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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Jan 25. 2021

미래세대를 위한 빈의자

'학생인권'을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

세 개의 빈 의자


지구윤리센터 디렉터 카렌나 고어는 2020년 가을에 열린 <한국생태문명회의>에서 스웨덴에서 만난 그리스도인 친구의 말을 빌려 국제 정책이 만들어지는 어느 공간이든 세 개의 빈 의자가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세 개는 각각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 미래세대, 그리고 지구에 있는 모든 인간 이외의 생명체, 그러니까 현재 만들어지는 정책들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면서도 가장 적은 영향력을 가진 존재들을 위한 지정석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제2차 학생인권종합계획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저는 이 계획을 수립하고 학교 현장에서 시행하는 것이 카렌나 고어가 말한 '미래세대를 위한 지정석'을 우리 사회에 만들어나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회를 말해준다


넬슨 만델라는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최근 정인이의 비극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 바와 같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천박하고 폭력적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인권'을 주창하며 학교에서의 체벌은 사라졌지만, 가정에서의 체벌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십 년 전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모든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을 단행했지요. 이제 적어도 학교에서 밥을 굶는 아이들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배를 곯는 아이들이 있답니다. 저는 "21세기 아이들을 20세기 교사가 19세기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표현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학교는 21세기 학생들에게 맞는 21세기 정책을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제2차 학생인권종합계획을 꼼꼼히 들여다 본 분이라면 제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21세기 학생들을 위한 21세기 교육


N번방을 잊지 않으셨겠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린이가, 특히 여자 어린이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직장 내 따돌림과 갑질은 어떤가요? 데이트 폭력은 또 어떻습니까? 정인이의 죽음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악마가 저지른 일이 아닙니다. (여전히 19세기적인 가정과 사회의) 체벌, 폭언, 희롱, 따돌림, 갑질, 성상품화 등 다양한 폭력이 사회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고귀하다'는 절대적 명제를 무시하고 '정상'과 '표준'이라는 이름으로 서열화하고 획일화하려는 만행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의 존엄과 생명권, 그리고 학습권을 지키고자 하는 '학생인권종합계획'의 비전에 동의합니다. 미래교육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미래세대의 인권을 돌보지 않는 미래교육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학생의 인권을 높이기 위해 사회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것이 곧 우리 사회의 미래 인권을 높이는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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