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답장
우리의 마지막 대화가 아득해질 즈음에
다시 한번, 답을 하려고 해.
꼭 그래야만 하냐는 너의 물음에
이제야 나는 답을 할 수 있게 됐으니
나에겐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 있어
그래 너도 알고 있는,
기약을 정할 수 없는 약속을 시작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
볼 수 없는 이를 찾아야 하는 일
이미 모습도, 목소리도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언젠가 나의 손을 꼭 잡아주던 그를
만나야만 한다고, 말하곤 했으니까
겨울의 초입에 닿았던 바다
어두워진 마음을 달래려 찾았으나
이미 모두가 떠나버린, 텅 빈 모래뿐이었지
찬 바람에 고개를 숙이다
떨어져 있는 편지를 봤어
저건 누가 읽다 간 기억일지 가늠하다가도
차마 편지를 열지 않고 조용히,
밀려오는 파도에 얹었어
이내 멀어지던 편지와
해변의 고요 속
넘실거리는 파도 소리만
잠시 앉아 있다가도
찬 바람이 뺨을 스칠 때면
어서 돌아가야지, 하고
다시금 몸을 일으키지