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해주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을 때

: 서운한 마음이 피어오를 때 가장 먼저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by 윤슬
'서운하다'라는 말의 의미


'서운하다'라는 말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있는 요즘이다


나는 어떤 순간에 서운 할까?

그렇다면 나는 서운하다고 말을 하는 사람일까?

상대방에게 '서운하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


사실 '서운하다'라는 말을 꽤 오래 잊고 지내왔다. 누군가에게 '서운해'라는 말을 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연인에게 '서운해'라는 말을 하는 나를 보며, 서운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보살피고 달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지인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겨도 서운함을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나도 타인이 서운할 만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기에 최대한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온전한 이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 역시 최근 들어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깊게 느끼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한쪽에서만 노력하는 관계라는 느낌이 드는 관계도 있었고,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관계라는 느낌이 드는 관계도 있었다. 내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우연히 만난 지인과의 대화가 잘 통해 이 친구와의 시간을 좋아했다. 힘든 시간을 잘 버텨냈으면 하는 마음에 만나는 약속을 잡고, 찾아가는 쪽은 늘 나였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늘 초보 운전으로 1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간 적이 있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세 번이 되었다. 지인의 새로운 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한겨울에 케이크를 사서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갔지만, 잠깐 얼굴을 보고 돌아와야 했다


아주 잠깐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올 뻔했지만 '아이를 키우니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인과의 대화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건 자신이 하는 일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할 의사가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부담스럽다고만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돌이켜보니 지인은 예전에도 여러 번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쌓이다 보니 점점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왔다


"나에게 왜 자꾸 이런 말을 반복하지?"

같은 상황이 세 번이 반복되고 나서야 그 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 뒤로 그 지인은 자신이 필요한 이야기로 연락을 건네 왔고 다시 그렇게 사라졌다


나 역시 작은 서운함을 잘 이야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결국 인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잘해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나에게 잘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나는 왜 혼자 잘해주고 늘 상처받는 걸까. 예전에 보았던 책 제목이 떠올랐다. '혼자 잘해 주고 상처받지 마라'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아 마음이 아려온다


얼마 전 '난 이건 좀 서운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해가 쌓이지 않기 위해 바로 이야기 해준 마음은 고마웠지만, 나도 모르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서운하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서운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단지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서운하다'라는 감정을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바로 '서운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나 역시 상대방을 서운하게 했을 수도 있고, 섣불리 '서운하다'라는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상처받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감정들은 한번 세상 밖으로 나오면 흩어지지 않고 어딘가에 박혀 버린다는 생각에 최대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긍정적인 감정 전달은 최대한 빠르게,

부정적인 감정 전달은 최대한 느리게.


돌이켜보니 요즘 내 감정의 속도가 그런 듯하다




'서운함'을 잘 이야기한다는 것,

사실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내 글을 검색해서 오시는 분들도 여전히 '연인 서운함'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기도 하셔서 예전에 적어 두었던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다. 서운함을 잘 해결해 나간다는 것, 아마도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운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쪽은 최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듣는 쪽은 최대한 넓은 마음으로 '일단 듣고, 대화로 풀어가자'라는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


연인 사이의 서운함을 잘 이야기하다는 것,

사실 여전히 쉽지 않다고 느낀다, 감정을 배제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늘 서운함을 차곡차곡 쌓아 터뜨리는 나를 잘 알기에 아직도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연인 역시 나에게 서운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 서운함을 이해해주려고 하는 모습은 늘 감사한 마음이기에 나 역시 평생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서운함을 평온하게 이야기하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수많은 관계에서 찾아오는 서운함은 여전히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먼저 꺼내어 나를 다독인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들까지 이해하라는 말은 아니다, 본인의 기준에서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이 드는 사소한 일들은 이야기하기보다 잠깐 내가 이해하는 게 어떨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들에서 찾아오는 서운함이라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운함을 대화로 풀어 보는 노력을 해봐도 좋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정리해야 할 인연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관계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 속에서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불쑥 찾아와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는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서운함을,

잘 안아 주고 잘 다독여 주고 잘 흘려보내 주자


무엇보다 우리에게 잘해달라고 이야기한 적 없는 사람들에게,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말자, 우리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상처받은 일에 많은 감정을 두기보다 오늘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고맙고 감사한 이들의 마음을 떠올려 보자. 그럼에도,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내게 사랑을 주는 이들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고, 더 사랑받으며 살아가면 된다


당신이 오늘도 사랑받고,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와 함께 내 감정이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