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고 있던 아파트의 외벽이 무너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몇 개의 기사를 읽어보니, 해당 건설업체는 굴지의 대기업이었다. 기사에 따르면 해당 브랜드 아파트는 광주 유스퀘어와 신세계 백화점 끼고 있는 입지의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표방했다고 한다. 평당 분양가는 천육백만 원. 유스퀘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아서 지도를 찾아봤다. 그러고 보니, 그 근처에 몇 번인가 갔었다.
아내와 아직 연애하던 시절이었다. 아내는 광주의 대학에서 잠시 공부를 하고 있었고, 나는 주말을 이용해서 시외버스를 타고 그녀를 만나러 갔었다. 터미널이 있는 곳이 유스퀘어였다. 그곳은 서울의 터미널보다 더 넓은 곳이라 기억에 남아 있다.
낡은 가방을 메고, 아내를 기다리며 한참을 구경했던 기억 있다. 당시에 그 공간은 서울의 코엑스처럼 잡화를 파는 매장도 있고, 대형 서점도 있고, 번듯한 식당도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사투리가 아니라면, 여기가 서울인가 싶을 정도로 별천지처럼 느껴졌었다. 그리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라 마음이 들떠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이상했던 것은 대로를 경계로 풍경이 급변한다는 점이었다.
유스퀘어 밖으로 나왔을 때, 그것을 구분 짓는 것은 팔 차선이었을까, 육 차선이었을까. 바로 저편인데, 별천지의 주변은 너무 다른 세계가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모텔만 세련되었고, 사람이 많았던 터미널 내의 식당과 달리 생기를 잃은 채 사람을 기다리는 여러 간판들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길을 그 시절의 아내와 걸었다. 그 길가의 어딘가가 무너진 아파트 공사 현장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다 굳기도 전에 허물어버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 아파트가 아니라, 원래 남아 있던 건물들. 어떤 책에 따르면 콘크리트가 완전한 경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십오 년이라고 한다. 양생한 지 며칠만 지나면, 공사를 진행해도 심지어 사람이 살아도 별문제는 없지만, 사실은 점점 굳어가는 공간에서 우리는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어쩌면 대다수의 우리는 아직 굳어가는 벽에 둘러싸인 채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의심하지 않고, 자신의 안온한 밤을 믿으며 다음 아침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아직 굳지 않은 집을 버리고 다른 새집을 찾아서 셈을 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 끝에 쉬이 허물고 쉬이 짓는다. 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보호하는 벽을 둘러싼 벽지를 뜯어보고 싶은 생각, 외벽은 손톱으로 긁어도 부스러지지는 않겠지만, 뭔가 뒤틀린 흐름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방만한 관성 속에서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잃고, 어떤 이는 실제로 가족을 잃고 인생 전체를 잃는다. 그래서 남는 것은 무엇일까. 차익 말고,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문뜩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