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 맥주 한잔 하자는 인사를 좋아하지 않는다. 술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술을 먹으며 나누는 인생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 일까. 술자리에서는 희망 차고 밝은 이야기들보다 세상에 대한 원망, 분노, 신세 한탄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차라리 일찍 들어와 이불속 포근함을 느끼는 일이 내게는 더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퇴근 후에 운동을 하는 습관은 내게 없었던 날들이었다. 더우면 더워서, 추우면 추워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운동을 할 수 없는 핑곗거리들이 가득했다
우연히 시작한 운동은 꽤 흥미로웠다
집 앞 스포츠센터에서 줌바 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내향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흥이 많아서 신나는 운동을 좋아했다. 줌바 댄스, 처음 들어 보는 과정이었지만 신나는 노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았고 선생님의 수업에 대한 열정도 높았다. 취업 스트레스가 컸던 시절에 무언가를 즐겁게 운동할 수 있었던 시간은, 걱정 없이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몸이 좋지 않은 날에도 약을 먹고 운동을 다녀오면 기분이 좋았다. 내가 살아 있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금 용기를 낼 수 있었던 날들이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부분에서는 약한 나는, '즐거움'이라는 감정이 함께 해야만 무언가를 길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줌바 댄스 프로그램은 멈췄고,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버렸다.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은 점점 더 굳어졌고, 나이를 먹을수록 체력이 빠르게 떨어진다는 걸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
운동은 습관이라고? 잘 모르겠고, 일단 해보자
좋아, 일단 주 3회 운동부터 해보자!
코로나로 언제 풀릴지 모르는 프로그램만을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일단 헬스를 등록했다. '과연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가장 큰 걱정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헬스는, 어려운 기구들이 가득했고 홀로 해야 하는 재미없는 운동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신나지 않는 이 운동을 내가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일단 퇴근 후에 헬스장에 가는 일부터 습관을 들여야만 했다
헬스장의 첫인상은 '딱딱함'이었다'
무표정한 사람들 얼굴, 각자의 운동에 집중하는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아 어설프게나마 따라 하고 자전거를 탄다. '달려달려' 자전거를 못 타는 나지만 헬스장 자전거는 꽤 잘 타기에. 1시간을 잘 채우고 집으로 돌아와 운동을 다녀왔다는 표시를 해둔다
처음 3달간은 정말 헬스장으로 퇴근하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재미도 없고, 간절한 의지가 아니었기에 '시간이 되는 날'만 운동을 갔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기면 기꺼이 운동을 뒤로 밀기 시작했다. 점점 밀리는 운동을 포기할까 하다가 '안돼! 운동은 평생 내 친구가 되어야 해'라는 생각이 불쑥 찾아와 그렇게 운동 기간을 한 달씩 연장하고 연장하며 그렇게 11월이 되었다
퇴근하고 헬스 한잔 할까요?
주 3회 습관이 되기 시작하면서 운동에 꽤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오늘 해야 할 운동 리스트를 적고, 차근차근해 나간다. 요즘의 나는 일주일의 운동 스케줄을 먼저 파악한다. 주 3회, 나와의 헬스 약속을 잡는다. 누군가와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스스로와 하는 약속의 중요성과 마음가짐을 배운다. '시간이 되는 날 하자'가 아니라 '운동하는 시간은 꼭 비워두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는 운동. 요즘의 나는, 퇴근 후 헬스 한잔 하러 헬스장을 찾는다.
회사에서 8시 퇴근을 하고 헬스장을 찾는다
헬스장에 도착하면 8시 40분쯤, 옷을 후다닥 갈아입고 운동을 시작하면 8시 50분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 시작한다. 내게 남은 시간은 딱 1시간, 근력운동을 시작으로 자전거를 타고 롤링 마사지기를 하면 촘촘한 1시간의 운동이 끝이 난다
'좋았어!' 운동이 끝나갈 때쯤 힘들지만 행복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하루 동안 가득 쌓아 왔던 부정적인 마음들을 운동을 통해 훌훌 털어 버린다. 가끔은 버겁게 느껴지는 날들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의 날들은 운동을 하고 나면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라는 긍정적인 마음들로 채워진다는 기분이 들어 운동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키워 가는 중이다
사실 내게 운동은 미루고 또 미뤄왔던 일 중 하나였다
필요성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누군가 챙겨주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기에 쉽지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운동이 중요하다는 마음을 깊게 느끼면서 스스로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처음은 힘들고, 재미없고, 지쳤지만 꾸준히 하다 보니 습관이 되고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니 하루의 끝에서 꼭 해야 하는 내 루틴이 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재미가 없다고, 하고 싶지 않다고 포기하기보다 왕초보의 단계를 넘어 초보 단계까지 가보는 내가 되고 싶다. 왕초보를 벗어나면 초보 단계에서는 꽤 많은 즐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금요일의 헬스장, 누군가는 맥주 한잔을 하는 사이 누군가는 헬스 한잔을 하기 위해 헬스장을 찾는다. 각자의 운동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속으로나마 운동을 응원한다. '오늘도 운동 파이팅입니다!' 이제 운동에 재미를 알아 가는 나로서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운동들을 찾아 내 삶을 가득 채워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