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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y 02. 2020

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어릴 때 처음 본 시리즈 영화는 '반지의 제왕'이었다. 재밌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면서 마지막 편인 3가 끝나고 영화관 의자에 앉아서 펑펑 울었다.그냥 마지막이라는게 슬펐다. 다음 이야기가 없다는 게.


처음 비행기를 탔던 때가 중학교 졸업 후 중국으로 가족여행을 갔을 때이다. 여행을 좀 다닌 지금에서 그때의 그 여행을 회상하면 패키지 여행으로 짜여진 코스를 졸졸 따라다닌 게 다였다. 시시한 여행이었을 텐데 처음 비행기를 탔던 그때의 나는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차에서 엉엉울었다. 그때 그 비행기가 마지막이라 생각했어서.


다낭에서 얻어마신 에그커피

베트남 여행에서 우연히 2번이나 마주친 사람과 커피 한잔을 했다. 호치민에서 만났던 분을 다낭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3시간 가량의 수다를 떨고 헤어졌는데 마음이 이상했다.

이제 살면서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슬펐다. 그냥 추억 속에만 존재할 인연이라는 게 처음이었어서 그런가 기분이 묘했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라는 단편을 읽고 깨달은 것은 나는 끝이 있는 유한한 만남, 경험, 추억등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오직 내 기억 속에만 남을 그런 것들. 

이상하게 아련하고 마음이 몽골몽골해진다. 

                                                                                                                                                                                        

'그리고 낮에 잠시 거리로 나가면, 곧바로 여행자가 될 수 있었다. 이곳에서는 혼자였기 때문에 책을 읽어도 글자가 유독 마음에 스미고, 슬픔으로 감성이 풍부해져 계절의 변화도 예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토록 투명하고 아름다운 가을을 나는 오랜만에 만끽했다.이곳에서 지낸 며칠,,,유리잔 속으로 푹 꺼진 것처럼, 슬픈 필터를 통해서만 보았던 풍경은 내 마음에 꼭꼭 새겨져 앞으로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서, 마치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갈 때처럼 기분이 후련했다.'


'서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즐거웠던 날들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 만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아마도 그것은 내 마음속 보물 상자 같은 곳에 간직되어 어떤 상황에서 보았는지, 어떤 기분으로 보았는지, 까맣게 잊힌 후에도 내가 죽을 때 행복의 상징으로 반짝반짝 빛나며 나를 데리러 와 줄 광경과 하나가 되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까맣게 잊힌 후에도 행복의 상징으로 남을 광경이 있다는게, 그런 인연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아쉬워서 더 완벽한 추억을 꺼내주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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