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2024년
안 좋은 일은 꼭 한 번에 다 온다더니, 좋은 일도 한 번에 다 오는구나 싶은 10월이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었던 여름이 가장 끔찍했던 기억으로 남아버린 2024년. 유난히 길게 갔던 더위와 함께 내 괴로움도 같이 사라져 버린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물론 모든 것이 다 해결되고 다 편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원래의 나'라고 정의 내리고 있던 내 모습을 제법 되찾았다.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마음 깊이 좋아할 수 있는 상태.
거창할 것 없이 맛있는 커피 한 잔에 기쁘고, 멋진 산을 보며 벅차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나의 힘든 일을 전하기보다는 당신과 함께 있어서 나는 지금 참 행복하다고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정도의 상태. 난 그런 내가 좋았는데 한동안 그 모습을 잃고 살았어서, 이러한 특성을 다시 찾은 지금에 나는 한층 감사를 느낄 수 있다. 오늘도 북한산을 보며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한 번 잃어보고 얻은 거라 그런지 더더욱 감사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다행히도 세상과 내 사람들은 나를 기다려줬다. 다시 돌아온 나를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나랑 재밌게 놀기를 기다려준 사람들. 이번 시기를 겪으면서 알게 된 정말 값진 것 중 하나가 그것이다. 내가 정말 정말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고 있다는 사실. 원래도 익히 알고 있었고 감사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심각하게 힘들어보니 그런 관계가 더없이 귀하다는 것을 더더욱 깨닫게 되었다. 특히나 자기도 힘든 상황을 보내는 와중에도 마음 한 편을 내어주며 내 상태에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너무 고마웠다. 나는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리고 다짐했다. 적어도 이 사람들한테만큼은 나도 언제든 달려가 함께해 줄 거라고. 그 귀한 마음들을 나는 절대 잊지 않을 거다 흑흑
음.. 여기에다가 쓸 수 있을까 싶긴 한데 내 삶에 또 다른 큰 변화가 생겼다. 아직까지는 현실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나날이라 신기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지만 아무튼 정말 10월의 '기적'이라 평할 수 있을 정도의 일생일대의 일이긴 하다. 2024년은 정말 여러모로 내 인생 대격변동의 해구나 싶고.. 정말 정말 이 다이나믹함을 어떻게든 견디며 지금 이렇게 또 차분히 앉아 글을 쓰는 내게 고맙기까지 하다. '글을 쓰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음에 또 감사를 느낀다. 이렇게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별것 아닌 것들에 감사할 수 있는 내가 좋다. 하지만 좋다고 너무 들뜨지 않을 것이고 안 좋다고 너무 기죽지 않을 것이다. 그저 모든 것에서 좋은 것을 바라볼 줄 알되 담백하게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