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컨벤션 인턴

회사생활은 처음이라

by 글몽인

회사 출근 첫날에 매우 긴장을 했던 기억이 난다. 기숙사와 거리가 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도착해 회사 아래층 화장실에서 마음을 다 잡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내부에 약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 그룹은 모든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서 저기는 왜 아무도 없지? 했는데 그곳이 나의 자리가 되었다.


1팀(경영 지원부), 2팀(국제회의 유치), 3팀(국제회의 개최), 총 세 팀으로 나누어진 곳에서 나는 1팀 인턴으로 발령을 받았고 1팀의 책상 자리는 이미 6명이 꽉 차 있었다. 앉을자리가 없는 나는 비어 있는 책상들 무리 속에 홀로 들어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유배당한 자리 같아 소통도 힘들고 소속감도 들지 않아 불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제일 편하고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자리여서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1팀은 가장 업무강도가 세고 팀장님 대신 '국장님'과 함께하는 팀이라는 걸 일하면서 몸소 실감했다. 타 인턴들에 비해 나의 업무는 많았고 덩달아 책임감도 늘어만 갔다. 내가 딱 출근했을 때가 1팀에서 내부적으로 개최 및 유치하는 국제 컨벤션까지 100일 남은 시점이었다. 국장님, 대리님, 주임님, 그리고 인턴인 내가 한 팀이 되어 전담으로 그 행사를 준비했다.


처음엔 홍보 및 마케팅 업무로 SNS를 조금 깔짝깔짝 되는 것 밖에 안 했지만, 나중엔 리플릿이며 팸플릿이며 모든 영문 홍보물을 검수하고 행사 참가 교수님들과 연락하며 강의 일정을 조율했다. 각종 발표를 다니시는 국장님의 피피티 자료나 보고서 등의 사무 업무도 계속 진행해야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시간 때울 방법을 연구하는 동기 인턴들과 달리 나의 하루하루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

laptop-g5418d5596_1920.jpg 출처 : pixabay

심지어 행사가 코 앞으로 다가왔을 때는 주말 출근에, 야근에 그냥 사무실에 살고 있는 기분이었다. 딱 "인턴만큼 해" 라며 동기들에게 물러 터진 사람 취급을 받았지만 어떻게 일을 딱 적정 수준만 할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원체 워커홀릭과 완벽주의자 성향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앞에 놓인 업무는 최대한 효율적이고 완성도 있게 끝내고 싶었다. 일도 많은데 이런 욕심까지 더해지니 하루하루가 녹초가 되는 건 당연했다.


더불어 내가 힘들지 않을 만큼만 하고 빠지기엔 옆에서 죽어가고 있는 대리님과 주임님이 보여 그게 더 안됐다. 내가 편하면 저분들의 일이 늘어나는 거니깐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만큼 대주님(줄여서 묶어 자주 불렀다)이 사촌 언니들처럼 잘 챙겨주고 많이 가르쳐줘서 으쌰 으쌰 버티면서 일을 진행했다.


행사 당일 1주일 전에 갑자기 개회식에 방영될 영상과 대표님의 경위 보고서 및 기업 대상 설문조사 자료를 만들어라는 국장님의 오더에 멘탈이 탈탈 터졌었다. 특히나 영상의 자막은 영-한, 영-중, 중-한 등 머리 아픈 일들만 늘어났고 시간은 촉박하고.. 아니나 다를까 또 악몽을 꾸고 머리는 빠지고 입맛은 사라지고.. 이럴 때 보면 나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인간인가 자괴감도...ㅠ

youtuber-gffeb0af8a_1920.jpg 출처 : pixabay

큰 업무를 주니 있지 않아도 되는 막중한 책임감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바쁜 만큼 시간은 잘 가 행사가 마무리되었고 대주님과 쾌재를 불렀지만 12월에 마무리되어야 할 나의 인턴은 2개월이 늘어나 총 6개월을 하게 되었다. 마지막 최종보고서와 예산 정리 등 끝까지 함께 해줄 수 없냐는 대주님들의 부탁에 월급이 반타작도 아닌 약 1/4 정도로 줄어든 상태로 2개월을 더 일하다 퇴사를 했다.


스펙터클 스피디한 흘러갔던 첫 사무직 인턴에서 많은 것을 느꼈는데.. 다음 편에 계속..





keyword
이전 12화카페 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