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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아재 Sep 30. 2024

악마에게 사기친 레전드 사기꾼

악마에게 사기를 친 사기꾼의 전설


대학을 졸업하고 친구들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점백이는 친구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면 이길 자신이 없었다. 결국 그는 노력은 조금 덜 하면서 야매로 성공하는 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서 유튜브도 찾아보고 검색도 해 보는 등의 열심히 찾았다. 그는 성공하고 싶었다.


평소 눈 여겨 보던 성공한 사업가가 강연을 한다고 해서 그는 당장 일정을 챙겼다.

토요일에 하는 강의였는데 같은 날 있던 약속도 취소하고 1시간 전에 도착해서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강연은 성공한 사업가의 삶의 여정을 꿰뚫는 훌륭한 강연이었다.


“이상 여기까지 입니다. 혹시 질문 있으신 분 계신가요?” 강사가 금테 안경을 밀어 올리면서 좌중을 돌아보았다. 출판 강연회를 하면 보통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제일 앞에 앉은 남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건 김점백이었다.


“강사님, 그래서 그렇게 사업에 성공하셨는데요, 정말 핵심적인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중요한 것은 아까 다 강연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만의 노하우는 집념을 가진 등산이었습니다. 성공 비지니스에 왠 등산이냐고 뜬금없이 생각하실 분들도 계실 겁니다. 흠, 우리나라에 백두대간이라고 있어요. 백두대간이란 이 나라의 척추를 이루는 듯이 이어진 산 봉우리들을 표현하는 사자성어입니다. 지리산에서 백두산까지를 의미하는데 지금은 분단상황때문에 북측이 막혀 있으니 지리산부터 강원도 진부령까지만 갈 수 있습니다. 한번 걸어보세요. 지도상 거리는 730킬로미터이지만 실제로는 1,200킬로미터 정도 될 겁니다. 정말 성공을 원하시면 한번 걸어보세요. 제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겁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입니다.” 작가는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강의를 마무리했다.


점백은 강사이자 작가에게 책 싸인을 받으러 나갔다. 성공한 강사는 자신의 책에 싸인을 해 주면서 점백에게만 몇 마디 더 속삭여 주었다.  


그렇게 점백은 강사의 말만 믿고 혈연단신으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한겨울이라 날은 추웠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1인용 텐트까지 준비해 가면서 걷고 또 걸었다. 벌써 두 달이 지났다. 하지만 이미 성공한 강사의 말이니 그 조언을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어차피 이것 말고는 사실 매달릴만한 줄도 없었다.


하지만 한겨울 날씨는 너무나도 추웠다. 지리산부터 시작한 종주는 벌써 두 달하고도 반이나 지났다. 정신도 지치고 육체도 지쳤다. 이제 거의 끝을 향해서 달리고 있었다. 영하 15도의 강추위속에서 아직도 8킬로나 되는 배낭을 메고 그는 묵묵히 걸었다. 어제 미처 말리지 못한 등산화는 양말 속까지 축축했다. 발바닥은 오전부터 감각이 무뎌지고 있었다. 동상에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야, 쟤 저러다가 천국 가겠는데?” 그쪽 지역을 담당한 지 얼마 안 된 신입 악마는 직접 공중에 화면을 띄워가면서 바로 윗 반장에게 보고했다. 윗선으로 보고도 없이 천국가는 사람들을 방치하면 시말서를 써야 한다. 시말서 몇 번 내고 나면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었다.


“어떤 상황인데?” 반장 악마가 짜증섞인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또 천국으로 바로 가는 인원이 생길 것 같아서 긴급보고 드립니다. 지금 이 친구가 두 달이 넘게 계속 백두대간 능선 코스를 걷기만 합니다.”


신입 악마가 보여주는 화면에는 한 남자가 온 몸에 눈을 뒤집어 쓰고 비틀거리면서 무릎까지 눈이 쌓인 산 능선을 힘겹게 걷고 있었다.


“얼마나 더 버틸 것 같아?” 반장 악마가 또 물었다.


“상태를 보아하니 오늘 밤을 넘기긴 힘들 겁니다. 머리 위에 저울을 보니 천국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습니다..” 신입 악마가 지난 3개월간 보고 듣고 배운대로 답했다.


“요즘 저쪽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아? 무슨 특별 천국 할인 이벤트 기간인가?” 반장 악마가 혼자말처럼 비아냥거렸다.


신입 악마는 대답을 해야 하는 건지 헷갈려서 그냥 반장 악마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화면 꺼.” 반장 악마가 거칠게 명령했다.


공중에 뜬 화면이 사라졌다.


반장 악마는 신입 악마에게 계약서를 한장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우리쪽에서 선점하는 계약서야. 전문용어로 입도선매라고 하지. 가서 제안하고 와. 내용은 가면서 읽어보고.”


점백은 폭설이 점점 더 심해지자 오늘은 도저히 더 걷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 얼은 발도 녹이고 좀 쉬고 싶었다. 능선 아래로 큰 바위가 보이고 그 아래 텐트를 칠 수 있는 공간이 보이자 그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서둘러 큰바위 밑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날씨는 춥고 눈바람이 심해서 앞도 이미터에서 삼미터 이상은 잘 보이지 않았다. 일단 여기서 하루 쉬었다가 가기로 마음먹었다.


목이 마르고 배도 고팠기에 서둘러 배낭을 꺼내서 텐트를 쳤다.

막 텐트를 치고 버너를 켜고 인근 쌓인 눈을 퍼와서 냄비에 담았다. 눈이 녹자 눈 녹은 물을 조금 마셨다. 그리고 남은 물을 끓여서 커피믹스를 한잔 타서 마셨다. 몸이 조금 따스해졌다.


그 순간 앉아 있는 그의 작은 텐트 안에 양반다리를 하고 양복은 입은 신입 악마가 나타났다. 그의 옆에는 사각의 검정 가죽 가방이 세로로 세워져 있었다. 머리의 뿔과 붉은 눈자위가 그 강사가 말했던 악마가 확실했다. 점백은 악마가 그의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니 조금은 놀랐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신입 악마는 옆에 있던 가죽가방을 옆으로 눕혀서 금색 잠금장치를 딸깍거리며 열고는 바로 계약서를 내밀었다.


“인간이여, 내가 누군지는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알겠지? 여기에 싸인만 하면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들어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준다고?” 강사가 말했던 그 악마였다.


점백이 계약서를 받아서 보니 ‘영혼양도계약서’라고 쓰여 있었다.


강사에게 들은 말이 있어서 그는 신입 악마 붉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는 잠시 생각을 했다. 아니 이 곳에서 종주를 시작할 때부터 항상 생각했던 것들이었다.


“좋아, 내가 원하는 것은 다음과 같아.

첫째. 예쁜 미인과 결혼시켜 줄 것

둘째. 강남에 빌딩을 사줄 것

셋째. 장관직으로 3년이상 근무하게 해 줄 것


“전혀 문제가 없어. 그 정도는 뭐 소박하네.” 신입 악마가 시니컬하게 답했다.


신입 악마는 바로 손짓을 해서 계약서에 점백이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문자로 기입되게 했다. 공중에 쓰여진 문자들이 마치 새가 날아서 들어가듯이 주르륵 줄지어서 종이에 쓰여졌다. 그건 마치 인쇄한 글자 같아 보였다.


“단,계약서에 싸인하기 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 특약을 하나 넣고 싶다구. 특약이 뭔지는 알지?” 점백이 단서를 달았다.


“아, 그럼 당연하지, 이 계약 내용보다 우선하는 것 아닌가.” 신입 악마도 밀리고 싶지 않아서 받아쳤다.


“그렇지, 잘 알고 있구먼, 내가 특약에 넣고 싶은 건 다름이 아닌 과정을 중요시 한다는 내용이야. 난 자네같은 악마가 아니지 않나. 인간은 기껏 살아야 백년이라고. 내 소원이랍시다 치고 눈 깜짝하게 마법으로 완성을 시켜주는 것은 절대 반대란 말이지. 난 인간의 삶을 온전히 잘 누리고 싶다고. 빨리 소원을 이루어지게 해 준다면서 갑자기 장면 확 바꿔서 결혼시키고 빌딩샀고 장관이고 뭐 이런식의 결론만은 강조한 결말은 싫다는 말일세. ” 점백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또박또박 발음했다.


“허허, 이 친구 일을 어렵게 만드는 구먼. 그래 특약에 넣고 싶은 것들이 겨우 그런 것들인가?” 신입 악마는 점백을 보면서 아직 자신이 못 만나보지 못한 인간 유형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백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말쑥한 차림의 신입 악마를 쳐다보면서 다시 강조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원인과 결과만 주어지는 마법같은 소원은 싫다네. 우리 인간들은 어떤 일을 하면서 훌륭한 결과를 기대하지만 그 결과에 대한 기대에 못지 않게 그 과정에 대해서도 매우 중요시한다네. 귀농을 원하는 사람의 예를 들자면 전원주택을 지으면 시작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지어가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들도 많고 말이야. 내 요구사항은 앞으로 삶을 살면서 하나 둘 과정을 거쳐서 달성하게 해 줘.”


“그래, 그냥 한방에 소원을 다 들어줄 수가 있는데 싫다고 하니 할 수 없지 뭐. 내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자네에게 신경을 써야 하니 귀찮은 일이지만. 싸인을 해 주게. 이제는.” 신입 악마는 계약서에 싸인만 받으면 반장의 칭찬을 들을 것이라는 생각에 종용했다.


남자의 주장으로 신입 악마는 다음의 특약 두 개를 추가했다.


특약 1 : 위 3개 중 하나라도 달성하지 못하면 이 계약은 무효로 한다.

특약 2 : 과정이 없이 결과만을 주는 소원성취를 한다면 그것은 소원이 성취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시간이 훌쩍 지나서 약속은 하나씩 지켜졌다. 일단 점백이 원하는 회사에 취업이 되었다. 물론 그건 그 회사의 재무팀장이 회사의 상당한 돈을 횡령하고 있었는데, 그는 이미 악마의 후배로 예약이 되어 있던 사람이어서 꿈에 악마가 나타나서 신입 채용시 이 사람을 뽑으라고 하니 당연히 신의 계시로 착각해서 공채 인원 중 한명으로 넣었다.


점백이 월급 받은 것으로 로또를 사니 로또가 당첨되었다. 이건 점백의 계약 때문이었는데 그냥 돈이 생기게 할 수는 없어서 과정을 만들려고 신입 악마가 생각해 보니 방법이 없어서 반장 악마에게 얘기했고, 반장도 과정을 만드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내가 결과만 주는 것은 가능한데 과정은 안된다고. 그건 우리 능력밖이야." 반장 악마도 해결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그 점백의 영혼을 그냥 천국으로 보내는 것은 계약서에 날인까지 받은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반장 악마는 근 한달을 고민했다. 천사랑 대화를 하는 것은 무척 힘들었다.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온 몸에 소름이 돋기 때문이다. 반장 악마 패거리들은 일요일이면 교회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평소 안면이 조금 있던 천사를 찾아갔다. 천사는 당연히 지옥을 맡고 있는 반장 악마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다. 자신의 구역의 천사 주민들이 가족의 안부를 너무 궁금해 하고 늘 걱정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반장 악마가 천국에서 온 메세지를 지옥에 있는 죄인에게 몰래 전달해 주는 조건과 천국의 선물을 몰래 죄인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천국에서 파견 나온 천사를 통해서 로또 당첨 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행운을 비는 것은 자신의 능력 밖이기 때문이었다. 점백은 그 당첨금으로 강남에 낡은 주택을 하나 샀는데 그쪽으로 재건축이 진행 된다고 해서 바로 투자금의 4배를 벌었다.


결혼의 과정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그건 유혹이라는 기술이 자신들의 부전공 정도로 들어 있었기에 점백이 어떤 모임에 나가서 아주 예쁜 여자가 있어서 마음에 든다고 몇 번을 주시하자, 여성의 눈에 한꺼풀 유혹의 장막을 덧씌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당연히 여성도 선뜩 마음에 든다고 해서 둘은 일사천리로 결혼도 했다.


여자는 부동산 쪽에 조예가 좀 있어서 투자를 고민하던 남자에게 이제 막 분양하는 미분양 아파트를 추천했다. 트리마제 아파트 제일 큰 평수를 사서 입주하고 한 3년 살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팔라고 했다. 다시 이걸 팔아서 차익이 생겼다. 희한하게도 그가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그 일대가 개발되거나 인근 부동산의 가격이 폭등했다. 욕심과 투기 유혹 이런 것들을 조장하고 만드는 것은 신입 악마에게 전혀 힘든 일이 아니었다. 돈은 술술 벌렸다.


그의 나이도 어느듯 쉰 살이 되었다. 그동안 잘 살아 왔다. 이제 회사도 퇴직했으며 강남에는 번듯한 빌딩도 하나 있다. 매달 월세가 나와서 먹고 살 걱정도 없었다. 첫번째 소원과 두번째 소원은 이루어졌으나 아직 세번째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점백은 마음 급할것이 하나도 없었다. 삶에서 이루어지긴 쉬운 약속은 아니었다. 아마 계약서를 써 준 쪽도 별의별 정치적인 수단을 다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반장 악마는 화가 많이 났다.

“야, 너는 무슨 계약을 이렇게 개떡같이 해서 매번 사람들을 조정하고 움직이게 하냐고. 엄청 손이 가잖아. 지금. 또 이 친구 장관시키려고 판을 만들고 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잖아. 앞으로 인간하고 계약하게 되더라도 왠만하면 정치에 관련된 소원은 들어주지 마. 차라리 다른 것을 유도해서 그쪽으로 몰아가. 천재 작가가 되게 해 주겠다던가. 도자기 장인을 만들어 주겠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정치 이쪽은 뭐 하나 시키려면 여기저기 손 봐야 할 곳이 너무 많아. 단순하게 돈이 팍 생기게 하는 것 하고는 차원이 다르다고. 더구나 자네가 과정을 넣어두어서 일이 두배 세배로 힘들어. 나도 아주 머리가 아파.”


“죄송합니다.” 신입 악마가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 부터 설득하고 내려와야 하니 ...아 머리아파.” 반장 악마가 휘리릭 하고 바람을 일으키면서 공중으로 사라졌다.


점백은 주말을 맞이해서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전교 1등 이종대에게서 전화가 왔다. 대학교 4학년때 행정고시에 합격해서 이미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친구였다.


“왠일이야, 우리 고등학교 전교 1등 친구께서 친히 전화를 다 주시고.” 점백이가 말에 리듬을 주어서 전화를 받았다.


“점백아, 너 장관 한번 할래?” 이종대 수석은 단도직입적이었다.


“야당이 다수인데 괜찮겠어?” 점백이는 누구의 작업인지 알고 있었기에 당연히 이렇게 자신의 3번째 소원인 장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드디어 내정자로 언론에 발표가 되고 장관 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장에는 기자들과 방청객들 그리고 관계 공무원들 그리고 여당과 야당의 현직 국회의원들로 가득찼다.


야당 의원들은 김점백 행안부 장관 내정자에게 날 선 질문들을 쏟아냈다.


“김점백 증인, 똑바로 발언하세요. 자녀 교육을 위해서 강남 위장전입이 이것 사실 아닙니까? “ 점백이 방청석을 보니 자신을 도와주는 팀의 팀장이 안경을 만졌다. 아니라고 거절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점백은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면서 장관이 되고 싶지 않았다.


“네, 사실입니다. 저는 위장 전입한 사실이 있습니다.”

점백이 말하는 순간 청문회장 안은 여당과 야당의원의 고성이 오가면서 아수장이 되었다.


물론 김점백의 이런 기행은 다음날 대서특필 되었다.


[ 행안부 김점백 장관후보 솔직하게 위장전입 인정.]

[ 위장전입 인정한 김점백 장관후보 사퇴하나? ] 등의 자극적인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김점백 장관후보는 일단 대통령실의 결정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이 안되면 자신의 영혼양도계약서는 무효가 되니 자신의 입장에서는 꿩잡고 알먹고의 상황이었다.


한편, 반장 악마는 화가 나 있었다.


“야, 임마, 너 때문에 지금 내가 다른 나라의 일으켰어야 할 재난을 못 일으키고 있어. 신경을 여기에 다 쓰느라. 아 미국쪽도 가야 하는데 또 대통령 꿈 나타나서 이거 결정하라고 협박하러 가야 하잖아. 야당 의원들 꿈에도 나가서 타협해야 하고. 원래 재난을 주는 것은 가능한데 행운을 주는 것은 우리들 역량 밖이야. 그러니 또 야당의원들 중에서 요구하는 로또 맞게 해 주느라고 천국 사무처장하고 또 협의도 해야 해.”

반장 악마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신입 악마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점백은 행안부 장관이 되었다.

벌써 2년째 장관으로 있다.


야당에서는 무슨 연유인지 김점백에 대한 탄핵은 생각도 않고 있다.


김점백은 언론과 인터뷰를 할때마다 물어보지도 않은 사안마다 야당 총수를 걸고 넘어갔다. 심지어 5분동안 야당 총재를 향해서 모욕적인 언사를 하기도 했다. 야당 총수는 괜찮다고 연신 방송 출연을 자처하면서 싸인을 주었지만 과반수가 넘는 야당의원들은 그런 진백의 도전을 참지 못했다. 


연일 야당총수를 건드리는 그를 보면서 결국 소장파를 중심으로 해서 행안부 장관 탄핵 서명 운동이 시작되었다. 일단 그의 탄핵여부를 따지는 투표가 국회에 올라오자 야당의원들은 실사천리로 진행했다.


그 결과 불과 6개월을 남기고 김점백은 장관에서 탄핵을 당했다. 

점백은 웃으면서 장관직을 떠나겠다고 공표했다.


그날 저녁에 친구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님께서 헌법재판소 결과를 좀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왜 떠나겠다고 먼저 공표를 해 버렸어? 다시 번복 좀 하자. " 친구는 좋은 말로 타일렀다.


하지만, 점백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냐, 난 장관직도 할 만큼 했어. 더 하면 안되지. 역대 한국에서 나만큼 오래 근무한 사람도 많지 않다구. 정말 적당한 타이밍이야. 난 딱 좋아. 여기까지 할께.” 점백은 얼른 전화를 끊었다.


조금 지난 시간에 신입 악마는 반장 악마에게 혼나고 있었다.


“아니, 누가 신입 아니라고 뭔 계약서를 이렇게 간단히 적었어? 스스로 그만 두는 경우에는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없다고 특약 조항에 넣었어야지. 뭐 그런 경우는 계약해지 사항에 해당이 안된다든가 등 쓸 게 얼마나 많은데. 무조건 3년 장관이라고 쓰면 뭐하냐? 다른 나라도 아니고 한국에서 장관으로 1년 이상 자리 보전하고 버티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애초 3년씩이나 약속한 것 부터가 잘못이었어. 아무리 우리가 야당 총재에게 협조를 구해도 그 밑의 모든 국회의원들까지는 설득할 수가 없었어. 그러니 그만하고 잊어. 그딴 놈은.”


“예쁜 미인도 만나게 해주고 평생 먹고 살 만큼 돈도 벌게 해 주었는데, 겨우 6개월을 못 채우게 했다고 계약이 무효라니요. 너무 억울합니다.” 신입 악마가 볼 멘 소리를 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사기꾼 만나서 한번 배웠다고 생각해. 현대사회에서 계약서는 정말 중요해 토 하나 안 달았다고 그냥 골로 가요. 순진해 보이는 인간이라도 함부로 보면 안 돼. 우리보다 독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특히 한국은 사기꾼들 천국이야. 너도 조심해. 사기는 너 처럼 이렇게 안이하게 있다가 당하는거야.” 신입 악마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아뇨, 다른 장관이라도 6개월 더 시켜보겠습니다. 3년 채우게요.”라고 신입 악마가 말했다.


“야, 너 같으면 하겠니? 저게 아직도 인간에게 사기당한 것도 모르네. 몰라.” 반장 악마는 아직도 꽉 막힌 이놈의 신입 악마에게 계속 일을 맡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이, 저놈에겐 마이너스 고과를 주어 올해도 승진은 시키지 않겠노라고 반장 악마는 마음 먹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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