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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읕 Jan 10. 2021

#6. 빠짐없이

2021년 1월 10일 일요일

D-15,630


지금은 새벽 1시 29분. 


매일 글을 기록하려고 지난주부터 생활 패턴을 바꿨다. 밤 9시쯤 지오가 잘 때 같이 잠들어서 새벽 3시쯤 일어나 출근하기 전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로. 딱 일주일 지났다. 그런데 결국 어제는 패턴이 깨졌고 글을 하루 건너 뛰었다. 이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의지가 중요해라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해보니 단순히 의지만 갖고 생활을 바꾸기에는 쉬운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저녁 문제. 소영이가 저녁 6시쯤부터 저녁을 준비하는데(원래 나도 자주 했지만 요즘 일이 바빠서 아예 저녁은 손을 뗐지) 나는 그 사이에 지오를 씻기고 낮에 못 놀아준 걸 벌충하기 위해서 놀이방에서 책도 보고 블록도 쌓고 한다. 이번 주는 일이 너무 많아서 7시 넘어서 퇴근할 때도 있어서(재택인데 왜! 도대체 왜!) 못 놀아 준 날도 있었지만. 아무튼 다시 돌아가서, 문제는 소영이가 지오 밥을 하면서 우리 저녁도 같이 준비해야 하는데 그게 쉬운 게 아니란 거다. 이 생활패턴 이전에는 지오를 재우고 밤 9시 넘어서 같이 뭘 만들어 먹거나 시켜 먹는 일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내가 새벽에 일어나려면 무조건 지오 밥 먹을 때 우리도 함께 저녁을 먹어야 한다,라는 사실이 소영이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된 거 같다.


두 번째는 쓸데 없는 내 예민함. 평소에는 그다지 과민한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 오히려 성격이 축축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곤 한다 – 잠드는 문제에 있어서만은 초예민하다. 잠들기 전에 내 청각은 소머즈급으로 예민해지고 멘탈은 매우 쿠크다스급으로 약해지는데, 어느 정도 선잠이 든 상태에서도 작은 소리가 들리면 바로 반응해서 벌떡 깨버린다. 우리 집이 층간 소음에 취약한 편은 아니지만, 밤 9시면 윗집 애기들이(무려 세 명인데 평소에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가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창 뛰놀 시간이라 잠드는 게 곤욕이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 전반적으로 수면질이 떨어지고 절대적인 수면 시간도 줄어들었다.


세번째는 어쩔 수 없는 행사. 아직 벌어지진 않았지만, 집안 행사가 있으면 필연적으로 지방으로 내려가야 한다. 나랑 소영이 각자 집이 포항, 옥천이므로. 고향집이나 처가에 내려가서 지오를 안 깨우고 글을 쓰려면 거실로 나가야 되는데, 새벽 같이 일어나서 거실에서 노트북 켜고 요란 떨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이 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습관을 만들 거다. 피치 못하게 하루이틀, 길게는 며칠을 빼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다시 돌아오게 끈으로 나를 단단히 묶을 거다. 


오늘 맥북을 열고 파일을 정리하다가 김용택 시인의 글귀(어디선가 인터뷰한 문장을 긁어 놓은듯)를 봤다. 

“글쓰기는 사람을 귀하게 한다.”


그래. 빠짐 없이, 귀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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