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읕 Feb 08. 2019

골목길


1.

피맛골,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훼손되기 전을 기억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게 아니라서

어릴적 피맛골의 추억이라든지 풀어낼 소회도 없는데

피맛골은 내게 그리움 비슷한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


생각해보면, 

고작 서너번 가본 게 전부인 피맛골이

내게 저런 감상을 불러 일으키는 이유는


피맛골이 지닌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골목이 지닌 보편성 때문일 것이다


2.

골목은 흥미로운 공간이다


소설가 김애란의 표현처럼

"주름처럼 자글자글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굽이굽이 도는 순간마다

갑자기 툭 튀어 나오는 자전거

우르르 몰려다니며 축구하는 초딩들

응달에 미처 녹지 못한 눈뭉치

담장을 넘는 개짓는 소리

따위를 만나게 되고


어쩌면 골목에는 

내가 모르는 어떤 비밀이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또아리를 틀고 숨어 있을지도 몰라,라고 

생각하게 된다


3.

"우리 주거에서 시(peom)는 사라지고 설명서만 남았다"


시골집이 지닌 정취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계단, 엘리베이터, 복도가 들어선 현대 건축을 놓고 

건축가 서현 선생이 꺼낸 이야기다


길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골목길을 대신해 들어선 4차선, 8차선 대로는

깔끔하고 편리하지만, 정말이지 재미라고는 일도 없다


나는 요즘도 퇴근길이면

조금 돌아가더라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모를 

골목길을 보물찾기하듯 걷곤 한다









작가의 이전글 꼰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