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서운하다'라는 말을 꽤 오래 잊고 지내왔다. 누군가에게 '서운해'라는 말을 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연인에게 '서운해'라는 말을 하는 나를 보며, 서운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꽤 오랜 시간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보살피고 달래며 살아왔던 것 같다. 지인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생겨도 서운함을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나도 타인이 서운할 만한 행동을 했을지도 모르기에 최대한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온전한 이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 역시 최근 들어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깊게 느끼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던 것 같다
한쪽에서만 노력하는 관계라는 느낌이 드는 관계도 있었고, 감사한 마음을 모르는 관계라는 느낌이 드는 관계도 있었다. 내 호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관계가 틀어지기도 했다
우연히 만난 지인과의 대화가 잘 통해 이 친구와의 시간을 좋아했다. 힘든 시간을 잘 버텨냈으면 하는 마음에 만나는 약속을 잡고, 찾아가는 쪽은 늘 나였던 것 같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을 만나기 위해 늘 초보 운전으로 1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간 적이 있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은 세 번이 되었다. 지인의 새로운 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한겨울에 케이크를 사서 2시간이 넘는 거리를 갔지만, 잠깐 얼굴을 보고 돌아와야 했다
아주 잠깐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올 뻔했지만 '아이를 키우니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지인과의 대화도 놀라웠지만, 더 놀라웠던 건 자신이 하는 일에 돈을 지불하고 사용할 의사가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부담스럽다고만 생각했던 일이었는데, 돌이켜보니 지인은 예전에도 여러 번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그때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쌓이다 보니 점점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왔다
"나에게 왜 자꾸 이런 말을 반복하지?"
같은 상황이 세 번이 반복되고 나서야 그 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 뒤로 그 지인은 자신이 필요한 이야기로 연락을 건네 왔고 다시 그렇게 사라졌다
나 역시 작은 서운함을 잘 이야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지만, 결국 인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사람은, 당신에게 잘해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나에게 잘해주세요'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는데, 나는 왜 혼자 잘해주고 늘 상처받는 걸까. 예전에 보았던 책 제목이 떠올랐다. '혼자 잘해 주고 상처받지 마라'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아 마음이 아려온다
얼마 전 '난 이건 좀 서운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해가 쌓이지 않기 위해 바로 이야기 해준 마음은 고마웠지만, 나도 모르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다. 서운하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 역시 비슷한 상황에서 서운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서 단지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서운하다'라는 감정을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나는 서운함이라는 감정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바로 '서운해'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어쩌면 나 역시 상대방을 서운하게 했을 수도 있고, 섣불리 '서운하다'라는 말을 했을 때 상대방이 상처받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감정을 바로 표현하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부정적인 감정들은 한번 세상 밖으로 나오면 흩어지지 않고 어딘가에 박혀 버린다는 생각에 최대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긍정적인 감정 전달은 최대한 빠르게,
부정적인 감정 전달은 최대한 느리게.
돌이켜보니 요즘 내 감정의 속도가 그런 듯하다
'서운함'을 잘 이야기한다는 것,
사실 여전히 어렵게만 느껴진다
내 글을 검색해서 오시는 분들도 여전히 '연인 서운함'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기도 하셔서 예전에 적어 두었던 글을 꾸준히 읽어주신다. 서운함을 잘 해결해 나간다는 것, 아마도 양쪽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서운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쪽은 최대한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서운한 감정을 듣는 쪽은 최대한 넓은 마음으로 '일단 듣고, 대화로 풀어가자'라는 마음이 중요할 것 같다
연인 사이의 서운함을 잘 이야기하다는 것,
사실 여전히 쉽지 않다고 느낀다, 감정을 배제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늘 서운함을 차곡차곡 쌓아 터뜨리는 나를 잘 알기에 아직도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연인 역시 나에게 서운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 서운함을 이해해주려고 하는 모습은 늘 감사한 마음이기에 나 역시 평생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될 것이다. 차근차근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서운함을 평온하게 이야기하는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수많은 관계에서 찾아오는 서운함은 여전히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을 먼저 꺼내어 나를 다독인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들까지 이해하라는 말은 아니다, 본인의 기준에서 '그럴 수 있다'라고 생각이 드는 사소한 일들은 이야기하기보다 잠깐 내가 이해하는 게 어떨까.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돕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들에서 찾아오는 서운함이라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운함을 대화로 풀어 보는 노력을 해봐도 좋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정리해야 할 인연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에는 수많은 관계들이 생겨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 속에서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불쑥 찾아와 나를 괴롭히기도 한다. '서운함'이라는 감정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할 것인지는 내 선택에 달려 있다
서운함을,
잘 안아 주고 잘 다독여 주고 잘 흘려보내 주자
무엇보다 우리에게 잘해달라고 이야기한 적 없는 사람들에게,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말자, 우리는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관계를 이어 가는 것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상처받은 일에 많은 감정을 두기보다 오늘 내 곁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고맙고 감사한 이들의 마음을 떠올려 보자. 그럼에도,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내게 사랑을 주는 이들을 떠올려 보자.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고, 더 사랑받으며 살아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