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를 빠져나와 왔던 길을 돌아가던 중 2차선 도로 옆으로 난 길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습니다.
도로 옆으로 빠진 길에서 왜인지 저기로 가면 바다가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길을 조금 지나쳤지만 비상등을 켜고 후진을 하여 도로 옆 좁은 길로 들어섰습니다.
들어서니 의외로 넓은 공간이 나와 주차를 하고
둑 위로 올라섰습니다. 둑은 쭈욱 이어졌는데 저 끝에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계속 차를 타고 이동했으니 걸어볼까 하고 별생각 없이 몇 걸음 내딛다가 갑자기 채석강 생각이 들었습니다. 채석강은 물 때가 있어서 제한적으로 볼 수 있다는 곳인데란 생각이 들고 물이 빠진 갯벌을 보자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채석강을 가면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이곳에서 산책 후 동네 작은 가게에서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는 작은 재미를 놓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이런 고민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산책 후 몸에 열이 올랐을 때 음료수를 마시는 것은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물 때가 맞아야 볼 수 있는 채석강은 앞서 말한 것보다 더 귀한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왔다는 추억의 새김을 위해 급하게 사진만 하나 찍고 채석강을 검색해서 이동했습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결정하는 일은 참 고민스럽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그 시작부터 결과까지 모두 알 수 있어 안정을 찾지만 그 당시에는 정보가 부족하여 무엇이 더 좋은 결과를 줄 것인지 아주 작은 것에도 좋은 결과를 놓칠까 봐 떨립니다. 여행이란 것은 이러한 알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떨림과 함께 하는 것이라 봅니다.
인간이 무엇인가 두려워하는 원인 중 하나는 알지 못함에서 오는 두려움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위험하다면 위험할 수 있지만 모든 환경을 인간 중심으로 바꿔서 과거보다 매우 안전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현대 과학에서 말하듯 알 수 없는 판단과 행동이 과거 유전으로 이어져오는 새겨짐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여행을 떠나는 욕구는 너무나 안전해진 현대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위험을 느끼고 싶은 본능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러한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은 익스트림 스포츠로 빠지고요.
시골의 2차선 도로를 가다가 차 한 대 지나갈 만한 폭의 길로 빠진 것. 그리고 왜인지 내소사란 산을 봤으니 그 반대 방향에는 바다가 있을 것 같다는 것. 그리고 그 바다를 봤는데 썰물 시기라서 채석강에 가자는 생각을 하고 바로 이동한 것 이 모든 것이 알 수 없는 상황 들에 대하여 선택하고 모른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마음에서 오는 즐거움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좋은 결과에 대한 포장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잘 맞추지 못해서 채석강에서 원하는 만큼 다 얻지는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