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르바이트에서 배웠던 마음들

: 스스로를 지켜 낼 수 있는 유연한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by 윤슬

모든 순간의 처음은 유난히 더 짙게 기억에 남는다


첫 직장, 첫사랑, 첫 여행 그리고 첫 아르바이트, 오늘은 회사를 생각하다가 내가 스스로 돈을 벌었던 첫 아르바이트까지 기억이 떠올랐다. 좋았던 기억과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기억, 그렇게 나의 첫 사회생활 역시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졸업을 입었을 때 나는 꼭 어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중학생 때는 친구들과 우연히 동네 치킨집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치킨집 사장님께서 주시는 치킨을 먹으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치킨을 사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우리에게는 용돈도 벌 수 있고 치킨도 먹을 수 있었던 최고의 아르바이트였다고 생각했다


엄마 몰래 책가방에 전단지를 넣고 오는 날도 있었고, 우연히 가방을 보게 된 엄마가 이게 뭐냐고 물어보셨을 때 나도 모르게 허겁지겁 숨겼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엄마는 그저 웃으며 넘어가셨고, 그 뒤로 일손이 필요할 때마다 치킨집 전단지를 붙이곤 했다. 모르는 집 앞에 전단지를 조심스럽게 붙이고 혹여나 경비 아저씨라도 만나는 날이면 호다닥 뛰어서 도망가기 바빴던 아르바이트였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의 치킨집 아르바이트는 그 시절 느낄 수 있었던 일상 속 소소한 행복이었던 것 같다


나의 첫 아르바이트


고등학생이 되고 정식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도 부모님의 동의서가 있었어야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친구의 소개로 오픈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오픈이라 체계적이지 않았고 나는 일을 하면서 일을 배워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를 담당하던 매니저는 까칠한 여자분이셨다. 다른 아르바이트생의 작은 실수에도 큰소리를 냈고, 자신에게 살가운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면 대놓고 싫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 역시 그녀의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서비스업에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컴플레인이었다


10년이 넘은 지금은 기억이 조금 흐릿해졌지만, 여자 손님의 표정은 잊을 수 없다. 소통의 문제가 있었지만 단지 내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자 손님은 기분이 나빴고, 다음날 내 이름을 적어 컴플레인을 걸었다. 다음날 남자 매니저님과 사장님은 아무 말씀 없으셨지만, 추후 여자 매니저는 나를 따로 불러 잘잘못을 따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저 죄송하다고 하면 될 일이었을지 모르겠지만, 17살의 나는 그저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잘못했다는 표현을 왜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네가 잘못한 거야. 죄송하다고 하지는 않고 너 참 예의 없는 애구나?"


그녀의 강압적인 대화 방식에 나는 마음의 문을 더 닫을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나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생 모두를 싫어했다. 그녀와 일을 하는 날은 그저 실수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을 했고, 추운 겨울이 끝나고 학교 개학과 동시에 첫 아르바이트는 끝이 났다


두 번째 아르바이트에 배운 인간관계


수능이 끝나고 대학교 입학 전 용돈 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곳도 패스트푸드점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곳도 많이 없었고, 수능이 끝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은 하늘의 별을 따는 일과 같아 억지 미소를 지으며 면접을 봤던 패스트푸드점에서 두 번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첫 아르바이트와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매니저님과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사장님이랑 근무하는 날은 손님에게 나가는 모든 음식의 g를 1g이라도 더 나가면 안 된다는 말에 피곤하기도 했지만, 사장님과 근무를 제외하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패스트푸드점 특성상 일이 조금 고되긴 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즐겁다는 생각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1년을 근무했고 퇴사 후에도 종종 패스트푸드점을 찾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좋은 기억으로 남을 줄 알았던 나의 두 번째 아르바이트 역시 파도가 찾아왔다. 내가 퇴사한 후 연락을 이어갈 때도 매니저님은 뒤에서 친구들에게 나의 험담을 했다고 한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되기도 했다. 학교 밖은 어떤 곳일까,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까 어쩌면 늘 믿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들이 내 마음의 문을 닫게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첫 아르바이트의 추억



모든 순간의 처음의 기억은 짙게 남는 편이다


학교 아닌 세상 밖은 다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첫 아르바이트가 되었고 친구들과의 추억이 되기도 했다. 첫 아르바이트를 통해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에 누군가에게 이유 없이 욕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과, 내가 일하는 노동에 비해 턱없이 작은 급여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저 행복했던 시절로 기억하고 있다


첫 아르바이트에서는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는 일들에 흔들렸고, 타지에서 시작했던 첫 직장에서는 부당한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기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더 좋은 기억들을 갖기 위해 노력했기에 여전히 추억할 수 있는 그 시절이 되었다. 그 시절의 마주한 시간들 덕분에 나는 조금 더 단단한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해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인정하고 또 다른 배움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것, 나는 첫 아르바이트를 통해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우리는 여전히 모든 순간을 내가 어떤 감정으로 마주하게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살아간다.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지, 어떤 배움을 얻게 될지, 어떤 상처를 받게 될지, 어떤 성장을 이루게 될지 - 아무것도 모른 채로 살아가기에 조금 두렵기도 하고, 때로는 더 쉽게 상처 받을지도 모른다.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는 순간들이 그 당시에는 수없이 많은 파도에 흔들려 자주 지치고, 상처 받고, 아파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모든 순간들은 잘 흘러갈 것이라고 믿고, 행복한 순간들을 더 자주 만들고 기억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내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내 진심을 알아봐 주지 않고 자기 멋대로 할지도 모른다. 관계 속에서 나는 진심이었을지 몰라도 상대방은 뒤에서 나에게 상처를 남길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가짐 일 것이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순간의 상처와 아픔에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훌훌 털어버리고 더 많이 웃는 우리가 되기를, 모든 순간은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한순간에 머물지 않겠을 우리가 매 순간마다 기억하려고 애썼으면 좋겠다. 모든 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지켜 낼 수 있는 유연한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분이 태도가 되는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