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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네 Apr 22. 2016

untilted

2015.5.4

늦고 깜깜한 맑은 밤, 아주작은 방 하나에 나무로 된 오랜 창문이 있다. 창문은 예쁘고 낡았다. 그리고 그 방에는 그 창 하나와, 혼자 앉아 딱 어울릴 테이블이 하나 놓여있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다. 벌레소리와 물소리만 나즈막히 들릴 아주 조용한 밤이다. 여기는 저마다의 은밀한 마음 속 공간의 방이다.

누구나 이 작고 낡은듯 예쁜 방을 마음 깊숙한 곳에 가지고 있고, 누구나 자기 스스로를 독대할 때 이 방을 방문한다. 고요하다. 아무런 방해도 없고 어둡고 적막한 속에 테이블 앞에 앉는다. 그 탁자는 살아온 시간만큼의 각자의 손을 탄 탁자이다. 무엇을 올려 두었던지, 테이블보의 색상은 무얼 해 놓았든, 모두 저마다의 마음 가는대로겠지. 그리고 그 어두운 공간 속의 테이블 위로, 바로 옆 창가에서 달빛과 별빛이 비친다.
아주 어두운 방이기 때문에 적당한 밤하늘의 빛으로도 어느 정도는 잘 보인다. 그렇게 자기의 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그 위에 자신이 지난번 방문때 무엇을 올려두었었는지 찬찬히 살핀다. 가만히 앉아있길 한참 지나 그 사람은 그렇게 어두운 곳에서 창가의 빛 만으로 그 물체에 미세한 그늘이 지는 것을 발견한다. 이내 별것도 아닌 그림자 하나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 해, 그 테이블 앞에 앉아 스스로를 독대하는 시간을 방해받기에 이른다.

아마 빛줄기가 들어와도, 빛과 테이블 사이에 지난번 올려둔 물체덩어리가 없었다면 그림자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은 그림자를 만든건 나라는 소리다. 내가 올려둔 것이다. 내가 내가. 소화시키고 소멸시키지 못했던 아주 오래 시간 전의 케케묵은 덩어리가 어두운 곳에선 보이지 않다가, 밝은 빛이 비추니 그 형색을 드러내는 것. 그 덩어리를 본인이 완전히 소멸시켰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 인간은 자신이 남겨놓은 잔재임을 망각한 채 힘들다는 말로 그림자만을 망연히 바라볼 것이다.
그렇지만, 시시때때로 모든 물건들을 치우기란 어렵다. 테이블 위에 올려둔 덩어리들이 어떤 것은 버리기에 아주 무겁기도 하고, 어떤 것은 예뻐보여서 버리기에 아깝기도 했을 것이다. 언젠가는 쓸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는동안 테이블위에 물건들은 겹겹이 쌓여갔을 것이다.

테이블 위를 완전히 치울수는 없다. 즉, 항상 그림자는 있게 마련이라는 거다. 그 그림자를 바라보기가 힘들어서 창가로 스며들어오는 작은 별빛조차 차단하고자 커튼을 내려 버리는 수고까지 할 필요가 없다. 창가로 빛을 내려주던 별은 아무 잘못이 없다. 왜냐하면 별도 자기 맘대로 내 방으로 빛을 전달 해 준 것이 아니라, 다른 태양같은 존재가 준 빛이 너무 강해 자신도 모르게 반사시켰을 뿐. 그렇게 그림자 하나를 만든 건 어느 하나의 책임이 아니다. 그 물건을 올려두어 그림자를 지게 한 나와, 그저 아무것도 모른 채 강한빛을 반사시켜버린 별과, 또 그 별에게 강한 빛을 주었던 태양같은 존재가 모두 함께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러니 그 그림자를 없애려 아무것도 대처 할 필요가 없다. 그냥 들어오는 별빛과, 테이블 그 위의 물건들이 비치고 그림자가 지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자연의 이치인 듯 생각해버리면 된다. 어차피 몇 시간 후면 아침이 되어 그 방을 나서 자기의 삶을 사느라, 밤새 신경쓰며 짜증났던 사실조차 잊을 것이다. 그러니 별 것 아닌 그림자 따위에 신경쓰느라 너의 마음을 쏟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정 신경이 쓰이거든, 테이블 위 물건들을 가지런하게 정리 해 두면 안될까. 그럼 그림자도 가지런한 모양으로 변할거니까.


웃고 웃던 날 내가 너의 상황과 마음일 적에, 마주앉은 나를 보던 너도 이런 기분이었니. 너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했었구나 싶어 마음이 무거워. 무언가 마음이 아프고 도움이 되어주고 싶지만 난 그러지 못해 미안하고, 나는 내게 더 다가가 애써 해결해주려기 보단 여기 내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게. 나 원래 엄청 소심한 사람인거 너도 잘 알지. 지난번에 준 사탕꾸러미는 오늘 맛있게 잘 먹었어. 아 그리고 그 때 선물 해 준 것도 안 잃어버리고 잘 쓰고있어. 다행이야. 오늘 다시보니 새삼 더 예쁘더라. 늘 너에게 고마워 하고있어. 나는 책 좀 읽다 잘게, 내일 지각말고 이번주 끝이 오기전 즈음엔 맛있는걸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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