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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Sep 23. 2015

우리 교육의 생태계는 건강한가?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

함께 읽는 책 No. 06

이혁규(2015), 『한국의 교육 생태계』


이혁규(2015), 『한국의 교육 생태계』



우리나라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다


2012년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유튜브와 빌보드를 석권했던 사실을 기억하시나요? 당시에 저를 비롯하여 많은 한국인들이 전세계가 한국의 춤과 노래를 즐긴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가졌었지요. 알고 보니 싸이의 노래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 전부터 한류와 K-POP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를 넘어 라틴아메리카까지 우리의 음악이 알려져 있다는 것에 놀라움은 뿌듯함으로 바뀌었습니다. 제 학창시절만 해도 한 때 홍콩의 스타들이 광고를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의 빌보드 차트 소식을 비중 있게 전하고 김기덕과 전영혁이 영미권의 뮤지션들을 맛깔나게 소개하던 일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이 된 것입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싸이와 함께 말춤을 출 줄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그런데 2012년에 우리를 놀라게 한 사실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OECD 학업성취도 국제 비교 연구(PISA) 2012에서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수학 1위, 읽기 1~2위, 과학 2~4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3년 PISA 테스트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최상위 성취를 이루지 못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사실을 갖고 놀라워하거나 자랑스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놀랍기는 했습니다. 수업 시간이 지겨워 떠들거나 잠만 자는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세계 1위라니요? 그럼 다른 나라 학생들은 도대체 어떻다는 말인가요?     


사실 수학, 과학, 문제해결력 등에서 이렇게 높은 성취 수준을 보이고도 마냥 기뻐하지 못한 이유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처한 현실과 학교의 풍경이 이번 PISA 2012 결과 보고서에 얼핏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나는 학교에서 행복감을 느낀다’라는 설문 문항에 대해 한국의 학생들은 오직 60%만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OECD 평균 80%). ‘나는 학교생활에 만족한다’라는 문항이나(한국 65%, OECD 평균 77%) ‘나는 학교에서 친구들을 쉽게 사귈 수 있다’는 문항 역시(한국 78.6%, OECD 평균 85.5%) 전체 참가국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이를 동아시아권 국가들의 공통된 현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높은 성취를 보인 인지적 영역의 경우는 그 말이 맞지만 정의적 영역의 경우는 다른 동아시아권 국가들은 모두 평균을 넘은 반면, 오직 우리나라만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 행복지수 낮은 순위 1위, 청소년 행복지수 낮은 순위 1위, 학업 시간 많은 순위 1위, 사교육비 높은 국가 1위, 공교육비 민간 부담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청소년 흡연률 1위, … 우리나의 학생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미래세대가 행복하지 않은 나라로부터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정녕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움의 기쁨을 느낄 수는 없는 걸까요? 공부도 잘하면서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교육이 전세계로부터 강남 스타일과 같은 열광과 환호를 받을 수는 없는 걸까요? <한국의 교육 생태계>는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출발합니다.     



우리 교육을 바꿀 힘은 민주주의로부터


4개의 장, 20개의 꼭지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이혁규는 첫째, 우리 교육에 이념과 철학이 있는지 묻고 둘째, 공교육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교실수업의 실태를 진단하며 셋째, 교사의 전문성이란 무엇이며 이를 위해 교원양성기관은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지 이야기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최근에 확산되고 있는 배움의 공동체 운동과 혁신학교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보수와 진보로 대립하고 있는 한국의 교육계가 대립을 넘어서 서로 협력하여 교육을 개혁할 수 있을지 묻고 있습니다.     


이혁규는 “우리 교육의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주의도 지나친 비관주의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라운드 제로의 위치에서 출발하여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에 도달한 오늘날의 한국 교육에는 자랑할 만한 요소도 적지 않지만, 학생들이 배움에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지구촌을 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지닌 세계시민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나아져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합니다. 10년이 넘게 중・고등학교 교사를 지내고 그보다 더 오랜 기간 현장지향적인 연구자로 살아오면서 한국의 교육개혁에 대하여 고민해온 저자가 결론으로 제시하고 있는 개혁 의제 일곱 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좋은 교육 이념을 만들 필요가 있다.

- 교육 정책 결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구가 필요하다.

- 대학 학벌 체제의 완화와 함께 고등학교 평준화가 강화되어야 한다.

- 혁신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학교 혁신을 전국화해야 한다.

- 교장 승진 제도와 함께 교원 승진 구조 전체를 개편해야 한다.

- 교육학의 현장 지향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 교사 교육 프로그램 개선이 국가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저자도 고백하고 있듯이 위의 주제 중에 많은 내용들은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서 이미 언급이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진부한 주제들입니다.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어떻게 그걸 실천하느냐고.”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합니다. 이에 대하여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문제가 진부해졌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나 힘을 충분히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증거한다. 그것은 기득권의 저항 때문일 수도 있고, 개혁 논자들의 비현실적인 주장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구조화된 문제의 심각성이 개혁을 실현할 엄두를 못 내게 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 우리는 이 모든 관성을 넘어서서 진부화된 개혁 의제들, 그리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개혁 의제들을 재정치화하는 데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재정치화”는 무슨 의미일까요? 저는 그것이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관료와 현장교사 사이의 민주주의, 교장과 평교사 사이의 민주주의, 교사와 학생 사이의 민주주의,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학교 운영 주체(학부모-학생-교사) 사이의 민주주의. 국가적 차원의 개혁, 지방자치 차원의 개혁, 학교운영위원회 차원의 개혁이 교실의 개혁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학생이, 학부모가, 그리고 교사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하죠?” 그리고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 그 주제를 가지고 함께 토론해 봅시다.” 교육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독재정권의 탄압 속에서 배운 학생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쟁취했듯이, 신자유주의의 망령 속에서 배운 학생들이 좀 더 매력적인 대한민국을 건설해 낼 것입니다. 물론 승리가 저절로 오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좀 더 용기를 내야 합니다.



문제가 진부해졌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나 힘을 충분히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증거한다. 그것은 기득권의 저항 때문일 수도 있고, 개혁 논자들의 비현실적인 주장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구조화된 문제의 심각성이 개혁을 실현할 엄두를 못 내게 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 (……) 우리는 이 모든 관성을 넘어서서 진부화된 개혁 의제들, 그리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개혁 의제들을 재정치화하는 데 성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읽는 책 No. 06

이혁규(2015), 『한국의 교육 생태계』

이혁규(2015), 『한국의 교육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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