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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린 Jul 05. 2016

'이상한' 어른들을 위한 소설, <어린왕자>

나는 지금 어떤 어른일까 생각해보게 된 책

 지금 나이가 몇 살인지에 따라, 몇 번 다시 읽어보는 건지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소설이다. 어릴 적엔 가벼운 동화책으로 단숨에 읽어버리고, 별 감흥없이 '재밌다'는 한 마디로 이 책을 평했었다. 그 땐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뱀 이야기만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 밖에 없다. (부끄럽게도 난 지금도 아무리 감동적인 책을 읽어도, '재밌다'는 영혼없는 한마디로만 평하는 게 그대로다.) 어린왕자가 별들을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간단한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작가가 하고싶은 말은 뭘까'를 가장 염두에 두고 천천히 책을 읽어나갔다.


사람들은 같은 시각으로 별들을 보진 않아. 여행하는 사람에겐 별들은 길잡이이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저 하늘의 불빛에 불과해. 학자들에게는 별은 탐구할 분야이지. 내가 만난 상인에게 별은 돈이었어. 오직 아저씨만이, 이제까지 어느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별들을 갖게 될거야.


 저자가 머릿말에서 이야기했듯 이 책은 지극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이다. 질문도 많고 호기심도 많고, 창의력도 있었던, 예전의 어린아이였던 지금의 어른들. 어린왕자가 들렀던 별들의 '이상한' 어른들 이야기는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전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수도, 어쩌면 나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평범한' 어른들이었다. 권위가 뭔지도 모르면서 권위를 내세우는 왕이나, 술을 마시는 자신이 부끄러워 술을 마신다는 술고래 아저씨, 자기가 뭘하고 있는지도 모른채 그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상인까지. 정말이지 '이상한' 어른들이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고개 끄덕이고 공감까지 하고 있는 날 보니, 나도 '이상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나보다, 상자 속의 양이 보이지않는. 


당신에게 있어 나는 다른 수많은 여우와 마찬가지로 그저 한 마리의 여우일 뿐이니까. 하지만 만약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들을 서로 상대방을 필요로 하게 되죠. 나에게 있어 당신은 이세상에 유일한 존재이고, 나도 당신에게 있어 그런 존재가 되는거에요.


 그런가 하면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는 남녀간의 사랑의 대화로 생각되기도 했다.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건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어린왕자가 작은 별에 홀로 두고온 꽃을 걱정하듯,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자기를 길들여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헤어짐의 순간엔 눈물을 보이는 여우의 모습은, 사랑을 갈구했지만 이별엔 익숙치않은 연인의 모습과 같았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길들임'을 알려줬지만, 왕자는 여우에게 그에 따른 '책임'을 알려주었다. 어쩐지 그들의 모습에서 남녀간의 마음이 보였다.


 어린왕자가 자기별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장면이 난 가장 좋았다. 주인공 '나'에겐 어린왕자와 꽃, 양이 있을법한 수많은 별들이 소중할테고, 또 어린왕자에겐 도르래가 있는 우물들을 상상하며 웃음지을 것이라는 장면. 그 장면 속에서 서로 하늘을, 별들을 보며 웃음지을 법한 둘의 모습이 상상되어 마음이 따뜻해졌다.


다음은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글귀이다.


 "내 생각엔," 어린왕자가 말했다,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건 모든사람이 언젠가는 자기의 별을 다시 찾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내 별을 봐. 마침 우리 머리위에서 빛나고 있어. 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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