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하여 모든 것이 미묘하게 틀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스크를 쓰는 손님들이 늘었고, 바에는 손소독제가 놓였다. 사람들의 흐름도 목소리의 톤도 달라졌다. 헛기침도 조심스럽다. 다른 도시의 몇 번 환자는 어느 곳을 다녔고, 또 다른 누구는 어느 나라에 다녀왔다고 소곤거렸다. 비밀스럽게 낮춘 목소리는 작지만 더 멀리 퍼졌다.
서우도 유치원 졸업식이 취소되었다. 그래도 원생들끼리 작은 행사를 하는지 집에서 어떤 문장을 외우고 있다. “동생들아, 그동안 정들었던 유치원을 떠난다니,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구나” 낭랑한 목소리가 밥이 익어가는 거실에서 울렸다. 딸의 음성은 두꺼운 창안에서만 머문다.
창밖을 바라보니, 차들이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보이고, 또 그저 돌아다니는 사람도 보인다. 움츠리고 걷는 종종걸음, 교차하는 동선. 문뜩 코로나로 인하여 선명해진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의 소중함은 당연한 것이니와, 우리가 이렇게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이어져 있으니, 저렇게 입을 막을 수밖에 없고, 또 종종걸음을 치는 것이다.
공포는 의미를 뭉게 버린다. 이미 일상화된 불안으로 인하여,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린 마음이 얼마나 많을까. 싸워야 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오히려 나만 생각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마음을 구겨서 구석으로 던지고 싶다.
이른 아침, 어제 도착한 책을 폈더니, 이런 문구가 보인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병에 대한 면역력이다. 면역력은 정신력이다. 최고의 정신력은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