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건강한 김치란 생존을 위한 필수

설탕 김치를 거부한다

by 치유의 통로

김치를 직접 담가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내 손을 거치지 않은 거의 모든 김치에는 내가 원치 않는 설탕을 비롯한 당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밥처럼 거의 매일 먹는 김치에 설탕이 들어간다는 것은 건강에 매우 위협적이다. 우리집 김치부터 예외는 아니었다. 내게 미덥지 않은 것 중 하나가 흔히 김치맛의 비결로 인식되고 있는 '매실청'이란 재료였다. 내가 알기로 매실청은 절반이 설탕을 원료로 한다. 솔직히 설탕류가 들어가서 당장 안 맛있는 김치가 어디 있겠나. 그러나 입맛과 맞바꾸기에 우리의 건강은 소중하다. 때문에 설탕 들어간 김치에 쉽사리 만족해하는 그것이 나는 마땅치가 않았다.


김치에 관한 공부가 새로 시작되었다.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니 설탕이나 인공조미료 없이도 얼마든지 자연 그대로의 재료 본연에서 우러나오는 단맛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것은 인위적으로 흉내낼 수 없는, 자연이 주는 더 풍부하고 깊은 맛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알려지지 않은 진실로, 대부분이 이를 모르고 설탕 들어간 김치를 먹고 있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든 식당에서든 파는 김치든. 많은 이들의 칭송(?)과 호응을 얻은 소위 김치 잘 담기로 소문난 여러 레시피를 살펴보았다. 거의가 다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꼭 설탕을 넣는 것은 번번이 나를 실망시켰다. 간혹 아주 드물게 설탕을 쓰지 않는 레시피를 만날 때는 무척 반가웠다.


김치에 설탕이 필요 없다는 걸 알고 나니 더 이상 설탕 김치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김치를 직접 담가보니 무척 수고스러운 작업인 것도 사실. 시판되는 김치가 왜 그리 비싼 값을 받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마치 정신수양을 하듯 하나하나가 수작업이요, 인고의 기다림은 필수과목이었다. 내 시간이 아닌 철저히 자연의 타이밍에 맞춰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설탕 한 숟가락 팍 타버리면 기껏 다 된 밥에 재뿌리는 격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먹어서 독이 되는 김치가 아닌 약이 되는 김치여야 하지 않을까.


전통 방식을 따라 설탕 없이 담근 김치를 직접 만들어보면서 김치가 이런 맛일 수도 있구나 하며 신선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젠 설탕 김치가 너무 달아서 입에 맞지 않게 되었다. 무설탕 김치는 먹고 나서 이를 닦을 필요조차 없는 깨끗하고 무해한 김치다. 김치는 오늘도 무심코 우리네 식탁에 올려지고 있다. 한국인이라면 멀리 할 수 없는 김치다. 그렇기에 김치는 반드시 건강한 것이어야 한다. 한국인에게 건강한 김치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모종의 사명감에 휩싸여 이제 우리집 김치부터 내가 책임진다고 겁 없이(?) 공표하기에 이르렀다. 부족한 솜씨지만 나름 반응이 나쁘지 않은 걸 보니 식구들의 입맛에도 다행히 맞는 모양이다. 평생 김치를 담글 거라고는 생각조차 한 일이 없다. 전혀 계획에 없던 김치라는 미개척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음 이후로, 틈틈이 김치 담는 게 내겐 큰 낙이 되었다. 날마다 건강 따지는 게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커다란 즐거움인 나에게 김치 또한 건강과 결부짓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나와 사랑하는 가족에게만큼은 건강한 김치를 선물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