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작성하는 중에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잠시 터미널 근처의 공공도서관에서 버스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름이기에 창문을 약간 열어두고 너무 뜨거운 날씨이기에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맑은 하늘에 비가 쏟아지더니 하늘이 흐려지고 빗줄기가 굵어졌습니다. 차의 창문을 열어두었기에 급한 마음에 도서관에서 우산을 빌려서 창문을 닫고 왔습니다. 물이 내부에 상당히 들어왔지만 다행히도 창문을 조금만 열었기에 그리 피해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짐을 쌀 때 날이 맑아서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우산을 급하게 찾았습니다. 차문을 열은 채로 빌린 우산을 쓰고 있어도 등으로 빗물은 떨어지고 애타게 찾는 제 우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조수석 바닥을 더듬거려서 바닥에 뒹굴고 있는 우산을 찾았습니다. 이미 등과 바지와 양말의 발목 부분이 젖었습니다. 여행에서 필요한 우산을 무게를 조절한다는 이유로 뺐는데 이것을 왜 짐에서 제외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일상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주어진 기준과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한다고 하지만 마치 우산을 빼두고 비를 맞은 것처럼 때로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또한 이렇게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에 빗물이 들어와서 곤란해지거나 옷과 양말이 젖는 것처럼 개인은 개인의 일에 대하여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너무 사례가 넓어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공감하는 자연의 법칙이나 세상의 이치라고 말을 바꿔도 좋을 듯합니다. 어떻게 표현을 하더라도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동 중에 보는 유튜브를 보면서 이러한 자연의 법칙 또는 세상의 이치 그리고 종교인들은 신의 섭리라 부르는 것들이 꼭 지켜지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문제에 의하여 사람이 생명을 잃어도 책임지는 이가 없이 계속 삶은 이어집니다. 하필 여행을 가는 길에 본 뉴스가 무거운 내용이라 안타깝지만...
평범한 사람 중 하나이기에 안 좋은 일을 겪은 소식을 보더라도 저는 제 여행을 떠납니다. 다만, 자신이 한 일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지는 삶을 살았기에 권력과 돈을 이용해서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며 살고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면서 살아가는 분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버스터미널로 이동을 합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우산을 제외했었다는 것은 어떤 생각으로 당시에 이런 의사결정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결정한 행동에 대해서는 스스로 그 결과를 수용했고 공간을 마련해서 우산을 챙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서 삶을 이어나가는 이들과 다른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