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이 밀려오고 자신감이 사라질 때
진짜 세상은 넓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해냈다
희망과 불안, 감동과 흥분으로 들끓는
다채로운 삶의 현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 넓은 곳으로 나아가
진정한 삶의 지식을 찾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을
- 『제인 에어』 제10장 중에서
'빨간 머리 앤(ANNE with an E)' 시즌2 7화에서 앤이 낭독한 문장. 밤 늦게 온라인 회의를 마치고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뒤숭숭하여 잠시 딴짓. '잠시'가 점점 길어지며 '다음 화'로 넘어가고.. 그러다가 발견한 아름다운 문장이다. 갑자기 나이가 너무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지고 자신감이 사라지려는 찰나 발견한 문구다. 작년 스승의 날에 뵈었던 고교 은사님께서 "'빨간 머리 앤' 명작이야. 꼭 봐."라고 하셨는데 1년이 넘어 이제야 본다. 나는 항상 늦게 기억하고 늦게 움직이고 늦게 깨닫는다. 그게 문제다.
'빨간 머리 앤'이 캐나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정확히는 캐나다의 가장 작은 주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EI; Prince Edward Island)"이다. 주도는 방송에도 자주 등장하는 '샬럿타운(Charlottetown)'이다. 아래 지도를 살펴보면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바로 아래가 앤이 출생한 지역인 노바스코샤다. '빨간 머리 앤'의 원제가 '그린 게이블스의 앤'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Gables'는 '박공'이라는 뜻으로 쉽게 말해 '∧' 모양으로 붙여 놓은 두꺼운 널빤지를 말한다.
"의지가 운명을 결정한다"라는 강렬한 제목으로 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빨간 머리 앤'은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태생의 캐나다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1908년작 소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진짜 세상은 넓다는 사실을 나는 기억해냈다. 희망과 불안, 감동과 흥분으로 들끓는 다채로운 삶의 현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 넓은 곳으로 나아가, 진정한 삶의 지식을 찾는 사람을 기다린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