고 출근했다. 추워서 온풍기를 틀고, 건조해서 가습기에 물을 넣었다. 뿜어내는 연기를 보고 있으니, 이브 저녁을 너무 무심하게 보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저녁에는 한발 늦었지만, 케이크에 촛불도 꽂고 아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야지 싶었다.

카페가 너무 조용하니, 일상의 감각을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시간이 빨리 흘러가버리는 것보다 무엇이든 건지고 싶은데, 그것이 어렵다. 다만, 각자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그리워한다면, 그 그리움이란 그렇게 혹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의 빈자리는 카페의 공간보다 넓어서 가끔은 여기가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어지러울 때가 있다. 황량한 크리스마스가 무심하게 지나간다. 가끔 단골손님들이 들러주고 안부를 묻는다. 나는 구구절절 이야기하지는 못하지만, 감사하다. 평소에 하던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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