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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Apr 09. 2022

서울의 고난과 쾌락

서울 삶

긴 하루였다.

날씨가 좋아서 걷기만 해도 행복했다.

물론 따뜻한 날씨는 다른 이들도 느끼기에 어딜 가도 사람이 많았다.


사실 사람 많기로 소문난 동네만 골라 다녀서 더 와글바글한 느낌을 받았다.


우선 조용한 곳에서 즐기는 맛있는 브런치로 여행을 시작했다. 적당히 배를 불린 후 홍대에서 망원까지 가고 싶었던 독립 서점들을 잔뜩 구경했다.


도서관처럼 큐레이팅 한 진부 책방 스튜디오

깔끔한 큐레이팅으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킨 당인리 책 발전소

독립출판 큐레이팅으로 신기하고 귀여운 책들이

가득했던 가가 77페이지

여유로운 평일에 혼자 다시 방문해야 할 곳들이다.


보기만 해도 좋은 책들을 잔뜩 구경하고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정리하고는 이제 어딜 갈까? 하며 망원시장을 들어섰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고 음식보다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찾아간 카페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조금 거리가 떨어진 다른 카페를 찾아 열심히 피신을 도전했지만, 그 카페는 당일 휴무였다.

너무 정신없던 나머지 인스타를 확인 못했다.

(인스타 없이는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곳이 요즘 카페인걸 잠깐 까먹었다.)

문 닫은 카페 앞 벤치에 잠깐 숨을 돌리고 한남동으로 이동했다.


두 번째 고난이었다.

트렌드 옷을 잔뜩 입은 멋쟁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망원동은 나이대가 조금 어렸다면 한남동은 20대 후반~30대 정도의 직장인들이 고기다리던 주말을 끝장나게 보내기 위해 모두들 나와있는 것 같았다.


이들은 등받이 없는 의자와 창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고 모든 카페가 인산인해였다.


기온은 높고 진은 빠지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엉덩이라도 붙이고 싶었는데 갈 곳이 없었다.

눈앞에 카페뿐인데 내가 앉을자리가 없었다..!


다행히 유일하게 자리가 남았던 8000원 커피 + 커피 기다리는 시간 25분인 카페에 들어가 기운을 차렸다.

(여기는 유.. 유럽 물가인가..!!)


적당히 휴식을 취한 후 유명한 음식점에 가기 위해 오픈 시간에 맞추어 갔다.

웨이팅이 14팀이었고 1시간 20분을 배회하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놀랍게도 맛이 없었다…!


마지막 일정인 재즈바 공연을 위해 또다시 걸음을 옮겼다.

‘기가 빠진다’라는 생각을 필사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애썼고 입 밖으로도 내지 않았다. (나름 뿌듯했다.)


사람이 드문 거리를 들어서자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고 고즈넉함이 느껴지니 에너지가 다시 살아났다.


쾌락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눈앞에서 라이브로 재즈 공연을 보니 기분이 몽글몽글하고 두근거렸다.


끝끝내 2만 보를 채우고 조용하고 조금은 촌스러운 우리 동네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기운이 강한 사람들이 많았던 곳에서 동태 눈알로 돌아다닐 때는 서울은 참 아찔하다고 생각했다.


재즈 공연을 보고 신기한 가게들을 지날 때는 서울은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곳’이 아닌 ‘여행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오늘 느낀 다양한 감정도 나쁘지 않았다.



내일은 또 어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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