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그리고 작년에 나온 류시화의 에세이,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제목부터 반칙이다. 이런 제목을 달고 저자가 류시화면 당연히 사서 읽어볼 수밖에 없다.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힐링 에세이도 아닌 그냥 류시화만의 잠언집.
‘지루한 사람이 되지 말자.’
“따분하게 살지 않으면 됩니다! 즐겁게 사세요!”
인도에 요가를 배우러 온 독자가 류시화에게 한 마디 청하자 그가 한 말은 ‘지루한 사람이 되지 말자.’
티베트 불교의 최고 지도자가 몇 년 동안 침묵 수행을 하던 승려에게 한 말도 ‘즐겁게 사세요!’
결국 인생은 선택 없이 주어졌고 운으로 작용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유일하게 택할 수 있는 것의 나의 마음가짐이다.
되도록이면 즐겁게 그리고 유쾌하게!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고 도전한 후 얻은 게 결국 지루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슬픈가!
상대방이 마음을 열 준비가 되지 않은 메시지를 이해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돌아서면 나의 가슴과 의지에 따른다. 받아들임과 흘려보냄, 이 전략을 나는 계속 실천해 나갈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와 논쟁한다면 그것은 죽은 자와 논쟁하는 것이다. 누구나 머지않아 죽을 것이기에.
무기 같지도 않은 무기로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는 대신, 빠르게 동의하고 자신의 시간을 창조적인 일에 몰입하는 것이 감정을 소모하지 않는 관계법이다. 무의미한 논쟁을 끝내고 삶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논쟁에서 이기는 내공이 아니라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내공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에서 ‘오! 새로운 관점이다!’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상대 또한 나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우린 서로가 생각하지 못한 결점을 보완하며 새롭고 더 완성도 높은 생각을 창조해 간다.
하지만 상대가 마음을 닫고 있을 때, 혹은 내가 닫고 있을 때 아무것도 얻어지는 건 없고 남는 건 상처와 경멸뿐이다.
하지만 의미 없다 한들 상대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논쟁을 피하기 너무 어렵다.
내 의견을 피력해석 인정을 받고 싶고 내가 원하는 대로 생각을 바꿔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 감정이 마구 소모된다.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내공을 연습해야겠다.
빠샤
우리는 시도하고, 시도하다가 생을 마치는 운명이다. 그것이 시든, 음악이든, 그 무엇이든 그대가 ‘이룬 것’을 들고 내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툴고 거칠더라도 혼을 담아 ‘시도한 것’을 들고 오면 더 좋겠다.
그러면 나도 이 삶에서 시도한 것들을 보여줄 것이다. 겨울 속에서 봄을 시도하고, 불완전한 환경에서 완전한 사랑을 시도하고, 굴레에도 불구하고 자유와 깨달음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이 다른 존재가 아니다.
도전, 시도는 너무 자주 나오는 소재이지만 역시 단순히 ’ 시작이 반이다~ 도전하는 자가 아름답다~ 결과보단 과정을~‘이라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불완전한 인생에서 완전한 사랑을, 굴레에서 자유를 시도한다니!
사랑과 자유를 꿈꾸는 나를 이상주의자로 치부했었는데 달리 보니 일, 자기 계발과 마찬가지로 이 또한 시도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생은 시도가 다라니!
낙관적이고 아름답구먼.
세상의 기준이 자신의 갈망을 채워 주지 못한다면 그때가 바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면 자신을 그 사람에게 맞출 것이 아니라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되어 미움받는 것이 덜 위험하다. 다른 사람들을 잃는 것보다 더 두려운 일은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현실 적응자가 되지 말고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
이전에 아이유가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에 나와했던 말이 기억난다.
"불안하면서 근사하게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겠다"는 마음으로 앨범을 스스로 프로듀싱하기 시작했다는 아이유처럼, 류시화 또한 "자신이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되어 미움받는 것이 덜 위험하다"라 말한다.
타인과 비교해 나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현실에 휘둘려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마법사가 되어야 한다니.
류시화처럼 누가 봐도 별나보이는 마법사는 되고 싶지 않으니 겉으론 평범인, 속으론 마법사가 되어야겠다.
‘사람들은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죽으면 더 이상 불평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에 나는 동의한다.
긍정적인 감정이 좌뇌에서 간단히 처리되는 반면에 부정적인 감정은 우뇌에서 훨씬 많은 분석과 사고 과정을 거친다고 뇌신경학자들은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감정보다 불쾌한 감정과 사건을 묘사할 때 더 논리적이고 강한 말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렇게 발달한 우뇌는 부정적인 것을 발견하는 일이 습관이 된다. 그것이 인간 뇌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다. 동화가 필요한 순간이 바로 그때이다. ‘학자처럼 공부하고 동화의 주인공처럼 살라.’는 말은 소중한 금언이다.
책을 읽고 나는 어떤 단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드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싫어하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말도, 행동도, 표정도, 그리고 내 분위기도 다 부정적여져 있는 건 아닐지.
"난 시끄러운 곳 너무 싫어!" 보다는
"난 조용한 곳이 좋더라~"라고.
"미래는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불안해!"기 보다는
"미래를 모르니 기대돼!"라고.
학자처럼 공부하고 겸손하되 동화의 주인공처럼 씩씩하고 긍정적이게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을 길러봐야겠다.
다른 류시화 책들처럼 읽기 편하고 좋은 글귀들이 많아 천천히 곱씹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각 잡고 독서하기보단 지하철이나 기차 안에서 설렁설렁 읽으면 더 좋을 듯싶다.
지금 사는 인생이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더라도!
아무렴 내 삶이니 받아들이고 마음껏 즐겨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