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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Aug 03. 2022

언제부터 내가 하고 있지?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나 스스로를 의식하게 되면서 궁금한 점이 있다.

나는 누구에게 숨 쉬는 법을 배웠지?

숨 쉬는 법을 배운 사람은 있을까?

숨 쉬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은 있을까?

나도 모르게 태어나면서 본능적으로 숨을 쉬는 것이다.


숨쉬기를 배우는 사람은 물론 있다.

노래를 하기 위해서 배우기도 하고 명상을 하기 위해 배우기도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 배우기도 하는데 이렇듯 어떤 목적이 있어 숨쉬기를 배우는 것 같다.


평소에 숨 쉬는 방법에 대해서는 누가 알려준 적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숨을 쉬고 있다.

그럼 우리가 숨 쉬는 것은 모두 똑같을까?

아마도 숨 쉬는 방식은 모두 다를 것이다.

숨 쉬는 것도 바른 방법이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내가 언제부터 걷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누가 나에게 걷는 방법을 알려줬는지 아니면 스스로 깨닫고 걷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숨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걷는 것도 특별히 가르치지는 않는다.

내가 걷는 법을 배운 적은 군대에서 제식 할 때 밖에 없는 것 같다.

걷는 것도 운동에 여러 종목에서 배우는 것도 있고 모델을 하기 위해 배우는 것도 있지만 일상에서 걷는 법을 가르치는 곳은 아직까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있을 수도 있다.)

걷는 법도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심지어 걷는 소리로 누구인지 구별할 수 있다고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걷는 방법은 한 개가 아닐 것이다.

속도에 의해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고, 기분에 따라 걷는 법이 변화하기도 할 것이다. 

할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나는 항상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면 다르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냥 숨 쉬는 것과 걷는 것은 본능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젓가락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배운 기억이 안 난다.

물론 어릴 때 부모님께서 알려주셨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터 혼자 젓가락으로 콩을 집을 수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젓가락도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게 사용한다.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이 있어서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을까?

외국에서 한식당에 가면 젓가락이 포장되어 있는 종이에 젓가락 사용법이라고 영어로 설명이 되어 있지만 그림을 보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을 수 있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너무 단순한 예를 들기만 하는 것 같아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사칙연산은 언제 배웠는지와 같이 어렸을 때 배웠던 것들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지금은 할 수 있다.

원소주기율표와 같은 것은 중학교 때인지 고등학교 때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그 정도 때 배웠을 것이다.

운전을 배운 것은 정확하게 기억한다.

성인이 되고 배운 것들은 언제 배웠는지 기억이 나고 배울 때 어떻게 배웠는지도 기억이 나지만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오늘 나 스스로를 의식하고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을 볼 때 갑자기 내가 이렇게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일까?

잘하는 것을 내가 배운 것인지 스스로 깨닫게 된 것인지 타고난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하는 행동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숨을 잘 쉬는가?

숨을 잘 쉰다는 것은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까?

오래 쉬는 것?

숨이 끊기지 않는 것?

다리 꼬고 앉는 것은 언제부터였지?

내가 하는 행동이 습관인지 배워서 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많이 하는 행동이다.

많이 하지만 잘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해서 시작했는지 모르는 것일수록 내 마음대로 하는 것들이 많다.

그냥 하던 대로 하기 때문에 그게 습관이 되었을 수도 있다.

제대로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다.

사실 여태까지는 길을 걸을 때 걷는다는 행동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 것 같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을 때 음식에 관심이 있지 젓가락을 움직이는 내 행동에는 관심이 없었다.

관심을 가지고 나를 보니깐 의외로 많은 행동을 하고 있다.

지금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내 손가락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하나씩 자판을 찾지 않고 바로 타자를 칠 수 있었던 것일까?

나를 위해 내 몸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 같다.

의식하지 않고 알아서 움직이고 있다.


생각도 어쩌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어제 했기 때문에 같은 생각을 하고 감정에 따라 생각이 바뀌고 상황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게 익숙해지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어쩌면 고정관념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내가 스스로 내 행동을 보는 것 같이 내 생각을 봐야겠다.

나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보다는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더 궁금해질 것이다.

어떤 생각을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생각하는 방법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올바르게 젓가락질하는 것과 같이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법도 있을까?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은 도대체 무엇일까?

숨 쉬면서 의자에 앉아 음식을 보면서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입속으로 오는 짧은 시간에도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의식 속에 있는 것은 내가 먹을 음식뿐이구나.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서 학교를 가지 않는다.

어미새가 나는 것을 보고 따라 한다.

이미 날기 시작한 후에는 나는 법을 바꾸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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