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컨벤션 인턴(2)

의문 투성이

by 글몽인

처음 일을 할 때만 해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가 너무 길게 느껴졌다. 심지어 주 5일 이라니.. 이거 정말 work to live가 아니라 live to work 같은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초반만 해도 모니터에 비치는 빛이 문제인지 한 자리에 오래 앉아 컴퓨터만 하는 자세가 문제인지 눈이 빠질 것 같았고 체력이 말이 아니었다. 모든 직장인들이 대단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에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마다 특성이 다양하고 일하는 스타일도 가지각색인데 함께 앉아 매일 봐야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느꼈다. 나야 뭐 일에서 오는 책임감은 그렇다 치고 사회생활에서 오는 책임감은 그리 크지 않는 계약 종료 후 떠날 인턴이라 상관없었지만 이 회사에 계속 있어야 하는 '정규직'직원들이 안타까워 보였다.


특히 국장님을 보면서 직장생활에서 상사가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다가 걸리는 거 아닌가 싶어 조금 무섭지만 설마.. 그렇겠어.. 한국에 국장님은 많으니깐..

우리 팀 리더인 국장님은 한마디로 워커홀릭이었는데 혼자만 홀릭이 아니라 나는 이렇게 홀릭인데 왜 너네는 홀릭이 아니야?!!라는 사고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2팀, 3팀은 다 칼퇴에 자유로운 분위기였다면 1팀 사람들은 점점 피골이 상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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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남아있지 않아도 엉덩이 붙여 야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만약 내 일이 끝나서 일찍 들어갔다? (일찍도 아닌 정시 퇴근) 그럼 다음날 국장님이 불러 직원이 하고 있는 일 하나하나를 체크했다. 그리고 '너 지금 제대로 안 하면서 일찍 퇴근한다'를 느끼게끔 하는 질문폭탄으로 하루아침 그 직원을 성실하지 않는 게으름의 아이콘으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취급을 받기 싫어 직원들은 그냥 국장의 퇴근까지 함께 앉아 야근을 했다.


나는 열외 대상이어서 괜찮았는데 행사 1주일 전에 내 할 일을 마치고 7시에 퇴근했다가 다음날 바로 호출당해서 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한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책임감 없는 요즘 세대 아이로 낙인찍어 버려 더러워서 1주일 동안 야근을 했다.. 집 가는 길에 분하고 억울해서 엄마한테 울며 전화했던 기억이 갑자기 난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런 국장님 밑에 있는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 똘똘 뭉치게 된다는 것?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며 같이 씹으며 버텨나가는 듯했다. 물론 나도 대주님들과 pc카톡으로 열심히 손가락 화풀이를 하며 버텼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덤덤하게 회상하지만, 그때 당시 토요일 출근까지 하는 나에게 사주는 커피 값이 아까워 돈을 아끼던 국장님을 생각하면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온다. (지갑은 닫고 입만 여는 국장님을 보며 상사는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라는 명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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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일을 하며 드는 다른 생각은 나에게 있어 '일'은 어떤 의미인가 라는 조금 깊은 의문이었다.

워라밸에서 라이프에서만 나의 자아 효능감을 챙기기엔 너무 부족했다. 워크에서도 '나'라는 사람이 존재했으면 하는데 회사 안에서는 그게 잘 안되었다. 그냥 "왜 이걸 해야 하지?" "이거 너무 재미없다"정도의 생각만 들고 퇴근하고 뭐할까, 주말에 어디 갈까 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하루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주일에 주 5일, 하루에 약 8시간을 회사 안에 있는데 그 이외의 시간만 바라바고 산다는 게 슬펐다.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간 영역이 허공에 날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사회생활 안의 사람들과 일의 의미에 대해서 여러 가지 물음표를 남기고 첫 번째 사무직 인턴을 끝냈다.


남는 건 많았다. 과도한 업무로 나의 능력치도 많이 올라가 있었고 6개월 인턴이라는 좋은 경력 한 줄이 탄생했다. 코로나 시대에 교환학생은 못 갔지만 나쁘지 않은 대체 경험이었다. 그렇게 일을 하며 해는 바뀌었고 마지막 복학을 하여 1학기를 다니면서 조용히 자아성찰과 미래 계획이나 짜자 했지만 또 가만히 못 있는 돈 벌기 유전자 때문에 3월부터 새로운 '카페'알바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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