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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untitled

2015.3.7

지지난주 히아신스 화분 하나를 샀다.
학교 올라가는길엔 꽃집이 두어군데가 있는데, 평일엔 여태 그 곳을 지날 일이 없었고_ 주말에 지날때마다 새로운 꽃이 와있는 걸 구경하다보니 사장님은 날 알아봐주신다. 나는 항상 짐이 많아서 사장님은 매일 내 '짐 많음'을 걱정해주신다.

어쨌거나, 다시.
히아신스 화분 하나를 샀다.
처음에 살 땐 그냥 꽃이 예뻐서 샀다. 나는 그냥 지나는 길에 하얀 꽃에 반했을 뿐이다. 사실 푸른색 안개꽃이 더 예뻤던 것 같은데_ 왜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꽃을 사오던 날, 백작가님이 여기선 꽃, 열매, 향 나는건 다 죽는다고 하셔서 웃으면서 '그러지 마세요오' 하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왜인지 히아신스를 데려온지 이틀째 되던날부터 한쪽 면만 시들기 시작하더니 누렇게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전자파 때문인가, 아니면 물 때문인가 혼자 전전긍긍하다가 궁여지책으로 그나마 햇빛 비치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올려뒀다. 혹시나 누가 가져가버릴까, 아니면 버리진 않을까 해서 명함을 살짝 끼워둘까 했는데 설마하는 마음으로 두고 돌아왔다.
그런데 그 화분이 다음날 없어졌다. 속상했다. 귀찮아도 연락처나 명함이라도 둘걸 하고 혼자 시무룩해 있는데, 오늘 수업 끝나고 들어오시던 콜린 박사님이"밖에 노란 화분 신혜씨꺼 아니에요? 남자화장실 가는길 바닥에 있던데"하고 일러주셨다.

잃어버린 자식 찾는 마음으로 갔더니 한층 더 시들은 모습으로 히아신스가 거기 있었다.
하루만에 찾은 꽃은 비록 거의 썩어들어가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찾았다는 기쁨이 컸다.
어찌하면 다시 살릴 수 있을까 싶어, 히아신스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니까 히아신스의 꽃말이 나온다.


하얀꽃은, 사랑하는 행복
보라색 꽃은, 사랑의 기쁨.
왠지 모르게 뭔가 씁쓸하다.
방금도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주인공들의 맹목적인 사랑에 조금도 감동받지 못하고 냉소적인 마음으로 비웃듯이 보고 왔는데, 사랑하는 행복이라니.

이성과 서로 사랑하는데 행복할 수가 있는가,에 대해 원론적으로 생각해보면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는쪽에 가깝다. 모든 사람은 변한다.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사랑한다면, 언젠가는 변할 그날을 기다리면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것과 다름이 없다. 바로 그 과정이 '귀찮은 감정노동'에 지나지 않는 것이 되어버려서 이제는 별로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일시적이고 자극적인 행복은 있다. 그렇기때문에 언제 이 행복이 끝날지를 몰라 두려운 마음도 있기때문에 그 양날의 검을 손에 쥐고 있느니, 버리는것도 방법이다.


사랑하는 순간의 그 찰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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