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내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그럼에도, 일상과 함께 무너졌던 나를 다시 마주 하는 연습을 한다

by 윤슬
코로나 자가격리 5일 차,
내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역시 음성이네요'
'선생님, 저기 T자에 줄이 연하게 보이는데요?'
'아니 언제 줄이 생겼지? 양성이네요!'
'아.. 그렇군요..'


2년 동안 코로나에 걸리지 않으면서 내가 코로나에 걸린다면 억울할 거라고 생각했다

2년 동안 '걸리기 싫다'라는 마음이 커서 그런지 코로나 방역에는 조금 유난스러웠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이 식당에 가는 경우에는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실외 마스크 미착용이 허용되는 시점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휴게실에 가지 않고 차에서 쉰지도 1년이 넘었고,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느라 얼굴에 알레르기가 올라오는 일도 생겼다


하지만 코로나는, 내 노력과 상관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엄마와 동생의 확진과 동시에 함께 사는 나 역시 코로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약한 약한 양성으로 시작한 코로나 자가격리였다. 첫날밤, 머리에 지끈 거리는 통증으로 잠을 잘 수 없었아. 시간마다 깨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고통스럽다'라는 말 밖에 흘러나오지 않았다. 지끈 거리는 두통은 꽤 오래갔고, 두통이 사라질 때쯤 목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자가격리를 시작할 때는 '남는 시간에 내 일을 하자!' 라며 다짐했지만, 코로나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다. 일어나서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고, 약을 먹고 나면 밀려오는 약기운에 또 잠이 들곤 했다. 자도 자도 왜 이렇게 피곤한 건지 자가격리 5일 내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이 없어 자고 또 자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결국, 감정에 높은 파도와 찾아와 흔들렸다


밖을 나가지도 못하는데,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조차 없어 조급하고 불안했다

'지금은 내 몸이 좋지 않으니까 쉬어가 괜찮아'라고 생각하면서도 불안하고 흔들리는 마음에 내 감정은 점점 약해져만 갔다. 나는, 감정에 취약한 사람이다. 감정에 잘 휘둘리고, 감정에 집중하는 사람이기에 감정을 잘 흘려보내기 위해 글을 쓰고 마음을 다독이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 감정은 점점 불어나 결국 높고 거센 파도가 되어 나를 쉽게 흔들 었다


아무것도 못하는 시간들이 불안했고, 몸이 아플수록 혹여나 심하게 아프지는 않을까 더 불안했다

불안한 감정이 쌓일수록, 감정을 잘 흘려보내야 하는데 결국 쌓이기만 했던 감정들은 예민함으로 가득 차 알 수 없는 곳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내가 너무 감정적이었구나..' 결국 내가 감정적으로 내뱉어버린 말들에 상처를 받는 이도 생겨버렸고, 그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감정을 잘 컨트롤하기 위해서 애써왔으면서, 한순간에 이렇게 흩어져 버리는 감정 앞에서 허무해져 버렸다


마음이 불안했고 불편했다, 더 심해져버린 코로나 증상으로 약을 먹고 잠들었다

현실은 매일이 집인데, 꿈속에서는 높은 파도가 치는 제주 바다를 만났다


꿈속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협재 바다를 마주하고 있었다. 높은 파도를 마주했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 제주라는 사실이 내게 안도감을 선물해주었다. 평온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일이면 집에 돌아가야 되는데'라는 마음이 아쉽게 느껴졌던 잠깐의 꿈속 여행이었지만, 꿈속에서 제주를 만난 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꺼내보아도

갑작스러운 코로나 확진으로 마음이 무거웠고, 두렵고 무서웠다


누군가는 '코로나는 감기 정도야'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피할 수 있다면 끝까지 피하고 싶었으니까. 아무 예고 없이, 아무 준비 없이 찾아온 코로나 확진은 내게 공포였다


늘 내 진심을 잘 이야기하지 못한다, 특히 힘든 상황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 '힘들어, 무서워, 아파'라는 이야기를 잘하지 못한다. 그저 '응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라고 씩씩하게 이야기하곤 하지만, 그 마음 뒤에는 '괜찮지 않아. 무서워, 두려워. 그러니 괜찮아질 거라고 다독여줘'라는 마음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아프고, 두렵고, 무서운 감정을 잘 흘려보내지 못해 예민해져 버린 내 감정은, 결국 제일 못난 상태로 불쑥 튀어나와 버렸다


내 예민해져 버린 감정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사실이, 감정을 잘 흘려보내지 못한 날들에서 마주한 내가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알게 되면서 여전히 혼란스럽고 속상한 마음은 커져만 간다



일상과 함께 무너졌던
감정을 다시 마주하는 연습


자가격리기간 동안 밖에 나가지 못해 답답할 것만 같았는데,

사실 몸이 좋지 않으니 밖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5일이라는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고, 이제 2일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일상을 시작해야 한다. 몸 상태는 100%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상을 시작해야 할 테고, 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차근차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일상과 함께 무너졌던 감정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한다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쉽게 무너져 내렸던 내 감정이 조금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언제든 내 일상은 흔들릴 수 있기에, 일상이 흔들릴 때마다 감정이 같이 무너져 내리지 못하도록.


두려웠고 불안했던 날들이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오늘의 나는, 감정을 조금 더 깊게 마주해야 할 순간의 시작점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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