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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현 Aug 19. 2021

여전히 손편지를 쓰는 이유

온전히내 마음을전하고 싶은 마음이 전해지기를

오랜만에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꺼내 들었다


일 년에 한 번뿐인 소중한 친구의 생일이었고, 나는 당연한 듯 손편지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글을 잘 쓰는 것도, 글씨체가 예쁜 것도 아니지만 소중한 사람들 생일에는 편지 한 통 쓰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서른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생일이면 편지를 주고받는 우리를 보면서 누군가는 "아직도 편지를 주고받아?"라고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편지를 쓰고 편지를 전하는 일을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여전히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것들이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고, 변화에 적응하는 게 옳다고 말하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것들은 분명 존재하고, 여전히 지켜가고 싶은 마음 또한 존재한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나 역시 수많은 것들이 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잃고 싶지 않은 것은,

소중한 사람들에게 손편지를 쓰는 일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내가 기억하는 손편지는 초등학생 시절의 작은 쪽지로 기억된다


그 당시에는 손편지를 써서 학교 우체통에 넣으면 다른 반 친구에게 손편지가 전달되곤 했다. 나 역시 작은 쪽지를 친구들에게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고 또다시 답장을 쓰는 일을 좋아했다. 쪽지가 도착하는 날에는 선생님께서 손편지가 온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편지를 나눠주셨는데, 나 역시 손편지로 답장을 받는 일을 좋아했다


중학생이 되어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종종 편지를 주고받곤 했다. 편지로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로의 사소한 일상을 편지로 주고받는 일이 즐거웠던 기억만이 존재한다. 대학생이 되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손편지를 쓰는 일은 자연스럽게 사라졌고, 우리는 귀여운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신세계를 맛보면서 마음을 전하는 일을 조금 더 빠르게 가볍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편리함은 존재했지만 마음이 온전하게 전해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나는, 마음을 손편지로 전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의 생일이면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려고 했고,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생각날 때면 예쁘지는 않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손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손편지를 적을 때는 유난히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말로는 쉽게 하지 못했고, 스마트폰으로 전하기에는 아쉬웠던 마음들을 한 글자 한 글자 적어 내려가는 일을 여전히 좋아한다. 솔직한 내 마음을 온전하게 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여전히 손편지를 좋아한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 요즘이다


누군가에게 말로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면 손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손편지를 쓰면서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손편지를 받는 상대방은 당신의 진심 어린 마음에 한번 더 감동할 테니까 말이다


누군가는 촌스럽다고 말할지 모르는 방법이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마음을 전하는 최고의 방법이기에 나는 오늘도 손편지를 쓴다. 내 마음을 당신에게 온전하게 전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의 마음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는 오래오래 손편지를 쓰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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