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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감기약은 어딨나

2014.3.13

자고 일어나면 낫는것이 감기였는데, 이번 감기는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아침엔 비타민을 한알 먹으면서, 입안이며 눈이며 염증이 나기 시작하길래 소염제까지 내리 두 알 먹는바람에 감기약은 근처에도 못간 탓인가 어째 그리 이불속에만 있고 싶던지. 그렇게 귀한 아침시간 버려가면서 쉬면서도 생각하기 바빴다.


내가 뭘 그리 스트레스 받았나.
나도 모르게 내가 또 일에 치여서 시간을 보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주 내내 딱히 그럴만한게 없어서 납득이 안가는 휴식아닌 휴식을 보냈다. 그렇게 뜨뜻하게 누워서 가만가만 눈만 꿈뻑이고 누워있는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내가 했던말, 내가 들었던 말들. 그리고 그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 화자들의 진짜 속마음. 뭐에 가려졌었는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나의 아둔함. 그리고 홍대 핸인핸. 여기까지 생각했을때, 도서관에서 빌려왔던 책이 번뜩 떠올랐다. (신간 도서란에 다소곳이 꽂혀 있었는데, 이름이 어찌나 귀엽던지 그냥 집어왔다. 자기계발서도 아니고 그냥 소설이라 고민 잠깐 했지만 맘에 드는데 어떡해. 봐야지.) 그래 아무것도 안할바에는 책이라도 읽자는 심정이었다. 책은 그래 이렇게 한번 펼치면 그자리에서 끝내는 예의가 있어야 하는데 요즘 바쁜척 하느라 그러지 못했다.


느긋하게 첫 장 넘기는데, 와 40분 남짓한 시간동안 다 읽었다.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어쩜, 이렇게나 맘에 들던지 몇권 사서 주변 사람들한테 선물해 주고 싶었다. 마지막 장 읽고 나서, 괜히 책에서 위로받고 동기부여도 되고.


'사람의 마음을 알고싶거든, 소설을 읽어라'라는 그런 말을 옛날에 어디선가 봤는데, 정말 오늘 (여태 별 이득없다 생각했던) 소설의 -진가를 체감했다. 당분간은 이런 소설책들을 좀 읽을 필요가 있겠다.

책 덮고나니 학교 갈 시간인데.
몸은 아프고, 이 기침이라면 수업내내 방해될게 뻔하고. 일어나서 준비하자니 버겁고.
고민고민 하다가, 가도 아프고 집에있어도 아플 바에야. 노트북이나 받으러 가자는 심산으로 느즈막이 학교로 갔다. 요즘 내내 몸이 안좋아서 컨디션좀 끌어올려보겠다고 인스턴트도 안먹고, 커피도 안마셨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커피생각이 그렇게 났다.


어차피 오늘은 여태 스스로 제한했던 것들에게 자유를 준 날이었으니 커피도 마시자는 관대함으로.(합리화 장난아님) 커피 받아서 강의실 올라가는데 그렇게 행복했다. 평소엔 매일 느리게 느리게 커피내려서, 수업 늦을까봐 조마조마 했는데 오늘은 왠일로 그모습도 여유있어보이고 좋기까지 했다. 아프니까 별게 다 느긋해져. 덕분에 요즘 열한시 반 땡하면 골아떨어졌는데, 아직까지 깨있다. 아 진짜 이럴줄 알았어.
오늘 내가 스스로에 대한 제한을 풀었던 것


(중략)


하루만에 저걸 다 쉬니까 뭔가 여행 온 듯한 그런 자유로움까지 느껴진다.
아 몰라. 엄마 보고 싶었다. 엄마가 와서 밥해주면 좋겠고, 링거도 놔주면 좋겠고, 생각하던 찰나 전화라도 한 통 해 보지 우리엄마, 뭐가 그렇게 바빠서 하필 이런날 전화도 없나. 혼자 좀 야속해 하다가. 이럴때만 엄마 찾나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나 일찍가겠다고 미안 갈게. 안녕.하고 온지 벌써 다섯시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음악이나 듣고있다. 내일은 뭐해야하지 생각하다가, 내일이야말로 수업도 없겠다 그냥 집에서 푹 쉴까 싶은데, 어제 못갔던 미술관 내일은 가야겠다 싶기도하고. 이 고민하고있는 중에도 내일은 오고있겠지.


새로 데려온 노트북이랑 노니까 사실 좀 재밌다.
그래서 잠이 안오나.
아 다시 필름카메라도 고쳐야겠다. 꽃도 피고. 준비해야지 열심히.
오늘은 지금 이 글 만큼이나 두서없고 정신도 없는 하루지만
사실 오늘 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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