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소중히 할 수 있도록

: 그 누구도 아닌 내 마음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자

by 윤슬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


늘 습관처럼 했던 말 중 하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말이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관계는 한쪽의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신경 써야 할 관계들이 많아진다. 타인의 기분과 감정을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나는, 누군가의 감정의 변화가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진다. 20대에는 거절을 잘못하는 탓에 수많은 관계를 이어가려고 애쓰며 노력했다. 내가 힘들어지는지도 모르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저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나의 감정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던 나는,

그저 욕심이라는 걸 깨닫고 난 뒤부터 수많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집착하지 않는다


한 번은 해외여행을 갔을 때의 일이다. 함께 간 일행은 여행을 하며 만났던 사람이었다. 긴 여행을 가본 적이 없던 나에게 시간이 맞으면 함께 여행을 가자고 했던 지인 A의 제안에 함께 떠나기로 마음먹었고, 우리는 여행 준비를 하며 서로 바쁘게 움직였다. 공항에서 만났던 시간부터 A가 나를 배려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지만, 그저 그러려니 하고 즐겁게 여행을 시작하려고 했다


A의 짐이 무게를 초과해 내 캐리어로 옮겨 담는 작업을 시작으로 10시간 이상 타야 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두 좌석이 붙어 있는 자리에서 A은 갈 때는 자신이 바깥쪽에 앉겠다고 했고 올 때는 내가 바깥쪽에 앉는 걸로 하자고 제안했다. 긴 비행을 해본 적 없기에 그저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흔쾌히 알겠다고 했다. 장거리 비행에 피부는 수분이 부족하기도 했고, 발은 퉁퉁 부어 어그부츠를 다시 신을 수가 없었다. 좁은 좌석에서 스트레칭을 할 수 없었지만 그저 여행을 가는 길이니 괜찮다고 다독이며 비행을 마쳤다


첫날 숙소에서의 시차는 한국과 완벽하게 반대가 되어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에 자야 하는 상황, 나는 10시간 이상의 비행과 몇 시간의 버스를 타고 숙소에 왔기에 피곤한 나머지 금방 잠이 들었고 A는 시차적 응이 되지 않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했다. 혼자만 숙면을 취한 것 같아 미안했지만 내가 도울 방법이 없어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 오는 나라에서 처음 마주하는 풍경들이 새로웠다. 사진 속에서만 마주했던 풍경들이 내 앞에 펼쳐졌다는 사실이 행복했던 시작이었다


첫 일정부터 의견이 조금 달랐다


A는 미술관 일정에 다녀오고 싶어 했고 나는 그냥 주변 산책을 하고 싶었다. 우리의 의견이 조금씩 달랐지만,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모여 함께 사진을 찍고 "좋다"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여행 일정이 길어질수록 컨디션 조절이 힘들어졌다. 매일 아침 빵을 먹어서 속이 좋지 않았고, 나는 조식을 먹고 추운 날씨 탓에 급체를 해서 몇 시간을 토를 참으며 이동했던 적도 있었다


흐린 날씨가 계속되면서 여행을 하면서 피로도가 가속화되었다. 추운 날씨에 비가 오는 날이면, 패딩이 홀딱 젖기도 해 여행이 힘들어지기도 했다. 나는 중간에 숙소에서 짐을 챙기다가 짐 가방 하나를 놓고 나와 3분 만에 다시 찾으러 갔지만 내 가방은 잠적을 감춘 상태였다. 누군가에게는 필요 없을지 몰라도 나에게는 소중했던 짐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충전기부터 매일 쓰던 일기장까지, 한국 유심칩과 여행사에서 빌려준 기기도 잃어버렸다. 마음은 좋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여권을 잃어버리지 않는 게 어디냐는 생각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싶어 웃으며 여행을 이어갔다


내가 정신력으로 버티며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나의 추억이기도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우리의 추억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A는 점점 나의 배려를 무시하는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호텔에서는 무조건 자신이 안쪽 침대를 쓰며 캐리어를 펼쳤고, 아침 식사는 혼자 가서 다른 일행들과 먹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 다 같이 투어를 할 때는 자신이 앞질러 나가 혼자 사진을 찍고, 사진 찍어줄 사람이 필요할 때만 나를 찾곤 했다


당황스러웠지만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노력했다

함께한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역시 A가 바깥쪽 좌석에 앉았다.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안쪽에서도 편하게 가기 때문에 자신이 바깥쪽에 앉으면 되겠다는 말에 할 말이 없어 그저 알겠다고 답하곤 안쪽에 앉아서 한국으로 왔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 사이는 어색해져 있었다. 공항으로 돌아와 A는 조심히 가라며 자신의 길을 걸었다. 호텔에서 가방을 통째로 도둑맞았던 나는, 한국 유심이 없어 공항을 한 바퀴 돌면서도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의 관계가 나만의 노력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던 날들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A에게 함께 여행해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남긴 후 우리는 더 이상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타인의 감정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내 감정


처음 떠난 유럽 여행, 우리는 함께 한 시간을 각자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생각하며 자책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항상 어떤 관계에서든 내 감정보다 타인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성격 탓에 결국 상처를 받는 건 내 마음이었다. '그럴 수 있지, 서로 다른 부분이 많았던 것뿐이야' 라며 마음을 다독였다. 내 기준에서는 배려를 했지만 A는 나로 인해 마음이 불편했을 수도 있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지나간 시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두지 않고 내 마음이 상처받지 않게 보듬어 주는 일뿐이었다


수많은 관계에서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할수록 내 마음속에 진짜 내 마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진다는 것을 느낀다. 누군가의 감정이 내 마음에 들어와 내 감정을 밀어내는 일이 없도록 누구보다 내 감정을 스스로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우리가 다르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고, 서로의 방식으로 배려하고 노력했지만 결국 멀어지는 관계가 있음 또한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니까


잊지 말자, 수많은 관계 속에서도 가장 지켜내야 할 마음은 스스로를 위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누군가 내 감정을 휘두르려고 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하는 일을 경계하자. 타인의 감정보다 소중한 것은 내 감정임을 오래오래 기억하자. 내 마음을 지켜 내야 할 사람은 온전히 나라는 사실을 오래오래 안고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