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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유신 Dec 31. 2019

그렇게 그들이 만났다

참치는 김하나로

어느 날 갑자기 보자는 연락이 왔다

갑자기?

만나기 전에는 몰랐다.

만날 때도 몰랐다.


참치를 먹으러 갔다.

서로 지난날들은 그냥 각자 살아온 날들인데

만나서 각자 조각들을 맞춰본다.


힘들었던 말들을 지워버리고

애써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하고

아닌 것 같지만 그냥 그런 것으로 하자고 한다.


참치를 먹는 법은 예전 회사 다닐 때 참치집 실장님이 알려줬다.

김 싸 먹으면 김맛으로 먹는다고 그냥 참치에 고추냉이 올려 간장에 찍어먹으라고 했다. 초밥에는 김이 없다고.



갑자기 만나 참치집으로 갔다.

김봉투를 뜯는다.

한 번에 여러 개를 뜯는다.

김하나를 뜯고 나를 본다.

내 앞에 있는 김하나를 뜯고 나를 본다.


난 김이랑 안 먹을 건데.

참치를 가져와 김하나에 싸 먹는다.

예전 실장님 말이 생각난다.


김하나랑 참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다.


아직 참치 먹는 법을 모르나 보다.



김하나는 그냥 김하나로 맛있는 건데

참치 조연 역할하기엔 억울한 거다.


뭐든지 어울리는 김하나.

스스로 자리를 찾지 못한다.


김한장이 되기에는 아직 작은 김하나인데

바다에서 건져져 바짝 말라 눈물도 말라

자기와 어울리는 자리를 찾는다.




사람들 모두 각자 먹는 방식이 있다.

참치를 들고 바로 먹는 사람

조심스레 김하나에 싸 먹는 사람.


어떤 방식이 맞는 것도 아니다.

먹는 것은 각자 입맛에 맛게 먹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이 진실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김하나에 참치를 올려놓아 먹어본다.

바삭하고 짭짤한 김맛이 입속에 울린다.

참치를 빼고 김하나를 먹어본다.

김하나만으로도 풍성한 바다 맛이 나는 것 같다.

바다에서 올라와서 눈물이 마를 틈도 없이 바싹 익혀져서 아직 눈물을 머금고 있는 바다 맛.


바다같이 넓은 곳에서 좁은 참치집으로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무도 김하나를 칭찬하지는 않고 참치 받침대로 사용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 관점이 있다.

참치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다녔고

김하나도 많은 이야기가 있고

참치를 먹는 사람도 참치를 파는 사람도

모두 기나긴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참치가 꿈을 꾸면 이런 모습일까?


각자 이야기가 있듯이 각자 방식은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내 입에 맛있다고 남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을 틀렸다고는 하지 말자.
그들이 지나온 날들을 알 수 없듯이 그들이 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내년에는 참치 먹을 때 김하나를 놓고 참치를 먹어봐야겠다.

아니 참치를 앞에 두고 그냥 슬픔 많은 김하나에게 지나온 얘기를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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