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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상혁 Mar 22. 2020

무엇이 학교를 바꾸는가 3

혁신의 또 다른 상상

우리는 아직 혁신학교를 모른다


"소통과 협력을 추구하는 교육이 학업 역량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은 독일 사회에서도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괴팅겐 통합학교는 2011년 독일 최우수학교상을 받았고 독일대학입학자격시험 성적이 전체 학교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죠. 괴팅겐 통합학교가 등장한지 40년. 새로운 사고와 실천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3부 ‘혁신의 또 다른 상상’의 마지막 나래이션이다. 이 한 문단에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다. '혁신학교 이제 고작 10년이야. 그동안 잘 해왔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아. 우리는 계속 서로에게 배워가며 앞으로 나아가야 해!' 우리는 혁신학교를 모른다. 혁신학교의 ‘컨셉트’로 (가르쳐본 적은 있을지 모르지만) 배워본 적이 없다!


작년 파리에서 열린 E2 컨퍼런스에서 만난 핀란드의 한 교사는 핀란드 역시 교육개혁이 순탄치 않았다고 했다. (그 작은 나라 에서도) 개혁의 과정에서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고 조금씩 확산해 나가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PISA의 결과가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교육개혁의 성과가 국제적으로 증명되자 반대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노인분들은 지금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는 안하고 논다고 걱정하신다고... 그러고는 핀란드도 교육개혁이 정착하는 데 40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럼 왜 40년인가?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혁신적인 학교에서 배움을 경험한, 혁신교육을 몸으로 체득한 학생들이 기성세대가 - 행정가가, 교사가, 학부모가 - 될 때쯤 반대와 저항이 잦아들기 때문이 아닐까.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혁신학교를 모른다. 혁신학교에서 배워본 적이 없다. 혁신학교에 대해 목소리를 낮추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다음 주에 방영될 4부와 5부가 기대된다.





다큐멘터리 속 주요 장면들


퓨처 스쿨 / 미국

- 고등학교

- 인턴쉽 프로그램


오픈 월드 러닝 커뮤니티 / 미국

- 중고등학교

- 크루 제도, 프로젝트수업


괴팅겐 통합학교 / 독일

- 인문계-직업계 통합중고등학교

- 책상그룹(학습/생활 공동체), 팀티칭




페북 댓글로 나눈 이야기들


맞습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면서 우리 교육은 늘 단기적 성과만 바라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감과 철학을 갖고 진드거니 고민과 실천 때론 시행착오(진정성이 있는 경우엔 사실 사소한 오해뿐이만)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정책 관련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겐 더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교육청의 많은 자리가 단지 2~3년 간격으로 수시로 바뀌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래도 있는 자리에서 늘 최선을 다하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 예 선생님. 이렇게 생각 보태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혁신의  다른 상상 링크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오픈 월드 러닝 학교의 학부모와 교사의 인터뷰 내용이 마음에 오래 남을  같습니다.

학부모: 교육은 직업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수단이다.교육은 관점을 넓혀 세상을 넓게 보는 시야를 만들고 열정을 좇게 해주는 것이다.

교사: 교육의 역할은 학생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아이들을 잘 아는 것이고, 아이의 여정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한국의 혁신학교가 늘 깨어 움직일 수 있는 학교였으면 좋겠습니다. 40년 역사의 괴팅헨종합학교가 독일의 교육에서 주목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학교의 구성원들이 늘 토론하고, 변화를 수용하면서 길을 만들어갔던 열정이었습니다. 한국의 혁신학교가 괴팅헨종합학교와 같은 깨어있는 학교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부형공모제를 통한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학교장, 학습공동체를 통해서 토론하고 변화의 방향을 열어가는 교사, 마을교육공동체가 함께 해야하겠지요. 윤상혁 선생님의 글을 지지하면서 응원합니다.


학교를 퇴직하고 나셔서도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변화의 방향을 열어가는 교사"의 모범을 보이시는 선생님. 정말 존경합니다^^


* * *

정주행 한 번 해보려구요 ^^ 학업역량이 어떻게 정의되느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학교의 목적이 과연 '학업역량 신장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맴도는 중입니다. 적어도 초중고 학교 교육에서만이라도 '역량의 신화'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역량은 성과의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잖아요. 성과, 도구, 환경 등에 관한 논의만큼 어떤 사회로 어떤 성과를 내고자 하는가에 대해서 논의의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사실 내부 사정을 잘 모르긴 하지만 큰 줄기의 방향성 면에서) 혁신학교가 현존하는 학교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필요한 학교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혁신학교를 예산과 기존 잣대의 성과를 들이대며 평가하려는 섣부른 움직임을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좋은 자료와 말씀 공유해주신 것 같아 고맙습니다. ^^ 교육에 성과를 마구 들이대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의 성과는 결국 아이들이 일상으로 겪는 경험에 밀려날 가능성이 훨씬 높겠죠... 과학 개념을 잘 배운 학생도 시험볼 때와 일상 생활에서 다른 답을 한다고 하는만큼 체득해서 내면화 된 개념이 결국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왜 40년인가?'에 대한 말씀이 이런 속성에 대한 합리적인 응답인 것 같아요. 진짜 맨 앞부분 슬쩍 본 <민주주의와 교육>에서 보고 반가웠던 말과 함께 질문이 떠오릅니다. "물론, 학교는 미성숙한 성원의 성향을 형성하는 전달의 한 가지 중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 가지 방법에 지나지 않으며, 다른 교육기관과 비교할 때, 비교적 피상적인 방법에 지나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이고 지속적인 교육 방식의 필요성을 올바르게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학교 공부를 그 올바른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는 학교 공부를 어떤 맥락으로 파악할 것이며 어떤 곳을 바라보고 나아가야할까요?


다큐멘터리 속에서 선생님들이 지속적으로 하시는 말씀들을 종합해보면 혁신학교운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첫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인데요. 사실 이 두 가지는 균형을 잡기가 매우 어렵죠. 문화라는 것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데 구성원이 바뀌면 당연히, 아주 당연히 그 문화가 달라질 수밖에 없거든요. 기존에 그 학교를 꾸렸던 교사의 입장에서는 이게 못마땅할지도 모르겠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무늬만 혁신학교'라는 표현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는 편이에요. 여기에 불안감과 조바심을 느껴 제도적으로 보완하려고 하면 오히려 자발성이 더욱 사라져서 더욱 경직되어 버리죠. 결국 제도화라는 것은 학교를 중심으로 해서 어설프면서도(숨통을 트이면서) 촘촘한(멀찍이서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것은 지겨울 정도로 끊임없는 대화와 소통의 반복에서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찌보면 이것은 혁신학교 만의 문제가 아닌, 민주주의의 숙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케네스 애로는 어떤 민주적 절차도 일관된 사회선택을 도출하지 못한다는 <불가능성 정리>를 발표했는데(조지 슈피로, <대통령을 위한 수학> 315쪽), 이로서 완벽한 제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죠. 어쩌면 하울의 움직이는 성처럼 뭔가 덕지덕지 붙은 육중한 몸체가 학교의 숙명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뭐 그냥 계속 아웅다웅하면서 전진했다가 후퇴했다가 그러는 거 아닌가..


제 생각에도 민주주의의 숙명인 것 같습니다 ^^ 그래서 민주주의는 갈등을 죄악시해서 없애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기본 전제로 한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아웅다웅이 당연한 것 같아요. 비효율적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저는 학교의 철학이 어느 정도 서 있고 구성원이 바뀌면서 그 철학을 기반으로 학교 혹은 개인의 방법론이나 그때그때의 모습들이 조금씩 바뀌는 것이 최대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리자나 그 당시 구성원 중 힘있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건 좀... 그래요 ㅎ <불가능성 정리> 재미있네요 ^^


맞아요. "관리자"에 대한 견제 뿐만 아니라 "구성원 중 힘있는 사람"에 대한 견제 역시 매우 중요하죠. 분량대결은 포기. ㅎ


 학부모로 9 깊게 경험한 학교는 육중합니다. 덕지덕지 붙었구요


예 뭔가 덜어내야 할텐데요..그럴 듯하게 포장된 문서와 화려하게 치장된 담론 속에서 소박한 실천은 빛을 잃고.. 뭔가 새로운 것만 찾는 경향을 반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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