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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Aug 06. 2022

누군가 내 생각을 들여본다면

생각 방법

생각은 마치 노래하는 것과 같다.

음치도 노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는 노래하지 않는다.


혼자는 노래를 할 수 있다. 나를 위한 노래를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할 때는 신경 쓸 것이 많다.

보여주는 노래 들려주는 노래.


가끔은 혼자 부르는 노래가 밖으로 흘러나가 다른 사람이 듣게 된다.

그 사람이 들었는지는 나는 모르지만 그 사람은 노래를 듣고 혼자 평가한다.

어떻게 평가했는지 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못 부르는 것이 창피하지 않다.

일부러 다른 사람이 들으라고 크게 부르는 것이 아니면 혼자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다.

평가받지 않는 노래를 부른다.




생각은 혼자 한다.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남에게 보여주기 부끄러운 생각일 수도 있고 자신 없는 생각일 수도 있다.

엄청나게 비밀스러운 생각이 아니어도 왠지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알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서로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 세상은 단순해질까?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들여다본다면 생각을 조심스레 할 것 같다.

아니면 아무도 생각을 알지 못하게 하려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가 하는 생각은 아주 극단적일 수도 있다.

내 생각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생각을 많이 왜곡시킬 수도 있다.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는 범위에서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그 생각이 아이디어 또는 어떤 의견일 지라도 상대방이 기대하는 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많은 내 생각 중 상대에게 보여주려는 생각을 골라야 한다.

고르고 고른 생각 중 하나를 예쁘게 포장해야 한다.

그 후에 비로소 내 생각을 보여줄 수 있다.

가끔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간다던가 당황하거나 감정 때문에 툭 하고 나가는 생각은 문제가 된다.

생각을 보여주기 전에 눈치를 보면서 머뭇거린다.




다른 사람이 내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은 생각해보니 끔찍하다.

남을 속이려는 의도가 없어도 내 속살을 다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을까?

사실 나도 내 생각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내가 의도해서 생각한 것인지 진짜 내 안에 있던 생각인지를 모르겠다.


내 안에 생각을 들여다보기 위해 생각을 하다 보면 더욱더 보이지가 않는다.



생각은 어쩌면 노래 부르는 것과 같다.

내가 부른 노래를 직접 듣는 것과 녹음해서 듣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내 목소리가 세상에서 처음 듣는 사람 목소리 같이 들린다.

요즘에는 녹음을 많이 하기 때문에 본인 목소리에 익숙해졌다고 하지만 처음에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들을 때 내가 아는 내 목소리와 너무 다른 목소리여서 당황했었다.

다른 사람이 듣는 내 목소리는 내가 아는 내 목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각도 어쩌면 노래와 같이 내가 부를 때와 남들이 들을 때 다른 목소리와 같이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이 보는 내 생각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는 생각은 그 사람이 받아들일 때 생각과 다를 것이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오해가 시작되고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에 내 생각이 들어있는데 다른 사람이 이 글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은 내 의도와는 다를 것이다. 어떻게 다른지 댓글 달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댓글을 쓸 것이라는 생각도 역시 내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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