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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Apr 27. 2022

헬스 한 달

서울 삶

오늘 딱 헬스를 다닌 지 한 달이 되어 트레이너샘과 인바디를 다시 쟀다.

체중 변화는 없었지만 근육량이 주..줄..고.. 체지방률이 오..올..랐...다 ???? !!!!!

잔뜩 먹은 여행 직후에 검사한 것이라 조금 억울했지만 미룬다 해서 뭐 큰 변화는 없었겠거니 하며 위안을 삼았다.


저번 주에 한번 체중을 쟀을 때 처음으로 앞자리가 4로..(49.8 ^^) 떨어져서 '어머 이게 뭐야!' 하고 인증샷을 남겼었다. 하지만 그게 다 근육이 줄었던 것이었다니.. 어 리틀 절망스러웠다.


내가 등록한 헬스장은 회원들 대상으로 한 달에 3번~4번 SPT(short personal training)를 봐주는 서비스 프로그램이 있다. 물론 20분 남짓한 시간 동안 기구 사용법과 자세법만 조금 코칭받는 거라 큰 도움이 없을 수 있으나 나에겐 단비 같은 시간이라 열심히 배우고 요긴하게 복습했다.

 


룸메의 추천으로 소개받은 담당 트레이너샘은 열정적이고 쿨한 분이셔서 한 번도 부담을 느낀 적이 없었는데 오늘 넌지시 'PT'를 받아보지 않겠냐고 이야기를 꺼내셨다.


트_

"회원님처럼 매일 규칙적이게 오시고 부지런하게 근력 운동 복습하시는 분도 잘 없는데...

근육량이 줄었다니 아쉽네요. 조금 더 체계적이고 회원님께 맞는 운동을 하는 게 어떨까요?"


인바디 뒷장 종이에 PT라는 글자를 쓰시고는 계속해서 동그라미를 그리고 계셨다.


나_

"앗 저는 헬스로 근력과 체력을 늘리고 싶기도 하지만.. 사실 하루를 시작하는 하나의 루틴의 용도로 하고 있어서.. 피티는 따로.."


트_

"따로 목적이 없고 체크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쉽게 루즈해지기 쉽거든요. 점점 재미가 떨어지시면 5일 나오시다 3일, 2일,, 그러다 안 나오게 되는 게 헬스입니다!"


이제부터 주말도 열심히 출근도장 찍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던 나에게는 영 설득력이 부족한 말이었다.


나_

"생각은 해보겠는데 일단 3개월까지는 따로 피티는 안 하겠습니다."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브이 스쿼트를 열라게 한 후 트레이너샘과 머쓱한 웃음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헬스에 점점 재미가 붙어 욕심이 없었던 헬스용 운동화와 레깅스까지 생일선물로 받은 사람으로서 (주로 친구들이 생일 선물 선택권을 나에게 준다.) 갑작스러운 트레이너샘의 권유에 조금 당황했다.


운동에 애정이 많은 회원인데 피티를 안 한다?

어딘가 괘씸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SPT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트레이너샘의 피티를 거절한다?

어딘가 경우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 헬스는 '매일 아침을 시작하는 하나의 장치'로서의 기능이 가장 크기 때문에 피티에 대한 나의 강경한 태도는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학원과 인강에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피티는 나에게 너무 과분하고 굳이 필요하지는 않다.


다만 앞으로는 트레이너샘께 부담을 느낄 것 같다.

이렇게 된 거 "출석률 높지만 절대 피티는 안 받는 회원" 이미지를 각인시켜 두어야겠다.



내일은 새로운 레깅스에 드디어 제대로 된 신발을 신고 운동할 생각에 설렌다.

근육량이 좀 줄든, 체지방률이 좀 늘든 뭔 상관인가~

설레는 아침을 만들어 준다는 것부터 헬스는 나에게 고마운 운동이 되어버렸는 걸~

그럼에도 다음 달 인바디는 조금 욕심을 내본다..!

근육량이 더 줄면 트레이너샘의 회유가 더 강해질 것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저녁은 밀떡볶이를 맛있게 먹었지만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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