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빠리박씨뎐
낯선 익숙함이 주는 위로
소박한 일상에서 찾은 작은 행복이야기 - 귤
by
빠리누나
Mar 10. 2024
외국에서의 생활이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사실 눈앞에 풍경이 다르다는 것 외에
일상에서의 큰 차이는 못 느끼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발견한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을 마주칠 때,
나도 모르게 위로를 느낀 순간이 있다.
처음, 프랑스에 살기 시작한 계절은 늦은 가을이었다.
한국보다 습도가 높아 더 매섭게 느껴지는
추위가 시작되었고,
추적추적 비가 많이 내려서 파리에 살고 있다는 게 마냥 신나지는 않았었다.
설상가상으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긴 기간의 철도대중교통 파업으로
당시 프랑스어를 배우기 위해 어학원을 다니던 나는 집으로 오기 위해
매일매일 2만 보 이상
걸어야 했다.
한국에서 5분 이상 거리도 걷지 않고 운전해서 다니던 나인데..
겨우 겨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자, 뭔지 모를 서러움이 북받쳤다.
잔뜩 비를 맞고 집에 도착하니,
같이 사는 친구가 시장에 귤이 나왔길래 사 왔다며 보여줬다.
먹고 싶지 않다며 심드렁하게 한번 쳐다보고 샤워를 하러 들어갔는데,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나니
상큼한 귤맛이 보고 싶었다.
부드럽게 껍질이 까진 귤을 입에 쏙 넣었을 때
예상치 못한 달콤함이 입안에서 터져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
이 아직도 나에겐 생생하다.
하루의 고단함이 이 귤 한 조각으로 씻은 듯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시장이 열릴 때마다 귤을 사러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아침잠이 많은 내가 열심히 샤리오(바퀴가 달린 시장바구니)를 끌고
집을 나서는 모습을
친구는 매우 신기해했었다.
가장 맛있는 귤 Orri, 이 스티커가 붙은 귤을 본다면 꼭 맛보길 바란다.
지금은 친구랑 살지 않고 혼자 지내지만
여전히 매주 시장이 열리는 날은 귤을 사러 나간다.
사실 귤이라 부르지만 감귤과의 종류가 꽤 많은 편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종류는 클레멍틴(Clementine)이다.
껍질이 부드럽게 까지고 신맛보다는 단맛이 강한
우리나라 레드향과 맛이 비슷하다.
귤에서 갑자기 클레망틴이라는 낯선 이름이 등장했지만, 그래봤자 귤이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귤을 한가득 사 오는 날은 항상 기분이 좋다.
2kg에 3유로치 행복이 내가 일주일을 살아가는 비타민이 되어준다.
클레멍틴(왼) Orri스티커가 붙은 만다린(오)
시장을 가는 일
, 귤을 먹는 일이 한국에서도 나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것들이었지만
이 낯선 곳에서 익숙한 것들이 새롭게 다가와 나에게 많은 위로와 행복이 되어주는 순간들이
새삼 새롭고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들이 많다.
keyword
위로
행복
일상
19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빠리누나
직업
프리랜서
아직 한창 꿈 많은 나이, 낯선 땅 프랑스에서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팔로워
41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만난 프랑스 이야기
프랑스에선 곱창, 한국에선 치즈 1편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