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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29. 2022

기 빨린다, 기가 빨려?

서울 삶

[기(氣)]

1. 활동하는 힘.

2. 숨 쉴 때 나오는 기운.


[빨리다]

: 어떤 대상이나 물질이 끌어들이는 힘이 작용하는 쪽으로 이끌리다.


*영어로는?

- be drained : (V) 기가 빨리다, 에너지가 소진되다 (힘이 빠지다)

- be exhausted : (V) 진이 빠지다, 몹시 피곤하다


[기 빨리다]의 뜻을 네이버 국어사전에 검색하면 바로 나올 줄 알았는데 '기'와 '빨리다' 각각 따로 찾아야만 했다.

내 마음대로 조합해서 [활동하는 힘이 떨어지다, 빼앗기다, 소모되다] 등으로 이해하면 되는 건가.


난 정확한 뜻도 모르면서 지금까지 이 표현을 너무도 많이 썼다.

대충 이러이러한 상황에 쓰는 거야!라고 감을 이용하여 남용할 때가 많았다.


물론 수없이 많이 쓰던 이 표현의 어감은 썩 좋지 않아 어쩔 때는 '기가 약해졌어'라는 표현으로 혼자 대체하기도 했다.


요즘 영어 단어 찾는 시간보다 한국어 뜻을 찾을 때가 더 많아졌다.

이전까진 마냥 뱉어내던 말처럼 글도 떠오르는 대로 썼었다면

최근엔 조금 더 정확하게 그리고 참신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차서 그런가 한국어 공부를 나름대로 하는 중이다.


하면 할수록 어려운 언어는? 제일 어려운 언어는?

당연 한국어 되시겠다.


아니 놀랍게도 위까지는 서론이다.

이 글을 쓴 이유는 바로 동묘시장에 있었다.

룸메이트를 따라 서울 구제 옷의 메카~ '동묘시장'에 놀러 갔다.

날씨가 너무 좋아 들떴던 게 무색할 정도로 나는 첫 번째 옷집에서 바로 지쳐버렸다.


원인을 분석해 보자면,

1. 시장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2. 나는 쇼핑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3. 첫 옷집에서 예상치 못하게 치마를 하나 사고 난 후에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졌다.

4. 나에 반해 동묘 쇼핑에 재능이 있는 룸메이트의 쇼핑을 2시간 넘게 따라다녔다.

5. 1시간 안에 쇼핑이 끝날 거라 예상하고 노트북을 넣어간 가방이 무거웠다.

6. 카페에 가서 당장 커피라도 목에 털어 넣었어야 했는데 못 갔다.


구제 시장에 널브러져 있는 옷만큼 많은 사람들 틈에서 급격히 에너지가 고갈되어 시장 도착 후 배회 3시간 만에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미치는 상태에 도달했다.


저녁 공연을 예매한 룸메이트를 위해 시장에서 같이 머물기로 했었는데

도저히! 더 있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룸메이트의 쇼핑한 옷만 한아름 넘겨받아 얼른 지하철을 타고 심신 안정을 위해 혼자 집으로 뛰쳐 들어갔다.

집 도착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내 입에선

"후.. 기 빨려.."라는 말이 나왔다.


난 정말로 기가 빨렸던 걸까?

'기 빨려! 기 빨린다! 기가 없다 없어!!'라는 나의 무의식적 뇌가 진짜로 기를 없애버린 건 아닐까?

선 사고 후 증상

뭐 이런 거..

몸이 뇌에 지배당한 그런 상태..


그 와중에 집 오는 길에 기름진 감자튀김과 치킨 너겟을 포장해왔고

열심히 배를 채운 후 책을 읽다 낮.. 아니 저녁잠을 1시간 30분 동안 자버렸다.

일어나서는 이렇게 '기 빨린다'라는 상태에 대한 고찰을 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지금 기는 충전된 것 같다.

이것도 나의 착각인 것 같아 매우 의심스럽기에


혼자 챌린지를 해 보려고 한다.

'기 빨린다'라는 생각 안 해보기 + 입 밖으로 안 꺼내기

그럼

(기 잘 빨려) 인간에서 (기가 세) 인간으로 바뀌지 않을까나.


지금부터 시작..!


글을 쓰면서

[밖에서 쇼핑이 힘든 이유]

[친구랑 다니면 혼자 있고 싶고, 혼자 있으면 친구랑 다니고 싶은 이유]

[피곤하면 예민해지는 나의 성격에 대한 반성]

등등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싶어 졌지만, 차차 써나가야겠다.


내가 과연 매일 혼자 무언가를 쓸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워낙에 쓸데없는 생각을 넘치게 많이 해서 그런가 자체적으로 좀 조절해서 써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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