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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유쌤 May 26. 2022

교사도 사람이다.

쿨병 한번 걸려보고 싶다. 

 며칠 전 우리 교실에 불었던 칼바람의 기운이 남아 있어 여전히 교실 속 공기는 냉랭하다. 여전히 아이들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화난 어른의 모습일 것이다. 

 한번 얼어붙은 아이들과의 온도차는 쉽게 해동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해동 시간은 짧지만 나의 해동 시간은 매우 길다. 출근과 퇴근을 두 번 반복하며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을 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이랑 툭 터놓고 얘기를 해야지 생각하며 오늘자 생일을 맞은 아이의 케이크를 사서 출근을 했지만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하려 하면 나도 모르게 얼굴 표정이 굳어간다.  

 앞으로 수학 수업은 문제 풀이로 합니다. 
틀린 문제는 오답노트를 적고 직접 설명을 해야 통과됩니다.

괜스레 맘에 없는 선언을 늘어놓는다. 상처 난 내 맘에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를 바른 후 거즈로 덮었는데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면 상처가 덧난 듯 욱신댄다. 어디서부터 치료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렵다. 소독이 문제인 건지 연고의 효과가 별로인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감정만 가득하다. 

 어색한 교실의 분위기는 중독성이 있다. 이 분위기를 아이들이 알아채고 스스로 반성하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가지게 만든다. 그래서 그 어색한 분위기를 어쩌면 나 스스로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정막이 흐르는 교실 속에서 교사인 나의 생각과 아이들의 생각은 아마도 만나는 지점이 없으리라.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행동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나도 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해야 하고 아이들도 선생님의 현재 상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지만 서로의 생각은 접점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한마디 질문을 던져본다. 

선생님이 왜 화가 났을까?
선생님에게 바라는 점 없니?
그동안 스스로 노력을 했다고 생각하니?

 

 이 질문에 답을 적어 낸 아이도 있고 빈칸으로 낸 아이도 있다. 그동안 교실 속에서 많은 것을 챙겨보려고 했던 노력들을 강요라 여기는 아이도 있고 툭툭 던진 말들은 장난이라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교실과 일상의 경계선에 대한 감각이 무딘 아이들에게 난 교실에서의 규칙과 행동을 강요한 걸지도 모른다. 

 내 속에 있던 덩어리 진 화의 원인에 대해 뱉어내다 보니 마지막엔 목이 살며시 메어온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해 화는 그만 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말을 하는 것부터 자존심이 상하지만 더 길게 끌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닫고 종전을 외친다. 

 이제야 오늘 생일인 친구의 케이크에 환한 불빛이 반짝인다. 생일 축하 노랫소리는 한없이 우렁차고 즐겁다. 응어리진 뭔가가 사르르 녹는 느낌이 든다. 결국 이렇게 끝난다. 자주 느꼈던 기분인데 오랜만에 느끼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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