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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몽인 Mar 02. 2022

뿌리내리기

서울 삶

생각해 보니 움직임에 강박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일단 아침엔 문 앞을 나섰다.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하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있는데 바로 인근 도서관 파악하기이다. 그 동네 카드를 딱 만들어야지 진정한 주민이 된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에~

(추가로 주소이전도 접수 완료되었다.)


학교를 빙 둘러서 산책을 하다 보니 조그만 도서관이 나왔다. 원래는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로 외부인 출입 제재가 되어 있어 여차저차 해서 00구 구내 도서관을 다 파악했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오히려 좋아..?"


회원증 하나로 00구 모든 도서관 이용 가능이고 지하철역 무인 대출, 반남 서비스까지 된다니,, 이게 서울의 힘인가? (아 누누이 말하겠지만 서울 혹은 상경 찬양 글이 안되길 바란다. 서울이 최고야!라는 생각은 여전히 없다. 아직 무서워서 지하철 타고 동네를 벗어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높은 인구밀도 포비아)


주야장천 사용했던 대학교 도서관에 비해선 책의 양은 적었지만, 그런대로 쏠쏠하게 있을 책들은 다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다가 대출하고 열람실도 쓱 훑어보았다. 다음 주부터 조금 규칙적이게 오전 열람실을 이용할 계획이다. 재밌지만 부족함을 가득 느끼는 영어공부도 하고 집중력이 필요한 책들도 읽기 위해선 열람실만큼 가성비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동네 자체가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어딜 가나 사람이 득실대는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정겹고 편하고 여유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좋다.


봉지에 대출한 책 달랑달랑 들고 동네 마트에 들려 두부와 양배추를 샀다.

새로운 정착지에 뿌리내리기 중 다른 하나는 동네 할인 마트 단골 되기이다.

온라인과 대형마트와는 다르게 주기적으로 발길을 끌게 하는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요리를 좋아해서 자주 장을 보다 보면 시세도 알게 되는데 역시 대구에 비해선 서울의 식재료 가격대가 조금 높았지만, 겁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외식을 안 하고 있어서 그런 듯!)


원래는 오후에 또 다른 카페에 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예정이었는데 피곤함이 몰려와서 집에서 편하게 독후감을 썼다. (약 200권의 독후감이 있는 네이버 블로그 필자명도 '글몽인')


어제 읽은 책인데 재밌고 새롭게 가슴 뛰는 정보를 선물해 줘서 좋았다.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 보니 동거인이 왔고 같이 저녁을 먹고 홀로 산책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놀고먹는 (산책과 독서, 그리고 글쓰기만 있는) 삶은 정말로 재미있구나!


매일 적는 글이 (오늘 뭐뭐했다 류의 일기로만 그치지 않길 바라는데 글감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내일은 드디어 동네를 벗어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그 일대를 돌아다녀봐야겠다.

출근, 퇴근 시간을 요리조리 잘 피해서 조심히 다녀올 계획-


"이별은 굉장히 힘들지만 아직은 그런 새로운 것을 만나고 도전하는 것이 주는 약간의 중독성이 더 큰 것 같아요. 저는 나의 관심과 또 열정과 욕구 같은 것들이 나를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별의 아픔도 혹은 힘들도 감수하는 것이지, 내가 여기에서 중심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밖으로 떠돌아다니는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 오은영 문화운동가 (철학과 나오면 뭐 하고 사나요? 중)


아직 대구에서 작별한 친구들과 익숙했던 동네가 조금 그립지만 새로운 동네에서 뿌리내리고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나인걸 알기에 새로움과 도전의 중독성을 마음껏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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