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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Jun 23. 2019

경주는 목적지로 빨리 가는 게 아니다

경주에서 시간 보내기

경주에 온 지 3일이 지났다.

대구 학회 끝나고 서울 갔다 오는 것보다 그냥 경주에 있는 것이 편할 것 같아 그냥 경주로 왔다.

이제 이틀만 더 있으면 경주를 떠난다.


첫날은 저녁에 도착해서 방 잡고 형 만나러 갔다.

둘째 날은 일어나서 배고파서 밥 먹었다. 아니 황태 해장라면과 김밥.

밥 먹고 불국사 가는 길이 보였지만 안 갔다.

예전에 갔었는데 지금 가면 그때보다 더 낡은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보기 전과 본 후 느낌 변화가 없을 것 같아 안 가기로 했다.

관광지를 가면 명승고적에 별로 관심이 없다.

꼭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없고 이유를 모르겠다.

내가 여행 관련 글을 못 쓰는 이유다.



방에서 강의자료 만들고 스마트폰 보고 책도 읽다가 저녁 먹으러 어제 만난 형이랑 또 만났다.

저녁은 참치를 먹고 다시 숙소로 왔다.

경주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듣고 예전 수학여행 무용담을 들으면서 참치를 먹었는데 주는 참치를 참지  못 하고 다 먹어서 배가 참치만 해졌다.



3일 차 아침 오늘이다.

12시에 모텔을 나와 한화리조트로 왔다.

이런 행사를 하는데 난 강사다.

내일부터 행사인데 오늘부터 재워준다고 해서 먼저 왔다.


브런치를 먹을까 했는데 1시에 먹으면 그냥 런치인가 생각하다 중식이란 생각이 들어 중식당을 찾았지만 없어서 하루에 한 번만 먹는다는 한식을 먹었다.

해외에서 먹는 김치찌개 가격이다. 13000원.

하지만 한식이니깐 하루 식비로는 비싸지 않았다.




할 일없이 다니다 리조트에 있는 카페베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매장에서 먹을 거냐 가져갈 거냐 해서 매장에서 먹는다는데 굳이 종이컵에 준다. 왜 물어봤을까?


아직 사람들이 오려면 3시간 기다려야 한다.

난 이 글을 3시간 동안 써야 하나 고민한다.


사람 구경하고 있다.

가족들끼리 놀러 왔나 보다. 시끄럽다.

예전 대학생 때는 시끄러운 호프집이 시끄럽지 않다고 느꼈는데 이제 조금만 시끄러워도 힘들다.


꼬마애가 파란색 솜사탕을 뜯어먹고 있다.

솜사탕 대부분이 공기로 차있는데 부피만 크게 만들어 판다. 저 아이는 솜사탕이 사실 공기 설탕이라는 걸 알고 있을까?

공기가 많이 들어간 과자봉투, 공기 포장과 같이 공기는 뭔가 사기 치는 것과 같이 느껴지지만 때론 꽉 찬 공기로 만족시키는 공깃밥 추가가 있다.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커피맛이 다르다고 하는데 맛있는 커피가 뭔지 모르겠다.

커피에 대한 전문가들이 넘쳐나니깐 난 그냥 추천 커피를 마신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이유는 별다른 것이 없다. 가장 싸니깐 그냥 마신다.


아직 2시간 50분 기다려야 한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상대적이라고 하는데 그럼 시간이 멈춰질 수도 있고 뒤로 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시간을 뒤로 돌리고 싶은지 생각해보면 별로 그러기 싫다. 다시 똑같은 미래를 아는 삶을 산다는 건 지겨울 뿐이다. 과거로 가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매시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생각의 흐름대로 글을 써가고 있다.

내 머릿속에는 생각이 멈추지 않을까?

그래서 꿈이 재미있나 보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는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의 흐름을 보고 있다 멀미가 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2시가 45분 남았다.

뽀로로가 일광욕하고 있다. 일광욕은 욕이 아니다.

나도 이제 나가서 책 읽어야겠다.

아니면 내 생각이 흘러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어야겠다.


내가 이만큼 쓰는데 20분 걸렸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인가?


내 말 좀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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