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전에는 덕천에 가서 일을 하고 오후에는 집에서 뒹굴거렸다. 휴일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했고, 저녁이 되어서야 바다를 보러 가자고 말했다.
다대포로 가는 길은 삼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휴일의 끝이라 그런지 도로는 한산했다. 조용한 도로를 우리는 신나게 달렸고, 아이들은 차 안에서 웃고 떠들었다. 종종 튀는 듯한 괴성을 지르기도 했다. 나는 비로소 뭔가 아빠다운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다대포 해변의 끝으로 갔다. 몰운대 쪽 주차장에 차를 두고 내렸다. 사진기를 목에 걸고, 생수 한 병은 재킷에 넣고 가방 없이 산책을 나섰다. 주차장은 바닷가를 떠는 사람들로 바빴다. 수돗가에는 발을 씻고 손을 씻는 아이들과 그들을 돕는 부모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갯골에는 쪼그려 앉아 뭔가를 줍는 아이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해안선은 조용했다. 우리는 그런 해변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었다. 서우와 온이는 작은 게가 사는 구멍을 찾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잠깐만 걷기로 했기 때문에, 손으로 모래를 파지 못해서 무척 아쉬워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고민을 했다. 잘 될까, 물어보면 바람이 뭐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고. 할 수 있을까, 물어보면 파도가 뭐라고 대답하는 것 같았다.
바다에는 사랑을 시작하는 듯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서로의 손을 엃히듯 잡고서 몸을 붙이고 걷는 커플도 보였고, 같은 신발을 신고 모래사장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는 커플도 있었다. 웨딩 촬영하는 부부들도 많이 보였다. 신기할 정도로 검은 드레스가 많았다.
지고 있는 태양을 등지고 서 있는 모습이 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보였다. 사진 속에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간격만 유지하면 둘 만의 프레임 속에서 완벽한 모습일 것 같았다.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니 해를 바라봐도 눈이 부시지 않았다. 잘 익은 홍시 색이었다. 그런 빛의 태양은 구름 아래로 절반쯤 숨었다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어느 순간 사위가 어두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