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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Apr 11. 2022

익숙해지는 과정

서울 삶


일상의 갈피를 잡지 못해 시작한 [서울살이 기록] 어느덧 30편이  되어간다.

두 달 차인 현재, 하루에 굵직한 루틴이 잡히기 시작했고 기상과 취침 시간이 어느 정도 일정해졌다.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열고

저녁 글과 밤 전화로 하루를 닫는다.


석관동 집을 ‘우리 집’이라 부르게 되었고 또 다른 보금자리인 도서관도 생겼다.

우리 동네에 마음이 가는 카페를 한 두 개씩 만들었고 정이 가는 책방도 자주 들리고 있다.


따릉이는 주 이동수단이 되었다.


합정에는 나를 알아보는 매니저님이 계시는 종이잡지클럽이 있고

망원에는 또 가야 하는 곳으로 체크해 둔 서점과 카페가 늘어난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서촌 일대가 제일 설레는 곳이다.


월요일마다 강연을 들으러 종로를 가고

전시를 보러 자주 예술의 전당을 간다.


성수와 한남은 나와 결이 달라 정이 들지 모르겠다.


예능 프로에서 서울 지역으로 이야기를 할 때면 당최 어디인지 몰라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다.

아직도 강남 쪽 밑으로는 안 가본 곳이 많지만 그래도 낯익는 동네들이 서울에도 생기고 있다.


오랜 익숙함이 주는 안락함이 있지만 난 새로운 곳을 익숙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참 재밌고 즐겁다.


물론 어색하고 귀찮고 에너지가 드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가 낯선 곳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아가는지 관찰하는 게 매력 있다.


서울에서 나 혼자 힘으로 척척 스무스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함께 사는 동거인이 있고, 마음 붙일 집이 있고, 경제적부담이 덜 해서 가능한 일이다.


또 내가 어디에 있든 안부를 물어봐주는 친구들이 있고 내가 택하는 삶의 방식에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가족이 있다.

그리고 거리는 멀지만 현재 심적으로 가장 가까운 애인이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평안하다.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에 중독된 나는 놀랍게도 다음 행선지를 또 고민하고 상상하고 있다.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예상보다 훨씬 길 수도?) 익숙해지고 있는 이 서울도 더 열심히 즐겨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티빙 [서울 체크인] 정말 재미남~

벌써 봄이 지나가고 있는 도서관 앞



* 신변잡기 위해 쓰기 시작했던 [서울살이 기록] 매거진 연재가 앞으로 좀 드물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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