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연휴를 시작했지만 나는 연휴 대신 출근을 해야 했다. 스케줄 근무여서 다른 날 쉬는 게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그저 다른 사람들 쉴 때 나도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 크게 올라왔다. 왜였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날. 내가 그저 쉬고 싶어서 집에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내 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정했던 업무량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환경에 업무가 들쑥날쑥하기 시작하면서 내 마음도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일이 많아질수록 예민해지는 건 사실이지만 힘든 티를 내기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려고 노력했다. 내 업무를 차근차근 끝내 놓으면 뿌듯함이 찾아오기도 하니까 나름의 보람을 찾으며 업무에 임했다
문제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왔다
일이 늘어날수록 투덜거리는 동료를 보는 일에 지쳐갔다. '너무 힘든데요' '이걸 어떻게 해요' 부정적인 기운이 내 주변에 맴돌 때마다 붙잡고 있던 노력들 마저 와르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 애써 외면하기도 했다. 그렇게 코로나와 함께 이곳에서의 2년이 채워졌다. 일은 적응이 됐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일은 내 일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나를 답답하게 만들곤 한다
내가 맡고 있는 인사 업무는 꼼꼼함은 물론이고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업무이다 보니 소통 능력과 센스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성격상 한 번의 실수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꼼꼼히 보고 또 보곤 한다. 혼자 하는 업무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협업의 관계에 있어 실수할'뻔' 한적도 있지만 다행히 실수가 되기 전에 알아차려 마무리 한 적을 제외하고는, 상사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으니 나름대로 내 일을 스스로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되었다
홀로 외로이 버텨 내야 하는 업무이다 보니 가끔은 회사에서도 쓸쓸한 감정이 들곤 하지만 애써 내 마음을 다독이곤 했고, 회사에서까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점점 공허해짐을 느껴 간다. 특히나 칭찬에 인색한 회사 분위기가 한몫할 것이다. 모두가 열심히 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마음으로 피해 다니는 사람들, 몇 번이고 얘기하고 또 얘기하다 보면 나 역시 지쳐 버리곤 한다
내가 도움을 주었을 때도 고맙다는 표현을 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기 싫어하는 나와는 달리 그저 죄송하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으려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고 있자면 이곳을 떠나야 할 이유가 더 명확해진다. 일이 몇 배로 늘어났지만, 내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걸까 싶은 날도 있다. 오늘은 유독 전쟁터 같은 이곳에서 혼자 애쓰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 보였다
"A 업무 완료됐을까요?"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부터였다
늘어난 업무에 내가 해야 할 일도 정신없이 챙기고 있던 터였는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나에게 물어본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욱하고 말았다. 왜 그저 자신이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당연히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어디서 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하나 꼬여 버린 실타래를 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꽁꽁 묶여버린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알 수 없어서 더 허무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인정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가 초라해졌다. 내 일을 묵묵히 해 나가다 보면 인정해 줄 날이 올 거야라고 생각했던 내가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이곳에서 일에 대한 의미를 찾는다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날, 어쩌면 우리가 퇴사를 하는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회사생활에서 의미가 없다는 것, 나에게는 회사 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 인정해 주지 않아도 내가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면 된다고 생각했던 3년 전의 나 그리고 이제는 이곳에서의 의미를 기대하는 걸 포기하려는 나 사이에서 마음에는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나는 높은 파도에 흔들리고 있고 어쩌면 파도에 휩쓸려 새로운 곳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다
나에게 일은,
경제 활동을 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생활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기도 하고, 내 업무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게 되고, 내 능력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던 오늘.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떠올려 본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나는 일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채워 나가야 할까. 지금, 이 순간. 나는 일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아무 의미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내 노력과 마음이 통하는 곳을 향해 일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