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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나그네 윤순학 Oct 17. 2021

프롤로그 - 골목 아재의 독백


나는 아재입니다. 


아저씨를 좀 더 친근하게 표현해서 그렇고 어릴 적에 친가, 외가 육촌 정도 되는 분들을 그렇게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중년의 아저씨죠~  아직 ‘꼰대’까지는 멀었다고 나름 생각하지만, 주관적 사항이라 장담하진 못하겠죠. 


얼굴은 동안인지라 머리 손질 잘하고 샤프한 케쥬얼 복장을 차려입으면 나름 더 어리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주변 평이 그렇다 합니다. 근데 한두 해 전부터는 사정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부쩍 머리숱이 듬성듬성해지고 머리색도 새치를 넘어 반백이 돼가며 세월을 느낍니다. 대대로 집안에 빛나는 민머리(?)는 없었기에 설마(?)하지만 내심 불안하기는 합니다.   

   

중년! 신(新) 중년, 꽃중년이라고도 합니다. 


사전적 의미로 ‘신중년’이란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중년」이라고 정의합니다. ‘꽃중년’은 덧붙여 「자신의 외모를 가꾸고 관리를 철저히 함으로써 아름답게 보이려 노력하는 중년의 남녀」라고도 합니다.     


중년은 맞지만, 평소 털털한 탓에 아무래도 꽃중년은 아닌가 봅니다. 싱싱한 꽃중년이고픈 마음인데 몸이 따라가지 못합니다. 다같이 겪는 일이지만 팬데믹으로 하루하루가 힘듭니다. 사업, 일도 쉽게 풀리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덩달아 생각도 많아집니다. 누구나 그렇듯 착한 집콕 생활이 많아졌습니다.      

취미생활도 딱히 없고 굳이 꼽자면 ‘걷기와 사색’, ‘독서와 영화’라는 돈 안들고 만만한 종목이지만, 그중에도 ‘걷기’, ‘무작정 홀로 걷기’, ‘하루 종일 걷기’, ‘골목길 구석구석 훑어 걷기’, ‘낯선 곳, 낯선 골목 찾아 걷기’를 즐기는 나는 자칭 ‘골목을 사랑하는 아재’입니다.     


몸 건강을 위해 매일 아침 잘 닦인 공원 산책코스를 걷는 것도 아니고, 주말마다 인근 둘레길을 찾는 것도 아닌, 무계획적인 골목, 거리 걷기의 달인급(?)이라 할까요. 그냥 머리가 시키는 대로 마음이 달려가는 대로 몸이 기억하는 대로 길을 걷는 것.      


오랫동안 걷다 보면 몸과 다리는 피곤할 정도가 되니 운동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고, 마음이 때론 무겁게, 때론 가벼워지니 심리 관리가 됩니다. 머리는 복잡한 상념을 두어 바퀴 탈탈 터는 만큼 맑아지죠.        


골목을 사랑하기에 그동안 걷기 생활의 업력만큼, 가슴 곳간에 생각과 마음을 대충 넣어두었는데 이제 좀 제대로 정리해서 차곡차곡 다시 쌓기로 했습니다.


반백의 인생을 산 만큼 골목의 시간을 다시 추억하려 합니다. 


황홀란 골목을 위. 하. 여 ~           



■  황홀한 골목을 위.하.여 -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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