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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결임 Aug 18. 2024

프롤로그

와. 나보다 더 우울한 인간이 있다니.


아니, 인간이라고 칭해야 하나.



그 애를 처음 만났을 때 들었던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나만이 회색 도시의 회색 인간인 줄 알았는데 그 애를 발견하고서야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딱히 주변인들에게 별종 취급을 받는 건 아니었지만 일반적으로 또래 애들과 다르다는 공포감을 청소년기에 조우하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게 심신에 좋았다. 물론 그렇다고 그 애에게 동질감 비스무리한 게 생기지는 않았다. 애초에 잘 알지도 못하는 애였고 같은 회색 인간이라는 이유로 내적 친밀감이나 전우애가 생겨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감정. ―나보다 더 못난 애가 있다니!―라는 안도감을 느꼈으면 그만이었다.



그 애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반 아이들도 모르고 심지어 선생님들 마저 모른다. 선생님이 그 애를 부를 때는 저기, 거기, 너 같은 말을 쓰곤 하지만 대부분은 부를 일이 없어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사실 생각해 보면 없는 이름을 굳이 부르려고 애쓸 필요도 없었다. 요즘 세상에 이름 없는 애가 어디 있겠냐만은 가끔은 지구상에서 예상외의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뭐, 그렇다.

또래 애들은 그 애를 멸치 대가리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게, 정말 멸치 대가리다. 으레 인간이라면 인간의 몸과 인간의 머리를 이어주는 인간의 목이 있기 마련인데 그 애는 인간의 머리가 없다.



어쩌면 인간이 아닌 걸까.



인간의 목이 있어야 할 자리엔 목 대신 아가미가 달려있고, 인간의 머리가 있어야 할 자리엔 멸치 대가리가 우두커니 얹혀져 있다. '인간'이라면 '인간의 머리'가 있어야 '정상'인데 그 애는 정상이 아니다. 어째서 그 애는 인간이 아닌 걸까 하루를 꼬박 생각하다 끝내 이런 결과에 도달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그 애는 인어인 게 틀림없다. 그게 아니라면 외계인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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