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계절에 찾아온 무기력

: 부정적인 시선보다 다정한 시선으로 우리의 정원에 꽃을 피울 수 있기를

by 윤슬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회사는 괜찮다
하지만
매일 똑같이 부정적인 이야기가 오가는 회사는 버거워졌다


부정적인 에너지에 자주 노출될수록,
무의식 중에 내 삶도 부정적인 에너지들로 가득 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들


매일 같이 굴러가는 하루와 회사원에 대한 불만보다는 그저 자신의 일을 미루느라 바쁜 회사 사람들과 서로의 장점보다 단점만을 이야기하고 다니는 회사 분위기가 버거워졌다. 매일 같이 비속어를 섞어서 이야기하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날이면 나 역시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버린다


창문 하나 없는 지하의 작은 사무실에서 쾌쾌한 먼지가 내 눈과 호흡기를 찔렀을 것이다. 현장직이 많아 사무직 직원이 몇 없는 회사이기에 사무실의 환경은 열악한 편이다. 시스템 환경이 개선되면서 사무실에도 세분의 직원분이 들어오셨다. 감사한 마음으로 일하고 계시지만, 사무실의 환기가 되지 않아 퇴근 후에는 평생 하나도 나지 않던 여드름이 올라온다거나 눈이 건조해지는 건 물론 따꼼하면서 알레르기까지 생겼다고 하셨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으신 분들은 나에게 "여기서 일하는 거 괜찮으셨어요? 정말 대단하세요"라는 말을 건네셨다. '아 제가 사실 그렇게 예민하지 않은 편이라서요' 그랬다, 나는 10시간의 비행에서도 다리가 퉁퉁 부어도 잘 모르는 사람. 부은 다리로 부츠를 신고서야 부츠에 통통한 발이 안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고서야 '아 내 다리가 부은 거구나' 라며 알게 되는 사람이었다. 쾌적하지 못한 환경에서 밥벌이를 할 수 있었던 건, 비교적 예민하지 않은 내 덕분이었던 것이다


회사를 떠나고 싶어도 회사를 떠나지 못하는 현재의 현실에 마음이 갑갑해졌다.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저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한 이곳보다 더 나은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마음만이 간절해졌다.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이 강해져서였을까, 내 마음도 몸도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지만 퇴근 후 집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꺼낼 힘이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경험, 내 삶의 어두운 터널에 들어와 버린 느낌. 나는 이 캄캄한 느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마음이 답답해졌을 것이다. 타인과의 비교를 하지 않아야 하는 행복한걸 잘 아는 나지만, 가끔 수많은 마음들이 와르르 무너져 내려 수많은 마음들을 비집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하는 시기를 마주했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봄이었다

2022년의 봄은, 벚꽃을 만나기 위해 마음이 분주했다


친구와 함께 떠나려고 했던 경주 여행은, 결국 혼자 가게 되었고 내가 애정 하는 풍경 속에서 마음껏 행복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뚜벅이로 혼자 하는 여행에서 10년 전의 나를 떠올렸다. 경주의 수학여행을 오는 아이들과 함께 했던 1년의 시간, 22살의 나를 떠올렸다. 그리고 혼자 떠난 덕분에 10년 전 나를 알고 계시는 분과 10년 만에 만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어머 정말 10년 전과 똑같네 똑같아'

내가 일을 했던 곳의 사모님을 10년 만에 만나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10년 전의 나는, 소극적이었고 말수도 적은 편이었다. 잘 웃기보다는 그저 수줍은 미소를 보이는 느낌이랄까. 사모님이 기억하시는 나는 꽤 착하고 바른 아이 었던 것 같다. 연고가 없는 경주에 홀로 내려온 22살의 나를, 늘 챙겨주셨다. 밥은 먹었는지, 필요한 건 없는지, 혹여나 내가 무섭지는 않을까 싶어 사장님 부부는 번갈아 가면서 숙소를 함께 지켜주셨다. 늘 나를 배려해주셨던 두 분 덕분에 내가 경주에서의 1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22살의 나를 알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은,

만남 자체만으로도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다정해지는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한번 내 삶을 돌이켜 보게 되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도전했던 20대의 시간들, 돈이라는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혀 취업을 해야만 했지만 취업이 되지 않아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간들, 꿈을 가지고 시작했던 일에 상처를 받고 동굴 속으로 들어갔던 시간들을 떠올려 본다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책과 글쓰기였다. 늘 흔들리는 삶 속에서 내 삶의 희망이 되어 준건 책이었다, '그럼에도 할 수 있어!'라는 말이 내게 위로가 되었다. '포기하지 마! 당신이라는 꽃이 피는 시기는 아직 찾아오지 않은 것뿐이야'라는 마음이 어쩌면 나에게도 행복하게 일하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 덕분에 나는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하루 속에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내 일을 찾기 위해 여전히 움직인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하는 일을 꾸준히 연습하는 중이다. '나는 안될 거야'라는 마음보다는 '일단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을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처음부터 잘 되지 않으면 포기하려는 마음이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내 마음을 마주하며 나아간다



봄의 무기력이 찾아왔다


2022년 4월, 찬란하게 아름다웠던 봄이었지만 내 마음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던 계절이 지나간다

이제 곧 여름이 오는 걸까 싶을 정도로 습한 날씨지만 연두 연두 한 나무들의 싱그러움 덕분에 '아 여름이라는 계절이 왔구나'라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봄이라는 계절 앞에서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날들

내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나에게는 꽤 힘든 일이었던 계절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봄의 무기력이 찾아올 때면 내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들은, 내 마음을 차근차근 돌아보는 일이다


4월의 나는 아마도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마음에 높은 파도가 찾아와 수없이 흔들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무기력이라는 마음이 찾아올 때마다 오늘의 마음을 기억하려 한다. '무기력을 빨리 훌훌 털어버려야 해'라는 조급한 마음이 아니라 내 무기력이 천천히 나를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을 주려 한다


'나'라는 사람을 먼저 알아야만
타인의 마음도 알 수 있다는 것

내 마음이 수없이 흔들릴 때면
잠깐 나를 위해 멈춰야 한다는 것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는
책을 읽고 마음이 정리되면 글을 쓰는 것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일단 여행을 떠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봄이라는 계절의 무기력이 나를 찾아올 때면,

무엇보다 마음의 시선을 온전히 '나'로 둘 것을 기억하자


모두가 행복한 듯 보이는 봄에서 나의 불행을 찾지 말고, 내 무기력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에 겁을 내지 말자. 내가 무기력에 대해 깊은 마음을 둘 수록 무기력은 내 마음속에서 금방 퍼져 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 마음에 무기력이 뿌리를 내리지 않도록 내 마음을 먼저 돌본다면, 무기력은 지친 마음으로 나를 떠나게 될 것이다




조금은 고요해진 마음 덕분에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미뤄두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시작해본다.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듯한 봄, 문득 나에게 봄의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우리의 시선은 타인이 아니라 '나'에게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각자의 마음의 정원에 물을 주고, 씨앗을 심어 보면 어떨까. 내가 가꾼 정원에 꽃이 피는 상상, 꽃을 마주하며 또 다른 꽃을 심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스치듯 봄은 떠나는 중이지만 우리의 마음속의 봄은 오래오래 간직될 수 있도록, 오늘도 각자의 마음의 정원에 물을 주고 마음을 다하자. 내 마음의 정원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은, 온전히 나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우리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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